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위대한 기록] 나만 간직하고싶은 공간 - 동네 책방

글 입력 2017.04.30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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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간직하고 싶은 공간
동네 책방


어렸을 적부터 아파트의 환경에만 익숙했던 나는 '골목' 에 대한 로망이 컸다. 핸드폰도 인터넷도 발달하지 않았을 시절에 주택가가 늘어진 골목을 쏘다니면서 온 동네 친구들을 불러 모아 골목 놀이를 하는 것이 그렇게 멋진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성인이 되어 이곳, 저곳을 다녀볼 수 있게 되니 역시나 자주 찾아가는 곳들은 모두 골목이 미로 같은 동네들이다. 이런 동네들을 찾아갈 때마다 공통적으로 보이는 공간들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책방’이었다. 내 위치가 어디인지도 모른 채로 이 골목, 저 골목을 돌아다니다보면 꼭 만나는 아담한 휴식처들. 왠지 서점이라는 말보다는 ‘책방’이 더 어울리는 곳들이다.

연남동과 해방촌을 주로 가는데, 연남동에는 갈 때 마다 꼭 들르는 책방 한 곳과 해방촌은 노홍철씨의 ‘철든책방’을 찾아가다 마주한 곳이 있다. 이미 독립출판물 서점으로는 아주 저명한 곳들이다 보니 다 들어본 곳일지도 모르지만 꼭 한번 소개해보고 싶은 공간들이다.



#1 연남동, 헬로인디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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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곳에 방문했을 때, 나는 이곳이 책방인지도 몰랐고 그곳에 진열된 책들이 독립출판물인지도 몰랐다. 한마디로 독립출판에 있어서 무지의 상태였던 것이다. 그래서 첫 번째 방문 때는 ‘참 희한한 책들이 다 있네......’ 라고 생각하며 둘러보았다. 그러고 후에 이곳이 독립출판물 책을 파는 곳임을 알고서 정말 유심히 책들을 살펴보았다. 재밌는 주제, 생각지도 못한 주제들의 책들이 가득했고 그 속에서 나를 저격해버린 사진집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방의 사장님께 독립출판물에 대해 많은 걸 여쭤보고 싶었으나 아주 수줍게 건넨 첫마디는 ‘저...이...사진집은...언제 또..나오나요...?’였다. 친절하게 사장님께서 답해주셨지만 나는 너무 아쉬웠다. 블로그를 통해 틈틈이 헬로인디북스의 소식을 듣고 있지만 언젠간 손님이 없을 시간에 찾아가 사장님께 단골손님으로 눈도장 찍어보고 싶다.

헬로인디북스는 책방 안에 전시회도 하고 있다. 보통 책방 안에서 전시회를 할 정도면 엄청나게 규모가 큰 곳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책방의 작은 공간을 마련하여 열리고 있었다. 헬로인디북스에 확 매료가 되어버린 공간이 바로 이 전시 공간이었다. 작지만 작기 때문에 작품에 푹 빠질 수 있었고 더 자세히 보게 되었다. 언젠간 전시를 기획해보고 싶은 나에게 너무나 새롭게 다가왔던 전시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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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인디북스 전시공간 ⓒ 헬로인디북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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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인디북스 전시공간 ⓒ 헬로인디북스 페이스북


또, 책방 입구 앞에 두 칸 정도의 계단이 있는데 바로 요기서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 펼쳐진다. 나는 주로 평일 늦은 시간에 방문하다보니 ‘헬로크리에이터 계단테이블’을 본 적이 없지만 페이스북을 통해 올라오는 사진들을 보면 매번 연남동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든다. 조만간 계단테이블이 펼쳐질 때 꼭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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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크리에이터 계단테이블 ⓒ 헬로인디북스 페이스북


헬로인디북스를 포함하여 연남동에 있는 작은 책방들을 모두 모아 투어도 하고 연계 행사가 열리기도 하는데, ‘책이 있는 연남동’에 들어가면 연남동 골목의 책방 소식을 빠르게 들을 수 있다. 이렇게 연남동의 책방들이 모여 하나의 작은 동네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을 보면 내가 꿈꾸던 동네가 바로 이곳이 아닌가 싶다.



