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의 소년에게 투표하세요! :프로듀스101 시즌2[문화전반]

글 입력 2017.06.20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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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주인공은 나야 나 !'


  101명의 소년이 한 무대에 서서 활짝 웃으며 한 목소리로 노래했다. 그리고 많은 국민들은 ‘국민 프로듀서’가 되어 한 아이돌 그룹의 제작자가 되었다. 프로그램의 인기는 실로 대단했다. 4억 9천만의 영상 누적 조회 수, 2900만 표의 누적 투표수를 기록하고, 각 영상 플랫폼과 음원차트에서 영상과 음원이 상위권의 순위를 유지 하는 모습을 보였다. 프로그램이 종영한 지금 이 순간에도, 프로그램으로부터 파생된 단어 ‘정말(J) 바람직한(B) 조합(J)의 약자 JBJ(탈락한 연습생 7명으로 이루어진 조합)가 실시간 검색어에서 1위를 하고,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보이 아이돌 그룹 ’뉴이스트‘의 2012년 발매곡이 실시간 차트 1위로 역주행하는 모습을 보이며 그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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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소년에게 투표하세요!


 연습생들은 100% 국민의 투표로 인해 데뷔가 결정된다. 투표를 통해 순위를 매겨 상위 11명의 연습생이 데뷔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 때문인지 한 표, 한 표를 위해 연습생도, 국민 프로듀서들도 온 힘을 쏟았다.
 국민 프로듀서가 된 국민들이 저마다 좋아하는 연습생을 응원하는 방법은 다양했다. 교내 곳곳에 연습생들을 홍보하는 포스터를 부착하고, 지하철 역 내에 전광판 광고를 설치하고, 연습생의 사진을 내걸은 버스를 시내 곳곳에 돌아다니게 하는 등 홍보에 온 힘을 쏟았다. 덕분에 전국 곳곳에서 그들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고, 그 때문인지 온 국민의 관심을 끌었다. 네이버, 다음과 같은 대형 플랫폼이나, 거의 모든 커뮤니티에서도 그들에 관한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어서 큰 관심을 얻게 되었다. 그 결과 누적 투표 수 2900만 표, 실로 대단한 수치를 보이게 되었다. 그렇게 전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프로그램이 얼마 전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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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 101 시즌 2 마지막 회>

 최종 11인이 선정되던 순간은 가히 ‘청춘’ 그 자체라 부를 만 했다. 최종 합격자와 탈락자들이 한데 모여 축하해주고, 다독여주고, 눈물 흘리며 서로의 꿈을 응원해주었다. 프로그램의 종영과 동시에 데뷔를 하는 연습생과, 다시금 기약 없는 연습을 하게 될 연습생으로, 각자 다른 길을 가게 되었지만 그들은 서로를 응원했다. 이 프로그램 자체가 같은 꿈을 꾸는 101명의 소년들의 ‘청춘’을 보여준 것이라 생각된다. 청춘의 끝에 어떤 결말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말이다. 사람들은 그들의 찬란한 -어쩌면 찬란하지 않을- 청춘에 매료되어 이 프로그램에 빠진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누군가의 꿈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응원하고, 눈물 흘리면서.
  



   청춘, 그 의미에 대하여

 본인도 ‘국민 프로듀서’로써의 사명감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이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보고 있는 입장에서는 흥미진진했지만, 한편으로 누군가의 꿈이 또 다른 누군가의 오락거리로 전락한 모습을 본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다. 연습생의 끝은 데뷔를 하느냐 마느냐로 결정된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그토록 치열한 경쟁을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 의미를 잃은 단순한 오락으로 소비하게 된 것이다.
 그 과정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우선, 일명 ‘악마의 편집’이 큰 문제가 되었다. 관심을 끌기 위해 억지로 자극적으로 편집을 하는 것이다. 다른 상황에서 쓰인 말을 마치 남을 비하하는 말인 것처럼 편집하고, 대사들을 짜깁기해서 불필요한 논란을 조장하기도 했다. 때문에 소년들은 자신의 꿈과 노력에 대해 손가락질 받아야 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장면들로 이유 없이 질타 받아야 했다.
 분량에 대한 문제도 컸다. 이는 연습생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가 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101명의 연습생 중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연습생은 한 회당 평균 3~4초가량 출연했다.) 때문에 누군가의 노력과 열정은 전파를 타지도 못하고 그대로 끝나버린 경우가 많았다. 인위적으로 조작되고 해석된 모습으로 그들의 도전이 전파를 탔고, 그마저도 분량이 없어 대중 앞에 드러나지 못하게 된 경우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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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생들이 순위와 이름이 적힌 이름표를 옷에 부착하고 있는 모습>


