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훈데르트바서의 그린시티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1.14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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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난히 추웠던 지난 토요일, 아주 오랜만에 여유가 생겨 그 동안 자주 가지 못했던 전시회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다양한 전시회가 진행 중이었지만, 나의 시선을 빼앗은 것은 <훈데르트바서의 그린시티>였다. 다소 생소했던 이름이었는데, 내가 그에게 끌렸던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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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꿈을 꾸면 꿈에 그치지만

모두가 함께 꿈을 꾸면

그것은 새로운 세상의 시작입니다.


                                                                 - 훈데르트바서




 훈데르트바서는(Hundertwasser)는 ‘강렬한 색채’와 ‘유기적인 형태’의 작품세계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화가이자 건축가이다. 가끔 전시회를 가면 유명한 몇몇 작품들을 보고 반해서 갔다가 대다수가 내가 생각했던 것들과 달라서 지루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하지만 훈데르트바서의 작품들은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없었다. 자유로운 그림체부터 강렬하고 분명한 색깔까지, 전시회를 보는 내내 눈이 호강하는 느낌이었다. 그림을 보고 탄성이 나오거나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나는 그에게 '취향저격'을 당한 것 같았다.

 전시회를 보면서 한 사람이 화가이면서 동시에 건축가라는 점은 굉장한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훈데르트바서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건축물에 대한 스케치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 되고, 그것이 건축물로 완성되면 또 하나의 거대한 예술작품이 되는 것, 그 자체로 경이롭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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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건축물들을 보면 부드러운 색채와 전체적으로 둥글둥글한 모양 때문인지 동화 속에 있는 어느 마을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는 현대 건축물의 획일적이고 규격화된 요소들을 거부하고 자유롭고 유기적인 형태의 건축물들을 만들어냈다. 도심 속의 높은 빌딩을 자연 한가운데에 가져다놓으면 어색하고 따로노는 느낌이 들텐데, 그의 건축물들은 다양한 색감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연의 일부인 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느낌이다. 실제 건축물들은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 여러 나라들에 지어졌다고 하는데, 유럽여행을 가게 된다면 버킷리스트에 담아놓고 꼭 방문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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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그의 예술적 감각을 자연보호, 생태학에 대한 표현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부터 주변 환경에 유독 세심함을 보였다는 훈데르트바서는 ‘자연’에 대한 경외심으로 인간과 산업으로부터 자연을 보호해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이를 토대로 자연보호와 관련된 캠페인 포스터를 제작하고, 시위에 참여하며 자신의 철학을 표현하였다. 그의 견고한 철학 때문인지 포스터를 한번 보면 너무나 강렬해서 이 포스터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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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비가 오는 날을 좋아했다고 한다. 햇빛이 강렬한 날 보다 비가 오면 세상이 촉촉해지고, 본래 자연이 가지고 있는 생명력을 발휘해 자연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색이 나타난다고 믿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에는 유독 '비'가 많이 등장한다. 그것이 떄로는 기쁨인 것 같기도, 슬픔을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저 비인 것 같기도 하다. 이에 대한 궁금증이 다음에는 또 어떤 작품에서 어떠한 의미로 비가 등장할까 하는 또다른 궁금증을 낳기도 했다.

 그의 예술 작품들은 그의 생각이자 철학이기도 하지만, 작품을 접하는 사람들에게 인간은 결국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돌아보게 하고, 자연과 함께 사는 삶을 꿈꾸도록 한다. 마치 자연과 인간을 연결해주기 위해 자연에서 내려준 사람처럼 말이다. 그러한 그의 분명한 철학이 그의 작품들 속에 온전히 담겨 있기에, '훈데르트바서'라는 예술가가 우리에게 보석같은 존재로 남은 것은 아닐까.





훈데르트바서의 그린시티
세종미술관
2016.12.14 ~ 2017.03.12


[송송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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