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알베르 카뮈 [오해] 돌아보기 -3 [문학]

[오해] 2막: 오해의 심화
글 입력 2017.04.20 22:1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막에 이어 바로 2막을 읽어보고, 분석해볼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오해(Le Malentendu) -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등장인물 : 마르타, 어머니, 얀, 마리아, 늙은 하인

2막 : 갈등과 절정



2막 1장

얀은 마리아를 떠올리며 갈등한다. 그 때 마르타가 정리를 위해 들어오고, 두 사람은 짧지만 깊은 대화를 나누게 된다. 마르타는 깊은 대화를 원하지 않았지만, 얀의 고향이라는 ‘태양과 바다의 나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잠시 흔들린다. 얀은 마르타의 내면의 욕망을 듣고, 그녀와 더 친밀해지지 않았나 하는 희망을 내비친다. 이에 마르타는 냉정하게 선을 긋고, 얀은 그에 상처받고 물러난다. 한편, 마르타는 꿈꾸던 ‘그곳’에 대해 듣고, 망설이던 마음을 다잡는 듯하다.


2막 2장

마르타가 나가고, 얀의 갈등은 심화된다. 가족을 되찾고,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정체를 속이고 여관에 머물렀건만, 가족들은 그를 알아보기는커녕 냉정하게만 대한다. 그는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고독감에 대해 독백한다.

“그러나 이 여관 방 안에서
그 누가 대답해준다는 말인가.”

독백을 마친 그는 망설이다 호출벨을 누른다. 늙은 하인이 노크하고 방문을 열지만, 그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얀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그를 돌려보낸다.


2막 3장

벨은 제대로 작동하지만, 그의 의문에 대답해주는 이는 없다. 허탈해하는 그의 방문에 노크소리가 들린다.


2막 4장

마르타가 홍차를 한 잔 들고 들어온다. 얀이 주문한 적 없다고 말하자, 마르타는 늙은 하인이 잘못 전했나보다며 몸을 돌린다. 그에 얀은 “괜찮다”며 두고 가라고 말한다.


2막 5장

“맥주 한 잔, 돈을 받고 주는 것. 차 한 잔,
그것도 이번에는 실수로 가져왔군."
“자, 그럼 돌아온 탕아의 귀향만찬을 들어볼까!”

가족들의 환대를 기대했던 그에게 현실은 너무나 삭막하고 냉정하다. 그는 자조하며 홍차를 한숨에 들이켠다. 그리고 노크소리가 들린다.


2막 6장

어머니가 들어온다. 사실 그녀는 마르타가 홍차를 내갔다는 것을 알고, 얀이 홍차(수면제)를 마시지 못하게 하려 했으나, 한발 늦었다는 사실만을 알게 된다. 그런 그녀에게 얀은 저녁식사 후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힌다. 하지만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며, 여인숙에서 어떤 호의를 느꼈음을 강조한다. 그에 대해 어머니는 손님에 대한 당연한 호의라고 답한다. 그를 보며 얀은 “이 집은 저의 집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그는 서로 가족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리지는 않았을까, 무의식으로는 서로 호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을 내비치지만, 어머니는 마르타와 공유하는 범죄자의 삶에 너무나 지친 탓인지 전혀 눈치 채지 못한다.


2막 7장

어머니마저 나간 후, 얀은 결심한다. 저녁에 떠나, 이튿날 아침에 마리아와 함께 찾아오기로, 그리고 본인이 당신들의 아들이며 오빠라는 사실을 밝히기로. 그러나 점점 밀려오는 수면제의 약효를 이기지 못하고 잠이 든다.


