[리뷰] 대국 러시아를 시위한 노보시비르스크 오페라발레단

글 입력 2014.12.17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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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 러시아를 시위한
노보시비르스크 오페라발레단


글 - 김승열 (음악칼럼니스트)



    대한민국이 대국인가. 아니면 소국인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적정지표로 대한민국 대표극장들의 콘텐츠를 들여다보는 것만큼 요긴한 방법이 있을까. 기실 대국이란 졸부근성만으로 똘똘 뭉친 나라를 가리키는 단어는 아닐 것이다. 막강한 경제력을 예술이라는 인문가치에 아낌없이 투자할 줄 아는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 일본 같은 나라를 나는 대국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들 대국의 대표극장들에서 하루가 다르게 펼쳐지는 콘텐츠를 일별해 본 분이 있으신지?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무한대의 다양하고 풍성한 정통적인 콘텐츠의 향연이 그들 대국의 유명극장들에서 연일 펼쳐지고 있음은 아는 사람은 아는 사실이다. 서두를 이렇게 시작한 이유는 지난 12월 13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관람한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국립 오페라발레단의 ‘백조의 호수’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함이다.


- 발레 = '백조의 호수'의 등식이 사라지는 날을 꿈꾸며

    그 전에 기억을 과거로 되돌려 보겠다. 러시아의 무슨 유명발레단이 내한할 시에는 대개가 ‘백조의 호수’가 단골메뉴였다. 내가 본 2004년 4월의 볼쇼이 발레단의 내한무대와 같은 해 하반기의 마린스키 발레단의 내한무대, 2005년 연초 우크라이나 키에프 발레단의 무대 및 2012년 마린스키 발레단의 8년만의 내한무대, 그리고 같은 해 노보시비르스크 국립 오페라발레단의 첫 내한무대, 거기에 올해 4월 소피아 발레단의 내한무대에 이어 이번 노보시비르스크 국립 오페라발레단의 두번째 내한무대 역시 ‘백조의 호수’ 일색이었다. 발레 레퍼토리가 어디 ‘백조의 호수’만 존재하던가. 식상하다 못해 이제는 신물이 날 정도의 획일화 풍조가 아닐 수 없다. 마리우스 프티파와 레프 이바노프의 원작안무에 후대의 누가 보충안무 내지 재해석안무를 가미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이런저런 차이점을 만끽해 보시라 하는 신문/잡지문구도 이제는 진력이 난다. 해외 유명발레단의 내한공연 레퍼토리를 보다 다변화할 시점이 되지 않았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내게 노보시비르스크 국립 오페라발레와의 조우는 이번이 초대면이었다. 발레단의 수준은 70년의 긴 역사만큼이나 걸출한 것이었다. 내게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발레나 모스크바 볼쇼이 발레보다도 어떤 면에서는 우월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마린스키 발레단의 스타발레리노 출신인 이고르 젤렌스키가 노보시비르스크 발레단의 예술감독으로 재임하면서 유능한 무용수들을 다수 양산해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여기에 내 기억을 하나 덧붙여 보겠다. 2008년 6월과 이듬해 4월, 파리 오페라 바스티유에서 베르디의 오페라 ‘돈 카를로’와 ‘막베토’를 지휘한 인물은 1972년생의 그리스 지휘자 테오도어 쿠렌트지스라는 신예였다. 당시의 쿠렌트지스는 바로 이 노보시비르스크 국립 오페라발레단의 보금자리인 노보시비르스크 국립 오페라극장의 수석지휘자로 있던 인물이었다. 베르디의 두 걸작을 폭발적으로 이끌어가는 쿠렌트지스를 보면서 그가 수장으로 있는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국립 오페라극장이 무척 궁금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러시아의 변방도시 노보시비르스크가 품고 있는 오페라극장의 수준은 이 정도인 것이다. 파리 오페라 바스티유 같은 최고의 오페라하우스가 지휘를 의뢰할 정도의 명지휘자를 품고 있는 세계 오페라/발레계의 다크호스가 노보시비르스크 국립 오페라극장인 것이다.


백조 대표이미지 (2014.12.17).png▲ 이미지 출처 - 세종문화회관


    제아무리 요설을 쏟아낸다 하더라도 역시 말로는 부족하다. 막간휴식 때 프로그램북에 담긴 노보시비르스크 국립 오페라극장의 웅장한 사진들을 감상하면서 언젠가는 노보시비르스크를 방문하리라 다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12월 노보시비르스크 국립 오페라극장에서는 바그너의 ‘탄호이저’가 무대에 올라가고 있었다. 우리는 여지껏 자체기술로 ‘탄호이저’를 올려본 적도 없는 나라다. 러시아의 변방도시가 대한민국 수도 서울보다 드높은 예술의 경지에 도달해 있음은 자명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나을 것이 없는 나라다. 이번 ‘백조의 호수’ 무대를 통해 노보시비르스크 국립 오페라극장은 졸부 아닌 대국 러시아를 시위해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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