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소] 정의된 삶에 질문을 던지다. '씨밀레프로젝트'

글 입력 2017.03.2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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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밀레프로젝트

연출 | 전민구
배우 | 이경아, 장석용, 임성균
제작 | 유창화
조명 | 신경배


 연극계에 공연하고 싶은 사람들끼리 모여 자신들만의 색깔을 만들어 가는 팀이 있다. 이들의 이름은 ‘씨밀레 프로젝트’이다. ‘영원한 친구’라는 의미가 있는 순우리말의 ‘씨밀레’. 이탈리아 음악용어로는 ‘특정구간 반복’이라는 의미도 있다. 관객들과 영원한 친구가 되고자 관객참여형 공연을 기획하는 그들. 관객들에게 참여의 경험을 주며 작품에 더욱 빠져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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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의 포스터


 하나, 둘, 셋… 다섯 명이 모여  [This is...] 를 공연했다. 웃음이 끊이지 않는 이들의 팀 분위기에서 작품을 만들며 함께한 시간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책상은 책상이다’에서 모티브를 얻어 기획하게 되었고, ‘이것이 왜 책상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정의된 대로 살아가고 있다.’라는 질문을 던져주는 연극이다. 현시대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나’에 대해 생각하고, 내가 무엇을 해야 행복한지에 대해 떠올리게 한다. ‘나’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사회에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This is...]를 조금 더 발전시켜 탄탄하고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전민구 연출가, 포스터와 영상을 통해 작품의 색깔을 전달해주는 제작 유창화, 진심이 묻어 있는 연기로 연극의 혼을 불어 넣어주는 배우 이경아, 장석용, 임성균을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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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의 리플렛


Q.  [This is...]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A. 전민구 : 처음에 연출가워크숍에서 임성균배우와 함께 했었어요. ‘책상은 책상이다’라는 책을 보고 이것을 가지고 계속 이야기를 하다가 기획하게 되었어요. 그때는 사이트도 마스킹 테이프로 선을 그어놓고, 마이크스탠드를 옷걸이로 쓰고, 의자 하나 두고.. 이렇게 시작했어요. 바닥에 네모만 만들어지면 어디서든, 배낭여행 갈 때도 공연을 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Q.  [This is...] 에 일상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이것을 통해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A. 전민구 : 말 그대로  [This is...]에요. 쉽게 풀어 말하기는 힘든 것 같아요. 제가 느끼기에는 this is? 물음표인데 저는 (…) 으로 했어요. ‘이건 뭐야?’ 라고 했을 때 정의된 삶을 사는 사람들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관객들이 종이뭉치를 배우에게 던지는 행동이 정의된 삶을 깨고자 하는 것을 표현하려고 했던 거에요.


Q. 종이뭉치에 담긴 의미가 있을까요?
A. 전민구 : 관객들이 연극을 보며 배우의 모습이 ‘자신’이다 라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피해자도 가해자도 ‘나’다 라는 것을요. 종이뭉치를 던지는 가해자이지만 이것을 힘들어하는 것도 관객이고… 이런 일상생활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종종 ‘왜 관객들에게 종이뭉치를 주며 던지라고 했냐’라는 질문을 받아요. 제가 했던 행동에 대해 가끔 ‘내가 이거 왜 했지?’라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특히 관객이 가장 많이 말해 주는 게 ‘사실 안 던지려고 했는데….’ 라고 많이 말해줘요. 관객들도 종이뭉치를 던지며 웃는 스스로의 모습에 대해 생각을 해보는 것 같아요.


Q.  [This is...]에서는 매일 같은 일상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담겨있어요. 연기하며 배우라는 직업 속에서 일탈을 꿈꾼 적이 있을까요?
A. 이경아 : 배우라는 직업이 여러 역할을 하면서 다양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그래도 이 안에 틀이라는 것이 존재해요. 그래서 벗어나고 싶을 때는 새로운 걸 배우기도 해요. 작년에는 기타를 배웠고, 지금은 아코디언을 배우려고 해요. 비록 다음 작품을 위한 거지만…. 하하
A. 임성균 : 배우라는 삶을 벗어난다는 것을 생각하면… 직장생활이 떠올려져요. 현실적으로 배우라는 직업이 금전적으로 힘들기도 하니까… 아르바이트하면서 연습하고… 그렇게 보내면 하루가 끝나니까요. 그래서 가끔 이런 생각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니면 맘 편히 여행 떠나고 싶은 것도 있어요.


