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위대한 톰 뷰캐넌 [문학]

글 입력 2016.03.23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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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톰 뷰캐넌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책보다는 영화로 먼저 접할 기회가 있었다. 책이 원작이라는 것은 일찌감치 알고 있었는데 읽어야지 되뇌고선 그 이후 잊어버렸던 것 같다. 영화 역시 아주 인상 깊었다. 잠깐 말해보자면 영화는 색이 참 화려했고 각 배역들의 연기가 뛰어났으며 표면적인 책의 내용을 오롯이 영상으로서 잘 담았던 것 같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나는 마냥 서사내용이 즐겁다고 웃을 수만은 없게 되었다. 영화를 볼 때는 화려한 이미지와 웅장한 음악에 가려져 영화 속 전하려는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았는데 책으로 보니 이것저것 생각해보고 싶은 것이 많았다. 무엇보다 유독 해당 책의 제목이 되새겨졌다.
 
 
개츠비가 위대하지 않은 이유

개츠비가 위대 하냐, 그렇지 않냐 에 대한 의견은 종종 독자들 사이에서도 이슈가 되곤 한다. 아마도 제목에 집중한 독자들이 만들어낸 개츠비가 위대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도 이에 동의한다. 다른 독자들의 리뷰를 읽다가 나와 같이 개츠비가 위대하지 않다고 적은 글을 봤다. 하지만 이유는 같지 않았다. 해당 글은 개츠비가 위대하지 않은 이유를 그의 부당한 부의 축적과 욕망, 이해타산적인 인간관계 등을 근거로 들었다. 나는 이를 읽고 글의 필자가 ‘위대하다’는 표현이 개츠비에게 어떤 의미라고 생각 하길래 본인들이 나열한 사례가 ‘위대하지 않음’을 나타낸다고 생각하였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위대하다’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도량이나 능력, 업적 따위가 뛰어나고 훌륭하다.’라고 되어있다. 개츠비는 위대하다. 표면적으로 성을 지어 수많은 사람들을 파티로 초대할 만큼 부를 지닌 능력도 있지만 사랑하는 데이지를 위해서 어떻게든 그녀의 마음을 끌어올 능력도 충분하다. 그것이 애틋한 5년 전의 감성이든, 돈이든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개츠비를 만나고–잠깐이지만-그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꼈다는 것이다.

개츠비의 5년 전 사랑을 다시 마주하는 것이 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자 목적이었다면 충분히 개츠비는 그녀를 끌어올 능력이 되어있었고 그래서 위대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츠비는 위대하지 않다고 생각한 이유는 결말에서 확고해졌다. 영화 초반부터 중후반까지 개츠비가 자신의 사랑인 데이지를 찾고, 그녀와 다시 잘 되어갈 때까지 그는 위대한 개츠비가 맞다고 생각했다. 심지어는-극 후반에 나오지만-사랑하는 그녀의 살인죄까지 덮어주는 순종적인 면모를 보아서도 그는 데이지를 사랑하는 데 있어 위대한 모습을 보였다. 적어도 이 책의 주된 주제가 사랑이라는 점에서 보았을 때 그렇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데이지는 개츠비를 배신했다. 그의 장례식장에도 가지 않았으며 그가 사람들에 의해 자신의 죄를 넘겨받았을 때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재산의 축적 과정이 어떻던, 사람들을 이해타산 적인 관계로만 지냈건 상관없이 결국 그는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다. 또한 개츠비가 데이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부를 사용했다고 하는데 그것은 사랑에 어리숙한 개츠비 나름대로의 방법이었던 것이지 데이지가 개츠비의 돈을 보고 그와 다시 사랑에 빠진 것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사랑하던 연인에 대한 그리움과 새콤한 흥미였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그가 위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데이지는 개츠비의 사랑을 거부했고 이는 개츠비의 사랑을 쟁취할 능력의 부재이다. 아마도 해당 글의 필자는 개츠비의 부정적인 면을 찾아내어 그것을 위대하지 않다고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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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톰 뷰캐넌

그렇다면 데이지는 위대한가? 그건 또 아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가장 사랑다운 사랑을 이루지 못한 것은 데이지가 아닐까 싶다. 그녀는 최소한 그녀가 추구하고자 하는 사랑에는 도달해있다. 5년 전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고 부를 찾아 톰 뷰캐넌과 결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비단 그녀가 추구한 완벽한 사랑은 아닌 것 같다. 아내로서 톰의 외도에 항상 심기가 불편해 있고 화도 낸다. 소설의 후반부에는 남편의 내연녀였던 머틀을 차로 치여 죽이기까지 하는 걸 보면 그녀는 톰의 재산 뿐 아니라 그의 마음까지 원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데이지는, 그리고 데이지의 사랑은 위대하지 않다.

생각하건대 가장 위대한 자는 톰 뷰캐넌이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사랑을 쟁취하는데 있어 가장 많은 능력을 지닌 자이다. 사랑하는 데이지도 그의 곁에 있고 5년 전 그녀의 연인이 와도 어떠한 방법을 써서든지-그게 비록 개츠비의 뒤를 캐내어 폭로하는 치사한 방법이었지만-그녀를 빼앗기지 않았다. 결국 사랑하는 그녀는 개츠비가 아닌 자신과 함께 한다. 또한 아내 외에 바람을 피우던 또 다른 연인 머틀도 있다. 비도덕적이고 이것이 어찌 사랑이냐 우긴다면 쉽게 반박할 수는 없지만 그의 사랑 방식에 있어서 그가 위대한 능력을 지닌 것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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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능력 간 관계에서 비롯된 위대함

‘위대하다’라는 형용사를 살면서 사용할 곳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정말로 감탄해 무언가에 놀랄 때 우리는 위대하다고 칭한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쉽게 남발하는 형용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책에서 개츠비를 형용하는데 사용했다면, 나는 그것이 책의 주된 감정인 사랑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직도 잘은 모르겠다만-내 주장대로라면 개츠비는 위대하지 않기 때문이다-아마도 개츠비를 위대하다고 한 이유는 소설 속 그가 데이지와 재회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한 점을 위대하다고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다. 사랑-능력을 곧게 이어서 해석하는 것이 소설 전체를 이해하는 데 있어 큰 걸림돌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소설 속 주인공들이 공통적으로 자신의 사랑을 찾는 데에서부터 소설이 시작하고 끝나기 때문에 당시 미국 사회나 배경을 접목시켜 책을 이해하는 것과는 또 다른, 색다른 해석이 되지 않을까 싶다.

끝으로 위대한 능력을 소유한 톰 뷰캐넌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의 매력을 느낄 수 없다. 사랑의 관점에서 그는 위대했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최소한의 예의와 도덕이 필연적인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일원인가보다.


[김지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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