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Essay] 우리가 사랑한 에세이들

글 입력 2017.05.05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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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에세이는 어느 때보다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서점의 에세이 코너에서 발길을 멈추고, 그만큼 많은 수의 에세이들이 출간된다. 사실 에세이는 꽤나 오랜 시간 사람들에게 사랑받아 왔다. 사람들은 그간 어떤 에세이집들을 사랑했을까? 교보문고의 연간 베스트셀러를 기준으로 그것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2000년도부터 2016년도까지의 교보 베스트셀러 50위 안에 기록된 에세이집을 기준으로 하였다. '많이 팔렸다'는 것이 책의 모든 것을 설명해줄 수 없으며, 그것이 책의 가치와 같다고 볼 수도 없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어떤 책을 많이 읽는지 살펴보는 것은 나름의 가치가 있으며, 경향성을 살펴보기에도 좋다. 따라서 이를 바탕으로 약 6년을 주기로 사랑받았던 에세이집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 2000~2005년, 사랑받은 에세이 ]

   이 시기에는 종교인, 외국 작가들이 쓴 에세이집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현각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1>), 법정 (<오두막 편지>, <무소유>, <홀로 사는 즐거움>), 원성 (<풍경>, <거울>), 틱낫한(<화>), 달라이 라마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용서>) 등 많은 종교인들이 에세이집을 출간하였고,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피에르 쌍소),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미치 앨봄), <폰더씨의 위대한 하루>(앤디 앤드루스) 등을 비롯한 외국 작가들의 에세이집들 역시 많은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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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소유>, 법정

   많은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은 법정 스님의 <무소유>는 2000년부터 2002년까지 3년간 베스트셀러 50위 안에 기록되었다. 어렵지 않은 말들로 쓰여 있지만 내용까지 가볍지는 않다. 법정 스님이 그의 일상에서 느낀 것들, 깨달은 것들, 생각하는 것들을 책을 통해 소상히 느낄 수 있다.

 
   "산에서 살아 보면 누구나 다 아는 일이지만, 겨울철이면 나무들이 많이 꺾인다. 모진 비바람에도 끄떡 않던 아름드리 나무들이, 꿋꿋하게 고집스럽기만 하던 그 소나무들이 눈이 내려 덮이면 꺾이게 된다. 가지 끝에는 사뿐사뿐 내려 쌓이는 그 가볍고 하얀 눈에 꺾이고 마는 것이다.

   깊은 밤, 이 골짝 저 골짝에서 나무들이 꺾이는 메아리가 울려올 때, 우리들은 잠을 이룰 수 없다. 정정한 나무들이 부드러운 것 앞에서 넘어지는 그 의미 때문일까. 산은 한겨울이 지나면 앓고 난 얼굴처럼 수척하다."

- <무소유> 35p, 설해목 - 




[ 2006~2010년, 사랑받은 에세이 ]

   2000-2005년에 비해 한국 작가들의 에세이집이 베스트셀러에 많은 이름을 올린 점이 주목할만 하다. 공지영, 이외수, 박완서를 비롯한 한국 작가들의 에세이집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공지영의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와 이외수의 <하악하악: 이외수의 생존법>, <청춘불패: 이외수의 소생법>, <아불류 시불류>는 모두 베스트셀러 50위 안에 기록되었다. 외국 작가들의 에세이집 역시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한편 한비야, 박지성, 김연아 같은 '존경'할만한 사람들의 에세이집에 대한 관심 또한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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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공지영은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작가이다. 그녀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높고 푸른 사다리>, <즐거운 나의 집>,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도가니> 등 많은 소설을 집필하였다. 특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도가니>는 각각 2006년, 2011년 영화화되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공지영 에세이 역시 꾸준한 사랑을 받아 왔다.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는 2008년-2009년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50위 안에 기록되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딸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으로 되어 있는 이 책은, 딸을 대하는 엄마의 진심과 위로, 격려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한 그것은 공지영 작가가 딸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에게 건네는 말이기도 하다.


   "참 이상하지. 살면서 우리는 가끔 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는 때가 있고 하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는 때가 있어. 이 둘을 구별할 수 있다면 프란치스코의 말대로"지혜"를 얻는 일이 되겠지. 그런데 이 세상은 말이야.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깨달아야 할 때를 훨씬 더 많이 준다. 소풍가는 날 나빠지는 날씨하고, 나 싫다고 가는 사람하고, 엄마랑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데 마음하고, 어떤 때는 그걸 견뎌야 하는 내 마음까지." 제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게 해 주소서."