Q. 씨밀레프로젝트는 관객참여형 공연을 하고 있잖아요. 그렇기에 더 힘든 점이 있을까요?
A. 이경아, 임성균 : 즉흥성이랑 순발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A. 전민구 : 제가 배우들에게 요구를 많이 하는 편이죠. 씨밀레프로젝트 특성에 제가 묻어있기도 해요. 제가 항상 불만이었던 것이 공연을 보면 항상 관람만 하러 간 느낌이 들었어요. 심지어 소극장에서도.. 저는 사실 관객들이 이상한나라의 앨리스의 ‘앨리스’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관객들에게 배역을 나눠줄 수 있을까 고민을 해보니까 관객 참여적인 연극을 만들게 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이것에 대한 부담이 배우들에게도 고스란히 가니까 힘들어하죠. 하하…. 그리고 관객 분위기도 때마다 다르니까 여러 부분으로 부담이 있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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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부터) 씨밀레프로젝트의 전민구 임성균 이경아 장석용 유창화


Q. 공연하며 기억에 남는 관객이 있을까요?
A. 임성균 : 기억에 남는 관객은 신진연출가전 자유참가작 나갔었을 때요. 그때 유치원생 아기가 무대에 올라와 무대 소품을 옮기고, 극중에서 퇴근하고 들어왔는데 문 앞에 옷걸이가 있고…. 당황스럽긴 했었죠,


Q. 그래도 유치원 아기 관객처럼 갑작스러운 상황이 생기면 관객들이 더 재미있어하지 않나요?
A. 이경아 : 관객들은 오히려 더 재미있을 것 같긴 한데, 이게 즉흥성이 큰 연극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 정해진 것이 있어서 이것이 갑자기 바뀌면 배우는 조금 힘들어요.
A. 전민구 : 마당극이었으면 모두가 웃고 넘어갈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근데 저희 마당극은 아니어서 배우가 집중에서 이끌어나가야 하는 연극이에요. 그래서 당황스러운 점이 있죠.


Q. (전민구 연출가님) 다른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에 왜 연극이 있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해본다고 하셨는데, 이 질문에 스스로 내린 결론 혹은 생각이 있을까요?
A. 전민구 : 아직도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선배나 선생님들께 여쭈어 본 적이 있어요. 저는 작품 할 때 패닉이 오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순간순간 ‘내가 공연을 왜 만들지?’ ‘극을 왜 만들지?’ 이렇게 갑자기 물음이 올 때가 있어요. 이럴 때 정말 안 풀려서 답답한데, 선생님도 ‘그게 숙명이야’라고 하시더라고요. 하하…. 그래도 끝까지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고민하면 더욱 좋아지겠죠.
그래도 하나를 믿고 있는 것이 저는 과거를 되게 좋아해요. 왜냐면 과거에 있던 일들이 지금 현재도 일어나고 있으니까요. 근데 과거를 보더라도 상권이 많이 올라가는데 문화가 미비한 것. 문화가 뛰어난데 상권이 미비한 곳을 비교했을 때 결국 끝까지 가는 것은 문화가 뛰어난 도시더라고요. 그래서 이게 연극이 세상에 필요한 이유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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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씨밀레프로젝트의 유창화 전민구 이경아 장석용 임성균


Q. 연기할 때 언제가 가장 좋아요?
A. 임성균 : 극장에는 무대와 관객석이 분리 되어 있잖아요. 근데 공간을 뛰어다니며 보이지 않는 선을 뚫고 나가는 순간이 있는데, 그때가 가장 좋아요


Q.  [This is...]를 선택하게 된 이유 혹은 씨밀레 프로젝트를 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A. 이경아 : 저는 이 작품을 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가 말없이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항상 대사 있는 연극만 하기도 하고,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이 작품을 하면서 느낀 것이 대사 있는 연극보다 더 정해놓을 것이 많고, 작은 약속들이 많이 있었어요. 은근히 헷갈리는 것이 많더라고요.
A. 임성균 : 처음에는 정해놓긴 하는데, 나중에는 그냥 보이는 대로 하게 되고 이게 계속 반복이 되니까 보이는 대로 했던 행동들이 정해진 것처럼 되고 그렇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회차가 계속될 때마다 계속 늘더라고요. 관객을 만나고, 호응을 받으며 저의 몸짓도 확실히 달라져요.
A. 장석용 : 작품을 하며 배우는 것이 많아요. 제가 연기를 배운 건 입시뿐이어서…. 자유롭게 연기를 배운 것 이번 작품을 통해서이었어요. 아직 20대 초반의 연기경력이 부족하지만, 전민구 연출가님이 도움을 주셔서 저에게 이런 좋은 기회가 올 수 있었던 거죠.
A. 유창화 : 처음 전민구연출가님이 제게 해주었던 말이 ‘배우가 땀을 흘리면 관객들은 박수를 치게 되어있다’라고 하셨는데, 경아 배우님이랑 성균 배우님 보고 확실히 느꼈어요. 두 분 연기할 때 에너지가 관객들을 감동하게 하더라고요.


