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정보화 시대의 일면을 시각화하다 : 율리어스 포프 "bit, fall, pulse" [문화 전반]

글 입력 2015.12.29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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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어스포프.jpg
 

  흥미로운 작품을 만났다. 고대인들이 만들려던 바벨탑이라도 되는걸까? 10m의 거대한 크기. 역동적인 기계음. 육면체의 가장자리를 이루는 철골 사이로는 물방울로 만들어진 익숙한 글자들이 나타났다 순식간에 사라졌다. 마치 거대한 전광판이라도 보는 것 같았다. 이 작품은 율리어스 포프의 '비트, 폴, 펄스(bit. fall pulse)'. 제목이 작품의 의미를 나타낸다. 이 작품은 정보 조각(bit)이 떨어지는(fall) 빠른 주기(pulse)를 보여준다.  즉 쏟아지며 짧은 순간만 존재하는 정보의 ‘일시성’과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전파되는 정보의 활발한 맥(pulse)을 상징한다.10여년간 이 작품 시리즈를 만들어온 작가는 정보의 소비 수명과 모호함에 주목했다고 한다. 작품은 현재 국립현대 미술관에서 감상할 수 있다. 



작품의 메세지 :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정보에 대하여

  빠르게 변화하는 오늘날, 현대사회에서 정보는 그 수명이 얼마나 될까? '비트, 폴, 펄스(bit. fall pulse)'는 오늘날 그런 정보의 빠른 순환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10m에 달하는 거대한 작품은, 4개의 골조만 남은 4개의 컨테이너로 이루어져있다. 컨테이너의 각 상부에서 물방울들이 폭포처럼 내려올 때마다, 물방울들은 순간적으로 단어를 만들고 이내 사라진다. 이 작품에서 물방울로 형상화된 단어들은 인터넷 뉴스의 검색어에서 실시간으로 빈도수에 따라 추출된다. 이것을 통해서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작가는 온라인에서 흘러가는 정보의 상황을 보여주고 싶었다. 검색 빈도수가 높은 실시간 검색어들이 알려주는 것이 있다. 바로 오늘의 대중이 갖는 관심사이다. 하지만 동일한 단어들은 바로 다음날이라도 그 의미가 휘발되거나 다른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리고 현대인들은 이런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기도 한다. 
  작가는 이런 자신의 메세지를 전하기 위하여 정보의 이미지를 시각화해 자연의 순환, 문화의 순환에 주목하고자 했다. 빠르게 사라지는 물방울들은 순식간에 덧없이 사라지는 온라인 상의 정보와 정보에 대한 짧은 관심 주기를 은유한다. 거대한 철골 프레임에 대해서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구조적 요소로만 쓰던 컨테이너 프레임에도 의미를 담았다. 거대한 탑처럼 쌓은 프레임은 현대의 미디어 바벨탑을 은유한다. 프레임 안에서 정보는 조작되고 처음 나타날 때와 다른 의미로 소화된다.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세상이다." 
  본 작품에는 과학적 기술이 사용되었다. 미술관의 설명에 따르면  맨 아래의 컨테이너에 통계 규칙이 프로그래밍된 컴퓨터가 들어있다. 이 컴퓨터에서 추출된 단어가 각 컨테이너 천장에 일직선으로 정렬된 수백개 노즐의 밸브 장치와 연결돼 단어 형태가 만들어지도록 노즐을 작동시킨다. 컨테이너 바닥에 고여있던 물은 UV필터를 거친 뒤 펌프를 통해 천장 밸브로 보내져 다시 물 글씨를 만든다. 한 컨테이너당 사용되는 물은 200ml이다. 이런 기술적 측면에 대해서 작가는 "작품을 가동시키는 기계 제작 등 거의 모든 시스템은 내가 만들어 낸다. 다만 오차나 실수가 없도록 전문 엔지니어에게서 도움을 받는다"라고 설명한다.



작품감상, 어떻게해야할까

  대중들은 미술관에 가서 종종 난해하고 추상적인 작품을 접한다. 그리고 감상에 있어 당황할 때가 있다. 대중에 속하는 필자도 마찬가지이다. 작품을 감상할 떄에 본능적으로, 그리고 직관적으로 마음을 두드리는 작품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런가하면 작가가 전하고자하는 메세지와 그 구현방식을 알게되면서 감탄하게되는 작품도 있다. 필자에게, 율리어스 포프의 작품은 앞의 두 가지 전부 해당된다. 보는 이를 압도하는 시원스러운 작품의 크기와 전광판에 나타는듯한 선명한 글씨, 그리고 글씨가 나타났다 사라질 때마다 들리는 경쾌한 소리. 이러한 조합은 필자에게 청량감을 주었다. 한편으로 미술관이 아닌 공연장와서 무대장치를 보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작품이 전하고자하는 메세지는 작가가 메세지를 구현한 방식과 맞아 떨어지며 감탄을 주기도했다. 작품에서 물은 쉽게 어그러지고 사라지는데, 이는 쉽게 사라지는 오늘날의 정보와 닮았다. 
  필자는 고민한다. 도대체 작품은 어떻게 감상해야하는 것인가. 우리는 무언가를 마음에 품을 때가있다. 가령 우정을 예로 들어보자. 누군가에게 끌린다면 우리는 다가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끌림'만이 있다면 관계는 유지되지 않는다. 그에게 끌렸고 그의 마음을 얻고 싶다면 그에 대하여 알아야한다.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은 빙산의 일각이다. 커다란 빙산에 대한 정보를 채워가면서 그를 공부하게되며 그가 되어보기도 한다. 때로는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개인적인 주관이지만, 필자는 '작품'도 그런식의 공부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위의 작품의 경우 해설 없이는 작가가 전하고자하는 메세지를 이해하기 힘들다. 별도의 이해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메세지를 놓칠 수밖에 없다. 이는 껍데기만 보고 누군가를 '이해'했다고 '착각'하는 것과 같다.





참고자료 :


사진출처 :


[최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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