 프로그램 포맷 상 가장 큰 문제는 ‘순위 만능주의’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점이다. 연습생들은 처음부터 A등급부터 F등급까지 나눠졌고, 하나의 ‘낙인’처럼 순위와 이름이 적힌 커다란 이름표를 항상 몸에 붙이고 다녀야했다. 순위가 낮은 연습생들은 본인 스스로 상위권 연습생들보다 모자란 사람이라고 여겨 주눅 들어 있는 모습이 종종 방송에 비춰졌다. 패기 넘치는 소년들에게 이 순위는 열정의 포상인 양 포장되고 있다. 실제로 순위가 낮다고 실력이 나쁜 것은 (절대) 아니었다. 사실 방송에 많이 비춰질수록, 좋은 이미지로 보여 질수록 높은 순위를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편집으로 인해 크게 좌우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가 돌아가지는 않았고, 또한 인위적이고 허구적인 편집으로 인해 이유 없이 질타를 받는 경우도 다수 생기게 되었다. 순위로 인해 좌우되는, 이리저리 흔들리는 연습생들의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들의 꿈에 대한 의미가 폄하된 듯 보였다.  
 제작자는 전 국민의 관심에 더불어, 더 큰 관심을 얻으려 무리하다 다양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저번 시즌의 경우 최종 경연에 22명의 연습생이 오르게 되었는데, 이번 시즌에서는 급작스럽게 20명으로 변경되었다. 이는 관심을 끌기 위한 피디의 단순한 결정이라고 한다. 그 덕에 원래 마지막 무대에 설 수 있었던 2명의 연습생들은 도전을 더 이상 이어갈 수 없게 되었다. 누군가의 꿈이 단순한 관심거리를 위해 처참히 밟히는 것 같아서 굉장히 안타까웠다. 당시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당사자들의 심정을 헤아릴 수 없을 것 같다.  
 그 발표 방식 또한 논란이 되었었다. 본래 1위와 2위 연습생들만 무대 위 단상에 올라 결과 발표를 듣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극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탈락 커트라인인 20위와 탈락을 하게 될 21위 연습생을 무대 위로 불러 결과를 발표했다. 간신히 20위를 해 합격한 연습생은 무대 위 자신의 자리로 착석했고, 탈락한 21위 연습생들은 다시 무대 밑, 탈락자들이 앉아있는 자리로 돌아갔다. 덕분에 커트라인인 20위로 합격한 연습생이 더 극적으로 비춰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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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 발표를 듣는 20위, 21위 연습생>

‘잔인하다.’     


 이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누군가의 꿈이 단순한 관심거리로, 극적 요소로 전락하게 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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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방송으로 진행된 마지막회 무대>

 과한 연출은 최종 11인이 결정되는 마지막 방송에서도 이어졌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던 최종 무대에는 이전에 탈락했던 77명의 연습생들이 초대되었다. (건강상 문제와 개인적인 논란으로 인해 하차한 4명의 연습생은 출연하지 않았다.) 이전에 101명이 다 같이 꾸몄던 ‘나야 나’무대를 재현하기 위해 초대된 것이다. 방송 시작부분에서 97명이 함께 무대를 섰다.(이 경우에도 최종20인을 제외한 나머지 77명의 모습은 카메라에 제대로 비춰지지도 않았다.) 그 후, 최종 경연을 치루는 20명의 연습생들은 무대 위에서 공연을 이어갔고, 나머지 77명의 연습생들은 공연장 한 켠에 다같이 앉아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어야 했다.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자신의 도전은 끝났지만, 그 도전을 이어가는 다른 연습생들을 가만히 앉아 바라보고 있어야 했다. 그리고 결국 꿈을 이루게 되는 11명의 연습생을 눈앞에서 지켜보고 있어야 했다. 당시 심정에 대해 연습생들은 ‘앞날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보니 너무 부러웠다.’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했다.

  
 자신의 앞날을 알 수 없는 연습생들에게 방송 출연은 소중한 기회가 된다. 그 부분에 있어서 이 프로그램은 그들에게 좋은 기회가, 발판이 되어 주었다 생각한다. 하지만 과도한 시청률 경쟁에 가려져 그들의 꿈과 열정이, 그 의미가 다소 진정성을 잃은 것처럼 보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다양한 이슈와 더불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누군가의 도전이 막을 내렸다. 그들은 그 도전을 이어나갈 것이다. 잊혀질 수도, 멋진 모습으로 대중의 앞에 다시 나타날 수도, 또는 다른 길을 가게 될 수도 있지만 101명의 소년들은 계속해서 꿈을 꿀 것이다. ‘프로듀스 101 시즌2’, 그것은 단순한 경연이 아닌 꿈을 향한 도약이 될 것이다. 누군가의 청춘을, 101명의 모든 청춘을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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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국민을 울고 웃게 만들었던 101명의 소년들의 모습은 어딘가 우리와 닮아있다. 우리네도 꿈을 향해가는 청춘이다. 그 끝에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어떤 청춘이던, 어떤 꿈을 향해 가던 응원 받아 마땅하다. 손가락질해도 되는 청춘이란 없다. 타인이 제멋대로 해석해도 되는 청춘 또한 없다.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모든 청춘의 꿈을 응원할 것이다.


[김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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