#2 해방촌, 고요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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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서사 외관 ⓒ 고요서사 페이스북


가게들이 늘어져 있고 사람이 언제나 북적대는 이태원과 한남동에서 조금만 더 남산 아래로 가보면 ‘해방촌’ 이라는 동네가 펼쳐진다. 이곳은 남산 밑에 형성된 언덕마을이다. 맨 처음 해방촌에 갔을 때는 이때도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몰라서 무조건 올라가기 시작했다. 걸어서 20분 이내라고 뜨기에 네이버 지도가 알려주는 길대로 걸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엄청나게 가파른 산길과 연남동은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미로 같은 골목이었다. 그래서 온통 주택가의 길을 따라가면서도 ‘정말.. 이곳에 책방들이 있단 말이지...?’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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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서사 내부 ⓒ 고요서사 페이스북


그렇게 한참을 등산하다시피 올라가서 만난 첫 번째 책방 ‘고요서사’였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었을까? 문이 닫혀있었다. 그날 찾아간 책방 ‘철든 책방’과 ‘고요서사’ 모두 문이 닫혀있어서 바깥에서 보기만 하다가 뒤돌아갔다. 그렇지만 고요서사를 소개하는 이유는 이곳은 ‘문학’ 중심 서점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골목골목에 위치한 서점들은 다들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데, 그게 바로 동네 책방들을 찾아다니는 묘미이기도 하다. 해방촌에 위치한 이 책방은 ‘문학’을 중심으로 책을 보유하고 있고 또 카페도 같이 운영 중이어서 조금 더 편하게 책을 구경할 수 있다.

‘고요서사’는 문학중심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다양한 워크숍을 열고 있다. 문학 전문가 분들을 모시고 ‘소설 읽기’, ‘소설 쓰기’ 등등 문학과 관련된 다채로운 프로그램들로 독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소설’을 무작정 읽어보기만 했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 본적이 없는 나로서는 ‘소설 읽기’의 워크숍이 무척이나 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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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서점이 두 곳밖에 없는 이유는 내가 많이 다녀보지 못해서인 것 같다. ‘동네 책방’이라는 어플을 깔아서 곳곳의 책방들을 알게 되었지만 열심히 다니진 못했다. ‘동네 책방’의 지도에 표시 된 서점들을 하나하나 방문하면서 나름대로 ‘클리어’하는 날이 올 수 있길 바란다.





[이정숙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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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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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yeonjg
    • 정말 서점이라는 이름보다는, '책방'이 더 어울리는 것같아요. 아기자기한 느낌도 있고-
      책만 살수있는 곳이 아니라, 전시도 볼 수 있고 워크숍도 하는 책방은 정말 '작고 위대'하네요. 길을 지나가다가 책방을 보곤했었는데, 왠지 용기(?)가 없어서 들어가보지 못했거든요. 다음에는 꼭 가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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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nny
    • 안녕하세요!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ㅎㅎ연남동의 헬로 인디북스는 저도 참 좋아하는 곳이라 반가웠어요~연남동 갈 때마다 꼭 기웃기웃 해보는 장소에요ㅎㅎ 작은 공간에 참 차곡차곡 채워져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더 따뜻한 것 같아요. 해방촌의 책방에는 가보지 않았는데 다음에 방문해보고 싶어요~ 연남동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미로같다니 꼭 네이버지도를 켜고 찾아가보아야 겠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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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매나무
    • 저도 독립서점에 몇 번 가본적이 있는데 주인장의 취향에 맞게 배열된 책들과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참 좋더라고요. 해방촌쪽은 가본 적이 없어서 한 번 가보고 싶네요. 독립서점, 동네책방의 매력을 글 안에 잘 풀어내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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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림
    • 저도 정말 책방 좋아해요! 북촌 까지밖에 가보지 못했지만, 이번 기회에 가봐야겠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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