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알렉산데르 크니아체프와의 7년 만의 해후

글 입력 2016.10.04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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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데르 크니아체프와의 7년 만의 해후


글 - 김승열 (음악칼럼니스트)



러시아의 숨은 명첼리스트 알렉산데르 크니아체프(1961- )를 7년 만에 KBS홀에서 해후했다. 필자는 지난 2009년 3월 3일 파리 살 플레이엘에서 블라디미르 페도세예프(1932- )가 지휘하는 모스크바 방송 교향악단과 드보르자크 단 하나의 첼로 협주곡을 협연하는 크니아체프를 본 적이 있다. 당시 그의 운궁은 거친 러시아의 광활한 대륙을 연상케 하는 야성적 에네르기로 충만해 있었다. 당시에 비한다면 이번 서울무대에서 선보인 쇼스타코비치와 프랑크,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해석은 야생성이 깨끗하게 일소된 정제미로 일관한 매끈한 연주였다. 어느 작품을 연주하든 긴 호흡으로 유장하게 끌고 가는 크니아체프 특유의 광막한 프레이징 구획은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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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회에 앞서 관계자가 무대로 나와 프로그램북에 공지된 원래 순서대로 연주한다고 이야기한 것은 잘못이다. 프로그램북에 공지된 애초의 원래 순서대로가 아니라, 전반부의 프랑크와 쇼스타코비치의 순서가 뒤바뀌어 있었다. 즉, 프로그램북에 공지된 대로 프랑크와 쇼스타코비치 순으로 전반부가 연주된 것이 아니라, 쇼스타코비치와 프랑크 순으로 연주되었기 때문이다. 주최측이 좀 더 신중을 기했어야 하는 대목이다.

반주를 담당한 1985년생의 러시아 피아니스트 크세니아 코간은 미지의 존재였다. 반주가 아니라 흡사 별개의 독주를 관망하는 느낌을 불러일으킨 이 러시아의 비르투오소에 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궁금하던 차에 연주회가 끝나고 무대 뒤로 찾아가 대뜸 물어보았다. 혹시 저 전설적인 왕년의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드 코간(1924-1982)의 손녀 아니냐고. 그리고 그의 아들인 명지휘자 파벨 코간(1952- )의 따님 아니시냐고. 돌아온 대답은 명쾌했다. 레오니드 코간은 자신의 할아버지가 아니라 큰할아버지이고, 따라서 파벨 코간은 자신의 큰아버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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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로 말할 것 같으면, 러시아의 명문음악집안인 코간가가 배출한 특급 피아니스트다운 거침없는 매무새였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날 10월 2일 일요일 오후에 크니아체프와 코간이 연주한 세 작곡가 중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소나타만 오리지널 첼로 소나타였고, 나머지 프랑크와 베토벤은 바이올린 소나타를 각각 쥘 델사르와 알렉산데르 크니아체프가 첼로 소나타 버전으로 편곡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프랑크의 첼로 소나타 버전은 첼리스트들이 선호하는 레퍼토리지만,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를 크니아체프 자신이 첼로 소나타로 편곡한 버전은 이번이 한국초연이었다. 그래서 뜻 깊은 무대이기도 했다. 흡사 베토벤의 웅혼한 첼로 소나타 3번을 듣고 있는 듯한 기분에 젖게 만든 크니아체프 편곡 버전 ‘크로이처’ 첼로 소나타는 또 다른 감흥을 전해주었다. 쇼스타코비치-프랑크-베토벤이라는 소련-벨기에-독일 레퍼토리를 순서대로 유창하게 연주하는 크니아체프와 코간을 바라보면서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탈경계의 비르투오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치있게 가랑비가 내린 이 날 여의도 KBS홀의 음향 또한 축축하게 젖은 이상적인 어쿠스틱을 과시하고 있었다. 이래저래 천우신조가 가세한 두 러시아 비르투오소의 신들린 명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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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NSIGHT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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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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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로이체르
    • 안녕하세요. 덧글 달려고 가입했네요. 그날 우연하게 초대권이 생겨 연주회에 갔었어요.
      제가 평소 클래식을 즐겨듣는 편은 아닌데 베토벤의 크로이체르 소나타를 많이 듣던 시절이 있었거든요.
      톨스토이의 동명소설때문이었어요. 그당시 샀던 테이프에는 양면으로 크로이체르소나타와 스프링소나타가 동시 수록되어 있었는데, 덕분에 스프링소나타도 무척 많이 들었답니다. 벌써 20년전이어서...
      첼로버전으로 듣는 크로이체르 소나타를 들으면서 무척 흥분되었어요. 제가 듣던 바이올린 연주보다 묵직하지만 정말 완벽한 첼로연주였어요. 연주자도 훌륭하지만 새삼 놀란건 베토벤이란 작곡가였구요.
      크로이체르소나타를 들으면 톨스토이가 느꼈을것 같은 영혼이 침잠하는것 같은 기분에 동참하게 되거든요.

      이 덧글을 달게 된건 다른이유인데요. 전 그날 크로이체르 소나타 연주 다음에 마지막으로 스프링소나타 한소절을 연주했다고 생각했거든요. 마지막 부분은 크로이체르 소나타랑 전혀 다른 분위기인...제가 들을때마다 나뭇잎 찰랑거린다고 느끼던 스프링소나타를 듣던 기분이었거든요. 어디에서도 확인할수가 없어서 검색하다 들어오게 되었어요.

      그날 알렉산더 크냐제브의 연주와 피아노가 완벽하게 합을 이루는걸 보고 하.....한숨이 절로 나왔어요.
      꼭 다시 들어보고 싶어요. 날씨가 쌀쌀해지니 더욱 생각나서 헤매고 있네요. ㅠ 기억은 점점 희미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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