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휴대폰을 잃어버리다. [문화 전반]

글 입력 2017.01.21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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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여느 때처럼 학교 도서관 내에 있는 북카페에서 밀린 과제들을 수행하고 있었다. 열심히 집중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 어느덧 도서관이 문을 닫을 시간이 되었다. 부랴부랴 짐을 챙겨 들고 서둘러 북카페를 나서는데, 아뿔싸. 휴대폰이 보이지 않았다. 가방을 다 뒤지고, 주머니를 뒤집어보고, 내가 있던 자리까지 다 둘러보았지만 휴대폰을 찾을 수 없었다. 분명 북카페에 있는 동안 카톡을 주고받았던 기억이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휴대폰에 대한 기억이 없었다. 중간에 화장실 한 번 다녀온 것 밖에 없는데 말이다.

  휴대폰 하나 없을 뿐인데 그 순간 눈앞이 아득해졌다. 그 동안 누군가에게 급한 연락이 오는 것은 아닐까, 할부금이 아직 많이 남았는데, 내 개인정보가 어딘가로 팔려나가는 것은 아닐까, 집에 갈 때 심심해서 어쩌지… 불안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이후 도서관 경비실에 분실 사실을 알리고, 집에 오는 길 내내 머리 속은 초조함과 불안함으로 가득 차있었다.


불안.jpg
 

 집에 도착하자마자 통신사에 연락해 분실신고를 하고, pc카톡으로 지인들에게 휴대폰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다소 가라앉아, 평소처럼 내가 해야 할 일들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처음에는 휴대폰이 없다는 사실을 잊고, 이따금씩 연락 온 것이 없는지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찾았다. 하지만 휴대폰이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조금씩 마음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책상에 앉아 오늘 있었던 일들에 대해 다이어리를 쓰고, 내일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머리 속으로 정리했다. 책상을 보니 정리가 안된 듯 하여 오랜만에 책상 정리를 하고, 시간이 남아 동생과 함께 요가매트를 깔아놓고 가볍게 스트레칭을 했다. 평소 같으면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보며 SNS를 뒤적거렸겠지만, 그 대신에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손에 쥐었다. 책을 보면서도 누구에게 연락이 올까 신경을 곤두세웠던 것과는 다르게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술술 읽어 내려갔다.

 그러다가 문득 묘한 기분이 들었다. 휴대폰 하나 없을 뿐인데 이렇게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니. 저녁에 집에 돌아와 휴대폰을 하며 한 두 시간 보내고 나면 금방 잘 시간이 온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다른 일들을 해보니 저녁 시간이 꽤 길게 느껴졌다. 내가 그 동안 휴대폰에 얽매여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휴대폰이 있어 연락을 주고 받고,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편리함이 있지만, 그것에 익숙해지다 보니 휴대폰이 본래의 용도를 넘어 생활 전반에 깊게 스며들어 있었다. 문득 법정스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얽혀 있다는 뜻이다.

- 무소유 中 -



 다행히 며칠 후 도서관 경비실에 분실물로 휴대폰이 들어와 무사히 돌려받을 수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휴대폰이 없는 동안 온전히 나를 위해 쓰는 시간이 더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대폰을 되찾은 이후로 나는 여전히 휴대폰에 얽매여 있지만, 분명한 것은 그 전보다 조금 더 나에게 집중하고, 덜 얽매이고자 노력한다는 점이다. 앞으로 더 기술이 발전하고, 휴대폰 보다 더 뛰어난 문물이 등장할 지도 모르지만, 그것에 얽매이지 않도록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집중하는 것. 그것이 행복한 삶을 위한 기본은 아닐까?


[송송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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