-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136p -



2) <하악하악: 이외수의 생존법>, 이외수

   이외수 역시 소설가이지만 <하악하악: 이외수의 생존법>, <청춘불패: 이외수의 소생법>, <아불류 시불류>, <절대강자> 등의 에세이집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하악하악: 이외수의 생존법>은 앞서 살펴본 다른 에세이집들과는 조금 다르게, 글의 길이가 조금 짧다. 짧은 문장이지만 그의 생각이 집약적으로 나타나 있고, 그의 재치 또한 느낄 수 있다. 그림과 여백을 활용하여 글을 조금 더 여유롭게 읽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126. 왜 사람들은 행복을 잡기 위해서라고 말하면서 한사코 행복의 반대 편으로만 손을 내미는 것일까요"

   "235. 시간의 강물 가득히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내 젊은 날의 환영 하나가 남루한 차림새로 담벼락에 이마를 기댄 채 오열을 참아내고 있습니다. 모두들 나를 버리고 어디로 멀리 떠나버렸을까요. 세상은 텅 비어 있고 빗소리만 자욱합니다."

- <하악하악: 이외수의 생존법> 131, 229p -




[ 2011-2016년, 사랑받은 에세이 ]

   베스트셀러 50위 안에 속하는 외국 작가들의 에세이집 비중이 이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 한편 문인들이 등단 후 소설/시를 쓰며 에세이집을 집필하는 것과 달리, 기존 문단 제도를 거치지 않고 에세이집을 출간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SNS에 글을 올리고 독자들과 직접적으로 소통을 하다가 반응이 좋으면 출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종교인이나 문인, 존경 받을만한 사람이 아니어도 '에세이'를 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평범함'을 자처하는 많은 이들이 그들의 진솔하고 소박한 이야기들을 담아냈고, 평범한 이들의 큰 공감을 얻었다. 에세이집의 종류도 '그림 에세이', '사진 에세이', '여행 에세이' '캘리그라피를 담은 에세이' 등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향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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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프니까 청춘이다, 김난도

   2011년에서 2013년까지 베스트셀러 50위에 이름을 올린 에세이집으로, 화제작인 동시에 문제작이었다. 저자 김난도 교수는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픔을 겪고 있는 청춘들에게 위로와 조언을 건넨다. 취지는 좋았으나, 책에 대한 비판은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그것은 '사회구조적' 문제를 간과했기 때문일 것이다. 청춘은 여러 문제들도 맞닥뜨리게 되고 방황도 하게 되는 시기임이 틀림없다. 그렇지만 그것이 사회구조적인 문제로부터 기인하고,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느껴질 때 청춘들은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다. 혹자는 말한다.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아프니까 청춘이고, 아프니까 중년이고, 아프니까 노년'이라고. 3년 간 베스트셀러로 기록된 만큼 공감되는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저자는 '입석 3등칸'에서 시작해 '1등칸'으로 가라고 했지만, 지금의 사회는 어쩌면 '입석 3등칸'에서 시작해서 '입석 3등칸'으로 끝나는 그런 사회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청춘이여, 일단 시작하라. 자기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일단 겸손하게 사회에 발을 딛어라. '입석 3등칸'일지라도 일단 기타에 올라타라. 그리고 천천히 1등칸을 향해 움직여라. 그것이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기차의 1등칸으로 단번에 뛰어오르는 것보다 쉬울테니"

- <아프니까 청춘이다> 298p, 일단 기차에 올라타라 -



2) 나에게 고맙다, 전승환

   전승환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등 다양한 채널에서 「책 읽어주는 남자」로 알려져 있으며, 매일 좋은 글을 선별해 구독자들과 소통하는 작가이다. <나에게 고맙다>는 2016년 교보 베스트셀러 8위이며 에세이 중에서는 2위를 차지했다. 책은 감성적인 사진들과 문구로 채워져 있다. 책의 목차는 '지금까지 힘껏 버텨준 나에게, 새삼 고맙다', '못 본 척 얼버무린 내 마음에게, 괜찮아 울어도 돼', '사랑에 울어본 적 있지만, 그래도, 사랑해' 등 자신에게 건네는 위로들로 구성되어 있다.


"너무 거창한 것만을 이루려고 노력한 것은 아닐까.
지나가는 아이들의 웃음 속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고,
길을 걷다 우연히 들려온 음악에서
마음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던
그 사람을 떠올릴 수도 있고, TV 속 한 장면을 보며
좋았던 옛 추억을 기억해 낼 수도 있다."

- <나에게 고맙다> 29p, 일상의 낭만 -




   그간 사랑받았던 에세이집들을 찾아보면서, 우리가 에세이를 읽는 이유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특히 최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좋은 반응이 출간으로 이어지는 현상은 굉장히 흥미롭다. 소셜 미디어에서 글을 쓰는 것은 그간의 에세이와는 어떤 차별점을 지니는지에 대해 보다 깊게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마친다.


참고 : 교보문고 연간 베스트셀러 목록 
사진 : 네이버 책

[About-Essay] 왜 지금 에세이인가


[노혜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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