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 해를 돌아보며... 우정에 관한 '시' 모음 [문학]

글 입력 2015.12.2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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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한 해가 저물어가고 새해가 다가오고 있다.
어떻게 보면 그저 시간과 날짜만 지나가고 있을 뿐
나를 둘러싼 주변이 변하는 것도 아닌데, 마음이 뒤숭숭하다.


우정사진.PNG


한 해의 마지막날, 또는 새해의 첫날, 나는 친구들에게 장문의 문자나 카톡을 보내곤 한다.
그동안의 추억을 되돌아보기도 하며, 혹은 앞으로의 변치않는 우정을 약속하면서 말이다.
평소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친구'나 '우정'이라는 단어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시간이 없었는데,
이 시간을 계기로 우정에 관한 시 몇 편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마주 앉아 말없이 흐르는 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은 친구이고 싶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고 했을 때
유치해 하지 않을 친구이고 싶다

울고 싶다고 했을 때 충분히 거두어 줄 수 있고
네가 기뻐할 때 진심으로 기뻐해 줄 수 있는 친구이고 싶다

비록 외모가 초라해도 눈부신 내면을 아껴줄 수 있는 친구이고 싶다

별이 쏟아지는 밤거리를 걸어도 걸어도 싫증내지 않을 
그런 친구이고 싶다

'안녕'이란 말 한마디가 너와 나에게는 섭섭하지 않을 그런 친구이고 싶다

'사랑한다'는 그 한마디가 눈물겹도록
소중한 친구이고 싶다

-벗에게1 / 이해인


친한 친구에게 기쁜 일이 생겼을 때,
일말의 질투심없이 온전히 기뻐해줄 수 있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친구에게 좋은 소식이 들려올 때, 내가 그것을 온전히 축하해줄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정말로 당신의 친한 친구일 것이다. 
가끔은 아주 가끔은 정말로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에게서 부러움과 질투심을 느낄 때, 
그런 감정을 갖게 되는 내가 싫어지기도 하지만 너무 자책하지는 말자.
그것이 자극이 되어 친구와 나 모두 잘 될수 있다면 그 또한 좋은 일이지 않을까.

나의 경우 친하지 않은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먹는 음식이 달라지곤 한다.
평소에 편하게 먹는 음식이 아닌 격식을 차려서 먹는 음식으로 말이다.
친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김치찌개나 아이스크림을 먹는 일이 불편하게 느껴진다고나 할까.
지금 당장 마음 속에 떠오르는 음식을 같이 먹자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그 또한 큰 행복일 것이다. 





친구가 된다는 것은 
작은 일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거예요.
꽃병에 꽃을 꽂는 일은 
사소한 일에 불과하나 
방의 분위기를 환히 살려 놓을 수 있는 
큰 힘을 가지고 있듯,
친구가 된다는 것은 
이런 작은 일에서 고마움을 느끼고 
아껴주는 마음을 간직하는 거예요.
 
친구가 된다는 것은 
수학처럼 골치가 아프지도 않고 
과학처럼 딱딱하지도 않은 
가을날 은행잎을 주워 책갈피에 꽂는 
아리따운 소녀의 감성 같은 거예요.
언제나 가장 좁은 간격에 서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 그것이 
친구가 된다는 거예요.
 
- 친구가 된다는 것 / 이동식


'언제나 가장 좁은 간격에 서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 친구가 된다는 것'
이 말이 내 마음에 와닿았다.

사랑과 우정을 꽃에 비유해보자면
사랑은 장미에, 우정은 들꽃에 비유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화려한 색과 향기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은은한 향기로 오래오래 지속되는 마음.
하지만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망각하기 쉽듯,
변함없는 우정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가장 좁은 간격에 서려고 하는 것처럼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친구야
너는 나에게 별이다.
하늘 마을 산자락에
망초꽃처럼 흐드러지게 핀 별들
그 사이의 한 송이 별이다.

눈을 감으면
어둠의 둘레에서 돋아나는
별자리 되어
내 마음 하늘 환히 밝히는

기쁠 때도 별이다.
슬플 때도 별이다.

친구야
네가 사랑스러울 땐
사랑스런 만큼 별이 돋고
네가 미울 땐
미운 만큼 별이 돋았다.

친구야
숨길수록 빛을 내는 너는
어둔 밤에 별로 떠
내가 밝아진다.


- 친구에게 / 박두순


별을 망초꽃에 빛대어 한 송이의 별로 표현한 것이 참 좋다.
누군가와 만나서 친구가 된다는 것은 마음 속에 또 하나의 별을 간직하게 되는 일일 것이다.
내 마음 속에는 몇 개의 별이 빛나고 있을까.

별은 반짝 반짝 빛나는 별이 가장 아름답겠지만
시작하는 별도, 지는 별도 모두 아름답기는 매한가지일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인간관계에 상처 받기도, 아파하기도 하지만
그 순간이 반짝 반짝 빛났다면 그것만으로 많은 위로가 될 것이다.

하나의 존재로 인해 내가 밝아질 수 있는 그런 친구가 곁에 있다면
올 한해 마무리도 결코 쓸쓸하지 않을 것이다.




[박소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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