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신의 컬쳐에세이 - 윤동주 시비

하늘을 우러러
글 입력 2016.03.19 16:0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938306773_1456098170_5488.jpg



하늘을 우러러



사계절을 바라 본 윤동주 시비는 6월, 그 앞에 일년초 보라빛 꽃이 피어 있을 때가 시인에게 가장 어울렸다.
 
윤동주 시인의 시비가 동지사대 안에 있다는 걸 안 것은 서울에서 만난 일본 T S Elliot 회 회장인 나카이 아키라 교수가 몇 해 전 나를 그리로 인도한 때였다. 그 시비 앞을 이렇게 하루에도 여러번 지나고 바라보게 될 줄은 상상못한 때다.
 
일제 시대, 그 어둡고 가난한 생활 속에서 인간의 삶과 고뇌를 사색하고 조국의 억메임에 가슴 아파하며 애끓는 그 심정을 절제된 시로 묘사했던 시인 윤동주.
 
그는 나를 성찰하게 한다.
그의 시에 보이는 한없이 선하고 순수한 마음은 나를 진실되게 한다.
 
동지사대 한가운데 있는 예배당 바로 옆에 세워진 그 시비는 비록 작고 일본인이 세운 게 아니고 한인 교우회가 세운 거지만 그윽한 영과 기를 품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시비에 새겨진 한일 양국어, 이 일곱 줄의 친필 시를 읊조려 본다.
 
살아온 스물 일곱 해.
태어나니 조국은 일본이었다.
그 수모와 고통과 상처를 보듬으며 자신의 영을 빛나는 어휘로 이렇게 써내려 갔다.
 
해방되기 몇 달 전 일본 후쿠오카 감옥에서 스러져 갔고 생전에 낸 시집 한권이 없지만 이제 일본 고도古都 한복판에 시비로 서서 말없이 한일을 아우르고 있다.
 
그 시비 앞엔 많은 선물이 놓여져 있다.  생화와 조화, 펜과 종이, 깃발, 원고와 우산과 돈.  
술과 커피도 있다.  방문하는 한국인이 놓고 간 것이다.
대학 설립자요 전국적으로 유명한 니이지마 죠 新島讓의 시비 앞엔 꽃 한송이 없는데 윤동주 시비 앞엔 늘 꽃이 있다는게 화제다.
 
그런데 그걸 누구도 치워 주질 않아 비가 오고 눈이 오니 지저분해진다.
이 깨끗하고 아름다운 캠퍼스에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다.
괜히 만졌다가 말듣고 싶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
그래 내가 조금씩 치우고 정리하고 있다.
 
늘 지나는 시인의 시비.
그 앞에 서는 한국에서 온 무리에게 시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비가 거기 있는지도 모르는 일본 학생들에게도 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런 대선배가 있었는지도 모르는 그들이 가장 놀라워 하는 것은 시인이 당시 한글로 시를 지었기 때문에 일본 감옥으로 갔다는 사실이다
 
오늘도 나는 윤동주 시비 앞의 꽃과 물건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정리한다.
그리고 하늘을 바라다 본다.
 
죽어서 살아나는 그 혼을 생각하며 만 70년 후 한국에서 온 시인이 그가 우러른 경계없는 그 파아란 하늘을 다시 우러러 본다



1.jpg▲ 윤동주 시비와 우편 5m키의 무궁화 - 교토 도시샤 대학 2015 3 20
 
2.jpg▲ 초여름 보랏빛 시비 - 2015 6 25
 
3.jpg▲ 윤동주 시비와 우편의 정지용 시비가 나란히 - 도시샤 대학 2016 1 7
 
4.jpg▲ 도시샤대 채플 곁, 많은 선물이 놓여진 윤동주 시비 - 2015 1 7
 




이승신


시인, 에세이스트, 손호연단가연구소 이사장
이대영문과 와싱톤 죠지타운 뉴욕 시라큐스 대학원, 교토 동지사대 재학중
방송위원회 국제협력위원, 삼성영상사업단 & 제일기획 제작고문
 
저서 - 치유와 깨우침의 여정, 숨을 멈추고, 오키나와에 물들다
삶에 어찌 꽃피는 봄날만이 있으랴, 그대의 마음있어 꽃은 피고 外


[박형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