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관습에 망치를 들다, 연극 '그녀들의 집'

글 입력 2015.05.20 22:4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포스터585-800.jpg

재개발이 한창인 도시 외곽 호숫가 
몸이 굳어 죽어가는 아버지가 사는 '그녀들의 집' 
도망쳐 나왔던 그곳으로 그녀들이 돌아온다. 

무한한 기대 속에 무너져내린 첫째. 
조건없는 복종과 헌신 속에 박제된 둘째. 
아버지의 성스런 존재 막내 
이들을 기다리는 지난 날의 추억 

아버지의 그늘 아래 화석처럼 남아 있는 가족의 흔적 

가족이란 이름의 메말라 버린 혈관 속으로 
죽음의 그림자가 스며든다.


 오유경 연출가의 '나와 우리 되돌아보기' 여성 시리즈 2번째 작품인 연극 <그녀들의 집>이 5월 1일부터 6월 14일까지 소극장 씨어터 송에서 무대에 오른다.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부모자식 간, 그리고 자매 간의 일그러진 사랑과 상처를 돌아보게 하는 이 작품은 자아 정체성을 찾지 못한 채 미성숙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상처입은 사람들의 모습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인물들의 세밀한 감정표현과 상징적이고 추상적인 무대 환경은 작품 속 내재된 심리적 공포와 긴장의 밀도를 높인다. 


 극단 그룹動·시대의 '나와 우리 되돌아보기' 시리즈는 아직은 마주하기 껄끄럽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마주하고 고민해야만 하는 문제들을 다룬다. 양성평등은 이제 더 이상 법, 제도적인 장치의 문제를 넘어섰다. 문제는 보이지 않지만 가장 견고한 벽, ‘관습’이다. 관습의 벽을 부수기 위해 몸을 날리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지 잘 알기에, 여성들은 그 벽에 순응하고 그것이 강제하는 삶을 따라가게 된다. 즉, 옛 시대의 부조리를 계속해서 답습하면서, 자신의 자아정체성을 찾지 못한 채 두꺼운 화장을 뒤집어 쓴 미숙아로 남아버리는 것이다.

 연극 <그녀들의 집>은 정치 경제 등 굵직한 사안들에 밀려 자칫 개인사정으로 치부될 수 있는 여성심리문제를 세 자매를 통해 조명하면서, 대중들에게 고민의 화두를 던진다. 
 





3-첫째.jpg
아버지의 꿈을 자신의 꿈으로 삼았던 첫째. 한번도 최고를 놓친 적이 없었다.
언제나 완벽한 딸이었던 그녀가 커다란 가방을 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아버지를 마주 보는데..

4-둘째.jpg
아버지의 인정을 갈구하던 둘째. 자매들이 모두 떠난 집에 혼자 남아 늙고 병든 아버지를 돌보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오래 전 집을 떠난 후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는 자매들을 불러모은다.

5-막내.jpg
원하는 모든 걸 선물 받으며 아버지의 사랑으로 자라났던 막내. 언니의 전화를 받고 왔지만 사실은 하루도 머물고 싶지 않은 지긋지긋한 집이다. 그리고 그 집에서 오래된 상처와 마주한다.

6-아버지-의사.jpg
실패를 용납하지 않으며 와으로 군림하던 젊은 시절의 아버지. 그러나 지금은 타인의 도움 없인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몸이다.

정기적으로 왕진을 오는 젊은 의사. 세심하고 예의바르며 세 자매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그리고 예기치 않은 사건에 휘말린다.

7-만길.jpg
막내와 같이 자란 동네 소꿉친구. 한쪽 다리를 절고 있다. 세 자매의 낡은 집을 고쳐준다.


13-자매.jpg

 극은 은밀하고 묵묵하게, 발맞추지 못한 한국 사회의 모습을 폭로한다. 여전히 남성중심의 가부장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녀들의 '집'은 마치 쿠키틀처럼 세 자매를 원하는 모양으로 하나씩 찍어낸다. 
맏딸은 학문보다는 흔히 여성의 분야라고 여겨지는 음악을 통해 성공하도록, 둘째 딸은 남성에게 순종적이고 희생적이며 헌신하도록, 셋째 딸은 외적인 미(美)와 성적 매력으로 남성들에게 선택받도록. 개인의 의사를 전혀 고려않는 이 잔인하고도 폭력적인 처사를 그녀들은 충실하게 따른다. 
그러나 강요된 모습은 결국 진짜 자신이 아닌 껍데기일 뿐, 가면이 떨어지고 화장이 지워지듯 영원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그녀들은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지 못한 채, 뒤엉킨 애증을 품고 서로를 파국으로 이끌고 만다.

 주목할 만한 점은 독특한 무대 구성이다. 좌석이 자유로워 관객들은 원하는 각도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또한 유연한 관객의 뒷편까지 모두 무대로 끌어들여 관객들로 하여금 극 속에 들어와있는 것 같은 현장감을 느끼게 한다.






연극 <그녀들의 집> 

공연 일시 : 2015.05.01 ~ 2015.06.14
시간 : 화, 목, 금 20시 / 수 15시 / 주말, 공휴일 15시 (월요일 공연 없음)
장소 : 소극장 씨어터 송 (2호선 서초역 7번출구)
제작 : 극단 그륩 動시대
후원 : 서울연극협회, 서울연극협회 서초지부
협찬 : 소극장 씨어터 송 / Studio B.O.B
관람료 : 전석 20,000원
할인정보 : 청소년/대학생/시니어/10인 이상 단체관람 50%
TS 회원 30% 
서초구민/서초구소재직장인 25% 
관람등급 : 만 15세 이상
공연시간 : 90분
예매처 : 인터파크 1544-1555 (ticket.interpark.com) 
대학로티켓닷컴 1599-7838 (대학로티켓.com)
문의 : 010-3339-8843/070-8843-0088




서포터즈4기_최민희님.jpg


[최민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