2막 8장

어둠이 내리고, 어머니와 마르타는 등불을 들고 조심스럽게 얀의 방으로 올라온다. 마르타가 그의 안주머니를 뒤져 지갑을 꺼내 돈을 세어본다. 그 사이 여권이 굴러 떨어지지만, 늙은 하인이 지갑을 주워간다. 모녀는 그 장면을 보지 못한다. 모녀는 이번 범죄에 대해서 마지막까지 갈등한다. 어머니는 얀이 저녁나절에 떠나려 했음을 알리지만, 마르타는 이미 늦었다고 일축한다. 그리고 마르타는 어머니를 설득하며, 망설이던 자신이 마음을 굳히게 된 건 얀의 탓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태양과 바다의 나라’를 열망하는 자신의 꿈을 자극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얀이 이 집이 자기 집이 아닌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음을 들은 마르타는, “이 집은 누구의 집도 될 수 없다”고 말한다. 둘의 갈등은 광적인 에너지가 남아 있는 마르타의 승리로 돌아가고, 결국 범죄가 저질러지며 막이 내린다.
 
“자, 그러나 내게는,
새벽은 영원히 돌아올 것 같지 않구나.”





  
  ‘오해’ 작품에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이 있다면, 2막은 위기와 절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얀은 여인숙에 머물며 기약도 없이 가족들이 자신을 알아보기를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돌아갔다가 마리아와 함께 돌아오며 자신이 ‘얀’임을 밝힌 것인가를 갈등하고, 어머니와 마르타는 마지막까지 이번 범죄의 실행여부에 대해 갈등하지요. 각자의 내적 갈등이 절정에 오르고, 각자의 입장에서 결론을 내립니다. 얀은 돌아가는 것으로, 그리고 마르타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실행하는 것으로.
 
  2막에서는 세 주연 인물, 특히 그 중에서도 얀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앞서 읽어보았던 1막에서 얀은, “고향을 떠나, 가족들에게 잊힌 채로 언제까지나 ‘이방인’으로 살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저는 얀이라는 인물이, 카뮈가 느꼈던 ‘이방인으로서의 고독’을 어느 정도 표현하고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카뮈가 얀에게 스스로를 이입했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그와 카뮈의 처지에 비슷한 점이 얼마간 있기 때문에, 얀이 느꼈을 고독감을 카뮈도 조금은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 점이 제가 마지막 키워드로 ‘알베르 카뮈’를 선택한 이유입니다.

  저는 이 연극에서 '마르타' 역을 맡아서 연기를 하는 내내, 사실은 제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인물이 각자 상징하는 것이 있고, 모두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극을 이끌어 가는 인물이 마르타라고 생각했습니다. 부정적인 에너지이긴 하지만 가장 많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고, 분량도 제일 많았기 때문입니다. 조금 오만한 생각이었지요. 반면에 저희 연출팀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늙은 하인이 주인공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에 가서 이야기하겠지만, 그는 '숙명'을의인화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장치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시 읽어보니 스토리의 중심이 되는 주인공은 '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만약에 사람이 타인에게 올바르게 인식되기를 바란다면 단지 자기가 누구인지를 솔직히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침묵을 지키고 있거나 거짓말을 하면 사람은 고독하게 죽게 되고 그의 주위의 모든 것은 불행에 빠지고 만다. 그 반대로, 사실을 말한다면 그 역시 언젠가는 죽게 되겠지만 타인과 자기 자신이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나서 죽게 되는 것이다.



  서문에서 카뮈가 언급한 이 '사람'이 바로 얀이기 때문입니다. 카뮈는 이 작품이 고대 연극의 주된 재료였던 '숙명'을 현대의 이야기에 적용시킨 극이라고 했습니다. 얀은 고향을 떠나 사랑하는 아내와 행복하게 살 수 있었지만, 숙명이라는 힘에 이끌려 고향으로 돌아왔고, 숙명에 휘말려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러니 이 비극의 주인공은 얀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의 죽음 뒤로 어둠이 찾아오고, 마지막 비극을 암시하며 막이 내립니다.


"자, 그러나 내게는,
새벽은 영원히 돌아올 것 같지 않구나."




[류소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