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따스한 일러스트 작가, 나른 (2)

글 입력 2016.07.1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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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가님에게 영감을 주는 것들은 어떤 것이 있나요?

 음악, 밤 산책, 이불이 저에게 영감을 떠오르게 해줘요. 아무래도 분주하게 돌아다닐 때보다 잠시 멈춰 상념에 빠질 때 떠오르는데 음악을 듣고, 혼자 산책을 하고, 이불 속에 누워 있으면 어느새 저만의 세계로 빠지게 돼요. 그중 음악이 가장 중요해요. 이어폰을 꽂으면 주변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잖아요. 가끔 주변과 차단되어 다른 세상에 있는 느낌도 들죠. 그러면 나 자신과 주변 세계를 한 발짝 떨어져서 보게 돼요. 그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그림의 소재가 될 만한 것들이 떠오르죠.
 사실 매번 대단한 영감이 떠오르는 건 아니에요. 어떤 작품은 영감으로 그리고, 어떤 작품은 그렇지 않죠. 그래서 영감을 얻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요. 영감은 평소에 손 놓고 있다가 어느 날 반짝 떠오르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우선 스케치북 앞에 오래 앉아 있어야 해요. 텅 빈 종이를 무엇으로 채울까, 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죠. 또 평소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을 때마다 적어두고, 다른 작가들의 그림도 많이 보고, 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하고,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등의 작은 습관들이 모여 있어야 어느 날 무릎을 ‘탁!’ 칠만큼 좋은 것이 떠오를 수 있답니다.


네가 나에게.jpg
 네가 나에게


제가 밤에 혼자 울고 있는데 같이 자던 영이(고양이)가 일어나서 절 걱정해주던 장면이에요. 만약 사람이라면 “괜찮니?”, “무슨 일이니?” 라고 말 걸었을 텐데, 영이는 그저 저를 보고 있었어요. 사람 앞에서는 자기방어도 하게 되고 보통 눈물을 참는데, 고양이 앞에서 오히려 무장해제 돼서 더 서럽게 울었어요. 덕분에 평소에 못 운 걸 다 울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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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계절


제가 좋아하는 그림 중 하나에요. 다른 이유는 없고 그냥 밤 산책이 너무 좋아요.



Q.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해 주셨는데, 특별히 애착을 갖고 계신 작품이 있으신지요? 작업하시면서 에피소드가 있다면 같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제 그림의 대부분을 좋아해요. 아직까지 “아, 이건 망작이야!” 싶은 그림은 없어요. 그래서 그중에 특별히 애착이 있는 걸 고르려니 어렵지만, 아무래도 저를 그린 그림이 좋아요. 그림에 등장하는 여자가 다 긴 흑발 머리여서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하시는데 사실 일부는 가상의 인물을 그린 거고 일부는 저를 그린 거랍니다. ‘좋은 계절’, ‘네가 나에게’라는 작품은 저를 그린 거여서 좀 더 마음이 가요. 특히 ‘좋은 계절’은 나른한 저를 잘 표현한 것 같아서 맘에 들어요.
 작업하면서 겪은 에피소드가 있나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있네요! 작업하러 자주 가는 카페에서 작업과정을 SNS에 라이브로 공개한 적이 있어요. 그림 그릴 때 실수를 많이 하는 편이라 한 번에 잘 그리려고 긴장하면서 그렸는데, 몇몇 분들이 영상을 보고 신기해하셨어요. 한 손엔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고, 한 손엔 연필을 들고 불편한 자세로 그리고 있었죠. 한창 집중해서 그리고 있는데 갑자기 “언니!” 하는 소리에 놀라서 고갤 들어보니 같은 과 동생이 밖에서 저를 보고 들어와서 신기하다며 해맑게 인사했어요. 인사만 하고 후다닥 나가서 긴 대화는 못 했지만, 아마 SNS로 제 영상을 보는 도중에 카페에서 작업하는 절 발견하고 들어왔던 것 같아요. 이상한 자세로 그리고 있었기에 왠지 부끄럽기도 했고, 칭찬해주고 가니 좋기도 했고, 무엇보다 제가 더 신기했죠. ‘이런 기막힌 타이밍이 다 있네!’ 하구요.



3편에서 계속 됩니다.


[이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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