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떠나요, 제주도~모든 걸 훌훌 버리고 [여행]

글 입력 2016.12.29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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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떠나요, 제주도~모든 걸 훌훌 버리고



제주도에 다녀왔다. 이번까지 하면 3번째 제주도 여행이다. 매번 가도 질리지 않고 오히려 때 마다 새로운 느낌을 주는 제주도. 이번 여행의 계획은 학기 중 과제로 지쳐있던 한 친구가 제주도 항공권 프로모션을 발견한 데서부터 시작했다. 휴학 중인 나도 나름의 일들로 지쳐있던 때에 충동적으로 구매한 비행기표는 힘든 일상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되어줬다. 그리고 드디어 D-day가 다가왔고, 여행기간에 크리스마스가 겹친 만큼 4명이서 서로의 씨크릿 산타가 되어 선물도 준비하며 설렘으로 가득찬 날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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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서울과는 공기부터가 달랐다. 확연하게 느껴지는 온도차도 제주도에 왔음을 실감하게 했다. 아쉽게도 네 명 다 운전면허가 없어 차를 렌트하지 못하고 버스를 타게 되었는데, 숙소까지 가는 버스 정류장이 인터넷 검색 결과와 다르게 되어 있어, 고생을 좀 했다. 하지만 여행 첫 날의 묘미랄까 그런 고생마저 웃어넘기며 즐거울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숙소마을에서는 일단 그 지역의 명소인 옥돔 요리집에 갔다. 같이 간 친구가 추천한 집이었는데, 간이 매우 짰다. 친구말로는 맛이 굉장히 바뀌었다고 하는데, 메뉴 선정의 실패도 역시 첫 날의 묘미로 호탕하게 웃어넘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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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근처 유명한 카페에 들러 차를 마신 뒤 숙소로 돌아와 낮에 샀던 제주도 흑돼지와 새우를 구워먹었다. 하루 종일 먹기만 한 기분이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사실 이번 여행은 먹방여행이었다. 주룩주룩 내린 비가 일조한 결과였다. 둘째 날은 하루 종일 비가 왔다. 제주도의 강한 바람까지 겹쳐 제대로 돌아다니며 구경하기도 힘들었다. 따라서 비를 피할 수 있는 실내를 위주로 다니게 되었는데, 음식은 항상 끼어 있었다. 씨에스 호텔의 식당에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점심을 먹고 그간 못했던 이야기들도 나누고, 소소한 게임도 하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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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이중섭 미술관은 휴관일이었다. 근처 들릴만한 곳도 문을 닫은 곳이 많았다. 비는 계속해서 내렸고, 우리는 또 실내를 찾게 되었다. 정원 같은 카페에 우연히 들어가게 되었고, 이야기는 끝도 없이 계속되었다. 차를 시키자 함께 나왔던 커피 콩빵의 맛은 정말이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렇게 한 두 시간 카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서귀포 숙소에 가서 짐을 풀었다. 피곤했던 우리는 한숨 잔 뒤, 저녁을 위해 올레시장으로 나왔다. 제주도에 왔으니, 회를 먹어줄 때가 되었다며, 모듬회를 주문하고, 에피타이져로 돌하르방 모양의 빵인 귤하르방을 먹었다. 메뉴선정에는 실패가 없었다. 모든 음식들이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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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카드게임을 하느라 늦은 아침을 시작한 우리는 아침 겸 점심으로 회덮밥과 초밥을 먹으러 갔다. 생각보다 굉장히 푸짐하고 다양한 반찬에 여행 중 가장 성공적인 식사였다. 다음에 서귀포쪽으로 놀러오면 다시 한 번 들리고 싶었다. 마지막 날은 다행히도 비가 그쳐 맑은 날씨였지만 바람이 어마어마했다. 이정도면 태풍수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동백꽃밭이 있는 위미리에 들려 사진과 추억을 남기고,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건물이라는 지니어스로사이로 향했다. 바다와 닿아있어, 바람은 더욱 거셌지만 풍경만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전망 좋은 레스토랑 겸 카페에서 광활한 바다와 지니어스로사이를 바라보며 힐링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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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 저녁은 제주시 동문시장을 구경하다, 갈치조림과 물회, 전복뚝배기를 먹었고 공항가기 전에 들린 공방 겸 카페에서 뱅쇼 한잔을 하는 것으로 제주여행 겸 먹방여행을 마무리 지었다. 그런 생각도 들었다. 제주도 갔는데, 이 곳 저 곳 둘러보러 다녀야지, 너무 먹기만 한 건 아닌가하는 생각말이다. 하지만 여행은 목적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고, 정해진 성공한 여행이라는 것은 없다. 우리의 이번 여행은 바쁨에서 벗어난 여유를 추구했고, 먹을 것이라는 것은 그 맛을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먹는 시간 동안 주고받는 이야기와 함께하는 시간이라는 것이 값진 선물이 되었다. 다녀온 모든 일정을 적은 것도, 먹었던 모든 것을 적은 것도 아니지만, 써 놓은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즐거웠던 그 순간들이 떠오른다. 한 해가 가기 전 즐거운 추억을 쌓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김현숙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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