Q. 마지막으로 연기 혹은 연출을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을까요?
A. 전민구 : 격려를 하죠. 맨땅의 헤딩처럼 해야 해요. 한번 하기로 했으면 끝까지 가봐야 하는 거고요. 예전에는 주위에 친구들이 ‘문화 쪽 일을 해보고 싶어.’ 라고 말을 하면 ‘그래 해봐’라고 했었는데, 요즘에는 SNS만 봐도 ‘20대 배우가 해야 할 것’ 이런 게 많이 올라와요. 너무 쉽게 말하는 것 같아요. 저는 ‘20대 배우가 해야 할 것’ 앞에 항상 (죽을 듯이, 미친 듯이 이것만 파야 한다) 라는 게 숨어져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에는 해보고 싶다는 친구한테 ‘다시 생각해봐’라고 말하게 돼요.
A. 이경아 : 이 부분에 안타까운 점이 청소년기에 제대로 된 예술교육을 받지 못하니까 이 분야의 안 좋은 점만 보게 되고 그러다 보니 계속 포기하게 되는 것 같아요. 좋은 환경에서 정식 공연을 해보고…. 다양한 것을 경험해보면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요?
A. 유창화 : 저도 주위에 그런 친구들이 있으면, 남 탓 안 하고 오롯이 너의 선택이면 끝까지 하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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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의 리플렛


 항상 연기, 연출에 대해 고민하는 씨밀레프로젝트.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색깔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 그간의 노력이 연극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 관객을 참여시키며 계속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게 하는 [This is...]. 살아가며 걱정이 많은 우리에게 현재 가장 필요한 연극이다. 앞으로 이들의 새로운 이야기, 발전된 이야기를 기대해 본다.





씨밀레프로젝트 소개(Smile Project)


 씨밀레는 순 우리나라말로는 ‘영원한 친구’, 이탈리아 말로는 '한 구간을 반복해서 연주하다.'라는 뜻입니다. 씨밀레 프로젝트는 그 두 뜻 모두를 차용하여 지속적인 공연제작을 통해 관객들과 영원한 친구가 되고자 합니다. 알파벳으로는 ‘Smile’로 표기하며, ‘웃음’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가집니다. 씨밀레 프로젝트는 창작자에게는 ‘나 자신을 마주 할 수 있는 작품’과 ‘관객들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작품’ 창작을 지향합니다. 또한, 관객들에게 일상의 아름다움과 ‘우리’라는 단어의 중요성에 대해 전하고자 노력합니다.


씨밀레 프로젝트(Smile Project) 조직 구성

대표/연출 전민구 조명 신경배 PD 유창화
고문 이경아 협력단체 Creative GO, 모이공프로젝트, 창작집단 꼴

  씨밀레 프로젝트(Smile Project)는 2015년 전민구 대표의 개인 프로젝트로 시작한 단체입니다. 기본 운영진을 토대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기획 된 프로젝트에 맞는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통해 작품을 만들어 갑니다. 이러한 시스템으로 아티스트들과 네트워크(Network)를 만들고 네트워킹(Networking) 강화를 통한 시너지(Synergy) 효과를 도모합니다.


씨밀레 프로젝트(Smile Project) 연혁

2015 5월
비공식 창설
8월
NO.1 창작극 'G선상의 아리아' 프린지 페스티벌 참가
NO.1 창작극 'G선상의 아리아' 신진연출가전 자유참가작 참가
2016 1월
NO.2 연극 'Kiss' 대학로 리듬 앤 시어터 7회 공연
7월
NO.3 일인극 ‘This is’ 춘천 연극제(소소연극제) 동상 수상
8월
NO.3 일인극 ‘This is’ 프린지 페스티벌 참가
NO.3 일인극 ‘This is’ 대학로 축제 참가 
NO.3 일인극 ‘This is’ 신진연출가전 자유참가작 참가  
9월
NO.4 연극 ‘Last Waltz’ 소극장 페스티벌 100만원 지원금 선정
NO.4 연극 ‘Last Waltz’ 꼴 단막극전 참가
2017 현재
창작극 ‘숨바꼭질’ 제작 중


인터뷰 및 씨밀레 공연리뷰

2016년 8월 프린지 블로그 [공연리뷰] 
당신의 일상을 의심해본 적 있나요? _ 씨밀레프로젝트_코크니
초침소리의 굴레_씨밀레 프로젝트_ 홍시
바꾸거나 아무렇지 않게 되돌아오거나_씨밀레프로젝트_헤라 
2016년 8월 대학 [공연] 씨밀레 : 대학로 거리에서 펼쳐지는 씨밀레의 창작연극
2017년 3월 아트인사이트(Art Insight) [문.단.소] 정의된 삶에 질문을 던지다. ‘씨밀레프로젝트’


연락처

Email: smile0projec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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