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런던] 모든것은 집으로 향한다.

글 입력 2016.09.02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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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런던]
 
 

글 그림 전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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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모든 것은 집으로 향한다.
   
 

   흐르는 눈물을 막을 방법은 없다. 두 손 모아 두 눈을 꼭 누르고 있어도 눈물은 그사이를 비집고 나온다. 그럴 땐 마음껏 울게 둔다. 그리고 눈물이 조용해질 때 쯤 차가운 얼음물을 마신다. 그러면 가슴에 차있던 억울한 마음이 정리된다. 이것이 두 달 아니면 석 달마다 찾아오는 나의 일과이다. 아침에 일어나 집을 나서는 순간, 발걸음 모양에서부터 오늘은 우는 날이 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안다. 찰랑찰랑 눈물이 찬 소리가 빈 거리를 울리면 돌아오는 길에서, 때론 집 앞, 화장대 거울 앞에서 눈물이 터져 나온다. 집을 나온 대학 시절부터 시작된 나의 눈물의식이다. 대학을 가기 위한 오른 상경 길, 지금까지 고향 집을 떠나와 살면서 공부한다고 때론 돈을 번다고 집을 내려가지 못했다. 졸업해서는 꿈을 찾아간다고 런던에 왔다. 눈물의식이 치러지는 날은 엄마에게 고하지 못했던 복잡한 세상살이, 억울한 일들과 외로움이 한꺼번에 찾아오는 날이다. 그리고 열렬하게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날이다.
 

   서울의 여름과 달리 런던의 여름은 선선함을 넘어 춥다. 바람이 불고, 서울 나뭇가지는 힘차지만 런던의 나뭇가지가 처량하게 흔들린다. 그런 런던의 여름날, 눈물이 찾아왔다. 마음에 눈물이 넘쳐흐르고 있었고 집에서 터뜨려야지 하면서 참고 또 참다가 길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이미 눈물범벅이 된 얼굴은 감출 수 없었고 가빠진 숨은 참을 길이 없었다. 소리 내어 엉엉 울어버렸다. 지금 당장 엄마 품에 달려가 두 손 가득 꽉 안고 싶었다. 그냥 돌아가고 싶었다. 더욱 세차게 울었던 것은 돌아갈 수 없음에서 오는 현실이었다. 나는 지금 어른이 되어가는 언저리에 서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엄마 품으로 돌아가면 영원히 어른이 될 수 없을 것만 같은 기분이 나를 더욱 불안하게 했다. 지금 내가 울고 있는 거리로 달려와 나를 달래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훌쩍이며 집으로 향했다. 어렸을 적 단지 쳐다봤다는 이유로 학교 오빠에게 맞고 들어온 그 날을 생각하면서, 온몸이 멍투성이가 되어 있었고 얼굴은 눈물, 콧물 바람으로 엄마를 애타게 찾던 날이었다. 신호등은 매번 빨강 불이었고 또한 그날따라 수학여행에서 돌아온 육학년 언니 오빠들을 맞이하러 나온 학부모들로 거리가 분주했다. 한걸음 띄기가 힘들었고, 집 가는 길이 참으로 멀었다.
    
 
   런던에 난 거리로 집을 찾아 들어가는데 순간 ‘참 멀리도 왔다.’ ‘왜 이렇게 집 가는 길이 멀지?’ 그날과 똑같은 물음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이 되었다. 눈물 바람이 지나간 다음 날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날이다. 생각과 마음이 가벼워지기 때문이다. 내가 집을 나온 21살, 그때부터 나는 집으로 향해 가고 있다는 물음의 답이 나왔다. 어느 날인가 우는 내 모습을 보고 왜 우는 거냐고 묻던 외국인 친구에게 그때 찾지 못했던 답을 이야기했다. 나는 항상 집으로 향하는 것 같다고 내가 런던에 있으면서 돈을 벌고 꿈을 찾아 극장에서 일을 것이 결국 집에서 돌아가려고 하는 것이 라고 말이다. 그 친구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내가 영영 한국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서운함과 불안함이 보였다. 말로는 잘 설명을 할 수 없지만 모든 것은 집으로 향한다는 것은 과거의 울면서 찾아 들어간, 런던 하늘에 엄마가 있는 집을 그리워하는, 미래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그곳으로 향한 끝없는 그리움이라고 이야기했다. 모든 사람이 그러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집을 나온 그 순간 우리는 항상 집으로 향해 있다고. 외국에서 많은 날의 아침을 지나도 산티아고로 훌쩍 떠나도 베를린 여행을 할 때도 항상 집을 향해 가고 있다고. 비로소 억울했던 마음이 삼켜졌다.
 
 

[전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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