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mina] 여성의 아름다움은 누가 정의하는가

글 입력 2016.11.1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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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며 외모 관리에 신경 쓰지 않는 이가 과연 얼마나 될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여성들은 아름다움을 얻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다이어트와 성형, 화장, 반영구 아이라인 또는 속눈썹 연장과 같은 시술, 제모, 네일 케어, 피부 관리, 운동, 헤어 관리 등. 여성들이 외모에 관심을 쏟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의 신체를 둘러싼 차별


외모를 기준으로 예쁜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 사이에는 차별이 존재한다. '예쁜 여자가 사랑도 많이 받아 성격도 좋아', '예쁜 여자는 고시 3관왕이나 마찬가지', '예쁘면 다 돼', '예쁜 여자 안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이처럼 예쁜 여성들을 향한 긍정적 평가는 실로 대단함을 넘어 찬양과도 같다. 일상생활을 넘어 취업 관문에서도 예쁜 여자의 외모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람인이 기업 인사담당자 312명을 대상으로 채용 시 지원자의 외모가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62.8%가 영향을 미친다고 답변했다. 또 외모에 영향을 더 받는 성별은 여성이 42.3%로 남성 9.7%보다 무려 4배나 높았다. 

그렇다면 예쁘지 않거나 외모를 꾸미지 않는 여성을 향한 평가는 어떠할까. '못생기고 뚱뚱한 여자들은 사랑 못 받아서 성격도 안 좋아', '민낯을 보여주는 건 실례', '뚱뚱한 여자는 자기관리가 부족해서 그렇게 된거야', '살만 빼면 예쁠 텐데', '좀 꾸미고 다니면 예쁠 텐데' '너무 말랐어' 이와 같이 예쁘지 않은 여성들을 평가하는 말들은 대부분 부정적이고 경멸과 인격무시를 동반한다. 외모지상주의라 불리는 사회 속에서도 유독 여성의 외모는 그 사람의 인격이나 자기 관리 여부와 동일시된다. 그리고 언제나 평가를 당하는 대상에 놓여있다. 게다가 이제 외모지상주의는 자기 관리라는 교묘한 단어 아래 숨어 여성들에게 더욱 아름다워져야 한다고 채찍질한다.    


미의 규격화


그렇다면 여성의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누가 정의내리며 평가하는 것일까. 여성들은 대체 누구에게 사랑을 받고 받지 못한다는 것일까. 여성의 외모를 끊임없이 평가하며 여성들이 미를 추구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이들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외모 꾸미기 미학과 페미니즘>에 따르면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의 정체성은 남성에게 쾌락을 제공하는 시각적 대상이자 남성의 소유물로 규정한다. 때문에 가부장제 사회가 여성에게 행사하는 미적 압력은 여성 스스로의 미적 욕망과 권리를 실현하기보다 가부장제의 남성적 시선을 만족시키기 위해 여성을 대상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여전히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예는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회가 정의한 예쁜 여성의 기준은 보통 갸름한 얼굴, 오똑한 코, 큰 눈, 하얗고 투명한 피부, 말랐지만 들어갈 데 들어가고 나올 데 나온 몸매를 가진 여성을 예쁜 여성이라 말한다. 미디어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젊고, 사회적(남성적) 기준에 맞춰진 여성들이며 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여성들에게는 그녀들의 외적인 부분을 희화화해 소비되는 역할만이 주어진다. 인터넷이나 잡지를 통해 보게 되는 뷰티 정보들 또한 남성의 시선을 타겟으로 한다. '남자들이 좋아하는 패션' '남자들이 좋아하는 헤어스타일' '남자들이 좋아하는 메이크업' '남심 저격' 등. 여성들의 몸은 다양성과 주체성을 상실한 채 규격화된 미를 강요당한다. 얼굴은 V라인, 한 듯 안 한듯 청순한 메이크업, 향기는 은은하게, 몸매는 너무 마르지도 뚱뚱하지도 않은 55사이즈, 하지만 가슴과 엉덩이는 커야 하는, 머리는 길고 윤기나게. 누구의 시선을 만족시키는 기준일까. 여성의 몸은 머리부터 발 끝까지 타자화된다.



