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처럼 아름다운 가사의 노래 4선 [문화 전반]

글 입력 2017.06.20 22:1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music_by_enchantedhearts88-d4p0ea2.jpg
 

 그런 노래들이 있다. 유독 가사가 마음을 울리는 노래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다른 노래들과 달리,
귀를 타고 내려와 가슴에 머무는 노래들이 있다.

시간이 지나도 재생목록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 노래들이 있다.
마치 시처럼 아름다운, 그런 노래들 몇 곡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1. 김윤아 - '유리' (album : 타인의 고통)

우리는 유리처럼 나약해 / 곧잘 깨져서는 서로를 할퀴네

절망처럼 검은 밤이면 / 서로의 체온 속을 파고들면서도
덩굴처럼 얽혀서 / 가시 돋친 꽃을 피우지

상처 입고 상처 입히면서 / 눈물을 먹고 자라는
가시 돋친 꽃의 이름을 / 행복이라 부르지
행복은 아름다워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김윤아는 시인에 가깝다. 그녀는 시처럼 가사를 쓰고, 낭송하듯 노래를 읊는다. 이번 앨범 '타인의 고통'에서는 모든 이들의 가슴 속에 깊이 묻혀있던 고통을 일깨우고,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끝내 보듬고 끌어안는다. 결국 울게 되고 마는 것이다.



 


2. 이소라 - 'track 5' (album : 7집 이소라)

해 질 무렵 하늘 봐 / 그 위로 흐르는 밤
푸르짙어 / 별그물 설킨 어둔강


난 새롭거나 모나지 않은 말 주워
좀 외롭거나 생각이 많은 날 누워
내 음을 실어 내 말을 빌어서 부른다


 이소라의 가사들은 참 감각적이고 언어유희적이다. 정성들여 단어 하나하나 고른 게 눈에 보인다. 7집은 그녀가 전곡을 작사해서 듣는 내내 행복했다. 특히 '말'에 대해 다룬 이 노래는 그녀가 얼마나 '말'을 사랑하고, '말을 사랑하는 이'를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 곡이다.


 


3. 넌 아만다 - 우린 함께 춤을 췄었는데 (single album)

너의 한 쪽 발은 땅을 딛고 있고 / 다른 발은 하늘을 천천히 가로지른다
너의 팔은 살짝 굽어 / 아름다운 원을 그려 / 온전히 널 그 안에 담는다

내 주머니에 들어있는 / 손이 쥐고 있는 것이 / 변명인지 꿈인건지
확신할 수 없는 밤이 늘어만 가고
여전히 넌 춤추고 있다 


 눈을 감고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자연스레 무대 위에서 아름답게 춤추고 있는 한 여자가 떠오른다. 춤은 정적이지만 유려하다. 그녀는 신뢰와 확신에 가득찬 표정이며, 간간이 화자와 눈을 마주치며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이 모든 장면들은 단지 회상에 지나지 않아, 눈 앞에 선한데도 살짝 빛이 바래있다.
 가장 좋아하는 가사는 '내 주머니에 들어있는 / 손이 쥐고 있는 것이 / 변명인지 꿈인건지'. 여기에서 한동안 멈춰있는 사람들이 나 말고도 꽤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4. 권나무 - 사랑은 높은 곳에서 흐르지
(album : 사랑은 높은 곳에서 흐르지)

사랑을 도망칠 때 / 자연스럽게란 말은 하지 마
사랑은 물과 같이 / 높은 곳에서 흐르지


 앞서 다룬 아티스트들도 마찬가지지만, 권나무의 곡들은 하나 같이 다 가사가 좋아서 가장 좋은 곡을 꼽기가 힘들다. 그는 표현력이 뛰어나서 같은 말을 해도 그만의 신선함이 묻어난다. '잠시만 곁에 있어줘.'라는 말을 '튀김우동이 다 익을 때까지만 / 내 곁에 있어줘'라고 말하는 식이다.





 2010년대에 들어서서 많은 음악들이 전자화되고, 목소리에마저 전자음을 입히는 시대가 도래했다. 멜로디에 힘이 실리는 대신 가사는 무의미한 말들을 대충 끼워맞추고, 여기저기 발음이 비슷한 쉬운 영어들을 집어넣는다. 가사가 아름다운 노래들은 가면 갈 수록 희귀해지는 추세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이런 노래들에 시선이 가고 정이 가는듯하다.

 귀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울림이 닿아야 훌륭한 노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음은 멜로디가 아닌, 아름다운 가사들이 울리는 것이다. 훗날까지 회자되는 노래들은 분명 이러한 노래들일 것이다.


[명수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