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13살, 릴리슈슈의 모든 것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3.06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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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7일 청담동 씨지브이에서 개최된 마리끌레르 영화제에 다녀왔다. 마리끌레르 영화제는 패션 매거진 <마리끌레르>에서 주최하는 영화제로 이번이 4번째라고 한다.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는 총 35편, 영화제 설립 취지에 알맞게 어떤 틀에도 가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지니고, 주제나 장르를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색깔의 영화를 엄선하여 소개했다. 이는 갈수록 영화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극장가의 풍경에 싫증을 느끼는 관객을 위한 작품들이라고 한다.

 

몇 주 전에 느낀 감정선을 이어가고자 러브레터의 감독 이와이슌지의 또 다른 작품 릴리슈슈의 모든 것을 관람하였다. 영화에 대한 지식을 0으로 시작해야 좀 더 작품에 몰입이 잘되기에 14년 전의 영화라는 것 이외에 사전에 영화에 대해 찾아보지 않고 극장을 찾았다

 

여리고 감성적인 13살 소년 유이치를 중심으로 가계의 어려움으로 탈선하는 호시노, 호시노에게 약점을 잡히고 원조교제로 돈을 벌다가 결국은 자살을 택하는 츠다, 왕따로도 모자라 호시노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결국 삭발까지 감행하는 쿠노의 이야기가 절묘하게 엮이며 전개된다. 어린 소년, 소녀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무섭고, 어렵고, 무겁기 만한 상황들이 끊이지 않고 반복된다. 그리고 결국 문제들이 점점 누적되어 작고 힘없는 소년 유이치를 끝내 폭발하는 지경에 이르게 하고, 문제의 근원이라 생각되는 호시노를 살인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잔인한 영화의 세상 속에 계속 아름답게 비춰지는 것이 있다. 릴리슈슈와 드뷔시의 음악이다. 어찌보면 세상의 무게감을 잘 견뎌내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그들은 13살의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그런 그들이 세상에 겨우 발 디디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음악이라는 탈출구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지 혹독한 삶이지만 수시로 깔리는 릴리슈슈와 드뷔시의 음악 때문에 그 상황마저 아름답게 비춰진다.

 

타자를 치는 장면이 롱테이크로 수시로 나와 흐름이 빠른 것 같지만 실제로 등장인물 한명 한명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기에 영화의 상영시간은 다소 길다. 땅 끝까지 우울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누군가가 보면 조금 허세스럽다고 느낄 수 있지만 내용과 모순되는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으로 어린 학생들이 느끼는 삶의 무게를 느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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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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