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절정에 이른 가을, 영화 '만추'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2.2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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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북적북적한 설을 지내고 나니 조용해진 집안.창밖에는 부슬부슬 비가 내립니다.울적한 날씨에 영화 한 편을 다시 꺼내 보았습니다.
만추 (2011.김태용 감독. 현빈/탕웨이)
영화 초반부에서 훈(현빈)은 애나(탕웨이)에게 자신의 시계를 줍니다.
그리고 매우 소중한 것이니, 자신이 다시 찾으러 올때까지 잃어버리지 말라고 부탁합니다.
정말 아름다운 은유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고 신뢰하는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만추'를 보고
'결국 사랑은 시간을 선물하는 일' 이라고 한 줄로 평했습니다.
저는 정말 공감했습니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내 시간을 그사람을 위해 쓰는 것이고,
그것이 전혀 아깝지 않은 것 입니다.
사랑과 시간, 이 두가지를 이야기하는 영화 '만추'는 여백의 미가 있는 영화인듯 합니다.
작품은 두 사람의 대화로 전개되지만, 그럼에도 주절주절 끌지 않습니다.
필요한 것보다 더 적게, 함축적으로 전달하고 공백을 많이 남겨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2년간 군대라는 공백을 가져본 남성 분들 혹은 오랜시간 외국에 머물다 돌아온 분들은
아마 애나의 마음에 더욱 쉽게 공감할 수 있을것 입니다.오랫동안 자리를 비워두면, 부재하는 시간만큼의 것을 잃게 됩니다.애나는 7년동안 교도소에 있었습니다.
그녀는 7년의 시간의 것을 잃었고, 결국 엄마의 존재마저 사라집니다.애나의 외로움은 절정으로,‘만추'에 다다릅니다.이 인물의 외로움은 우연히 만나게 된 ‘훈'이 채워주기 시작합니다.
절정의 가을, 만추가 지나간 후 이제 겨울을 예감하지만, 겨울이 오기 전 훈과 함께한 3일동안 애나는 조금씩 웃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짧은 만남 뒤 애나는 겨울을 견딘 후 봄이 왔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는 올지도 오지 않을지도 알 수 없는 훈을 계속해서 기다립니다.그에게 전할 인사를 연습하는 애나.참 먹먹해 지는 장면이었습니다.제가 본 영화 중 손에 꼽힐 만큼 인상적인 영화 엔딩이었습니다.영화를 보는 내내 가장 좋았던 것은 탕웨이의 연기였습니다. 정말 굉장히 매력적이었습니다.
단연, 만추는 탕웨이가 빛을 바라는 필름이었습니다.
애나는 웃습니다. 하지만 제가 바라는 만큼은 아니었습니다.
그로 하여금 보는 이의 애간장을 태웠습니다.
애교가 넘칠 것 같은 앳되고 귀여운 얼굴을 하고있지만세상 풍파를 다 견딘 나이든 창부가 풍기는 깊이감을 가진 얼굴이었습니다.
탕웨이였기에 이토록 깊이감 있는 면모를 잘 전달해주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거기에 시애틀의 안개 낀 날씨가 더해집니다.
만추를 낙엽이 아닌 안개로 표현한 것은 특히 좋았습니다.
배우들의 목소리 톤. 노란색 햇빛. 음악…친철하진 않지만, 무엇 하나 빠짐없이 전달하려는 감독의 노력이 돋보였습니다.주말 내내 비가 내린다고 합니다.안개 낀 영화의 배경이 문득 생각나는 영화 한 편 어떨까요?[박나연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