대상화된 여성의 몸


문득 내가 경혐했던 한 가지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나는 가끔 어딘가에 긁히거나 다쳐서 피가 날 때가 있다. 그럼 어김없이 다친 부위엔 상처 딱지가 생기기 마련이다. 가만히 둬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언제나 그 상처 딱지를 살살 뜯어내고야 만다. 작년 가을이었을까. 그 날은 친척집에 방문해 수다를 떨며 즐겁게 노닥거리던 날이었다. 그러다 문득 내 발목에 있던 상처 딱지가 눈에 띄었다. 나는 여느 때와 같이 그것을 살살 뜯어 결국은 피를 보았다. 뜯자마자 주변에서 한마디씩 거들었다. 왜 뜯었냐. 너 그거 흉진다. 여자 몸에 흉터나면 어떡하니. 순간 불쾌했지만 속으로 생각했다. '여자 몸에 흉터 좀 생기면 안되나? 그까짓 게 뭐라고 이렇게 호들갑이람' 이상하지 않은가. 내가 상처를 뜯은 행위보다 상처를 뜯은 뒤에 내 몸에 남을 흉터를 걱정하는 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다. 여성의 몸은 작은 흉터조차 용납되지 않는 대상인걸까. 흉터가 생긴 몸의 주인은 아무렇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보는 타인의 시각에서는 보기 좋지 않은 것이다. 

여성이 획일화된 미를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타자화하게 되는 과정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타인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회는 남성보다 여성을 더욱 대상화 한다는 점을 단 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있다. CGV는 몇 달 전 알바생들의 복장규격으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임에도 남성의 복장은 안경착용금지와 헤어스타일 정도로 규정하고 여성의 복장은 빨간색 립스틱에서부터 생기있는 피부와 또렷한 눈썹, 스타킹의 색상, 머리망, 구두까지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규정짓고 차별해왔던 것이다. 이처럼 외모지상주의는 여성에게 상당 부분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입으면 기분이 좋거든요


앞서 <외모 꾸미기 미학과 페미니즘>에서 말한바와 같이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은 능력으로 인정받기보다 남성적 시선을 만족시키는 신체적 존재로 규정된다. 때문에 여성이 미적 주체가 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말로는 '외모지상주의를 타파하자. 사회 인식이 문제다' 라고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에게 유독 외모지상주의가 가혹한 이유는 여전히 여성을 대상화하는 가부장적 남성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남성 중심 사회속에서 획일화된 여성상을 추구하는 것. 이것이 진정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욕망인지 아닌지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너무 마르지도 뚱뚱하지도 않으며 딱 보기 좋다고 규정해버린 55사이즈를 위해 원치않는 다이어트따윈 집어던지고 우리는 우리의 신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44, 55, 66, 77 이런 여성용 사이즈가 무슨 상관이랴. 건강하면 그만인 것을. 내면의 건강미는 외면으로도 표출된다. 남자들이 싫어한다는 와이드 팬츠도 입으면 너무나 편하고 실용적이다. 바람에 펄럭펄럭. 통풍도 잘 되며 밥 먹은 후에도 그리 편할수가 없다. 여성에겐 노메이크업을 추구할 권리가 있으며 진한 교포 화장을 추구할 권리도 있다. 사회가 규정한 여성성과 개인의 미적 가치 판단은 다를 수 있으며 개인의 미적 권리를 추구하는 것이 바로 미적 주체가 되는 일이 아닌가. 여성이 남성의 기준으로 획일화된 미를 추구하지 않으면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너 그러면 남자들이 싫어해' 좋은 이야기다. 이 말을 듣는다면 아마 그 여성은 자신의 미적 주체권과 결정권을 손에 쥔 여성일것이다. 마지막으로 트위터에서 한창 유행했다던 해시태그로 글을 아무리 하고자 한다. 
저는 제가 입고 싶은대로 입구요. 이렇게 입으면 기분이 좋거든요.





이미지 출처: 구글


[장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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