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예술이 내게 '묻다' [시각예술]

문선희작가의 작품을 통해 본 예술의 사회적역할
글 입력 2017.06.2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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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서 예술은 우리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전보다 훨씬 손쉽게 다양하고 폭넓은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예술이 우리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물으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시각적으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고, 삶을 윤택하게하며, 유희적인 역할을 한다고 대답한다.

과연 예술은 단순하게 ‘미(美)와 즐거움’을 전달하는 역할만을 하는 것일까? 예술의 역할이 즐거움만을 가져다준다면, 단순히 놀이에 그치게 되는 것이다. 놀이를 넘어선 무언가가 이 사회에서 강력히 작용하고 있을 것이라는 의문을 품게 되어 진정한 예술의 역할과 힘을 느껴보고자 한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이 사회에 미치고 있는 영향을 살펴보며 예술이 가지는 사회적 기능과 역할을 알 수 있다. 그 예로 음악, 공연, 전시, 영화 등의 예술은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도덕적, 윤리적인 문제를 제시하고 해결하는 부분에 있어서 예술의 사회적 기능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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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작품을 소개해 보자면, 몇 년 전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의심이 가는 모든 동물들을 생매장 시켰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발굴 금지 기간이 해제된 지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매몰지는 상상이상의 관경이었다. 작품들은 풀 한포기 조차 자라지 못하는 불모지가 되거나, 침출수가 새어나와 악취로 뒤덮인 생매장 매몰지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작품에는 특정 장소에서 살처분 된 동물의 숫자를 뜻하는 ‘3만2400’, ‘1765’, ‘8만4879-01’ ‘8만4879-06’ 등이 표제로 붙어 있는 점은 다시 한 번 참혹한 인간성을 자각시켜준다. 그녀의 작업은 합리성과 경제성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우리 사회 시스템에 의해 산 채로 매장된 동물들과 함께 우리들의 인간성마저 묻혀버린 땅에 대한 기록이다. 이러한 모습을 작가는 카메라를 통해 촬영하였다. 곰팡이와 죽은 사체 속에 살아가는 생명들의 모습을 꾸밈없이 담았다. 한마디로, 죽어가는 동물들의 '묻음'과 인간성을 상실한 우리의 모습을 다시 '묻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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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깊은 내용을 알기 전, 사람들은 현란하고 화려한 색채에 눈길이 가지만 아름다운 색채의 저면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잊고 있었던 과거의 조류인플루엔자를 떠올리게 된다. 살아있지만 매장 당해야만했던 동물들의 고통을 잊은 우리를 다시 한 번 각성 시킨다. 나 역시 작품을 만나기 전에는 조류 인플루엔자를 잊고 있었다. 당시 사건이 일어날 때 잠시 인상에 남았다가 시간이 지나고 이는 점점 잊혀져가게 된다. 문선희 작가는 이를 잊지 않고 끊임없이 찾아가 악취와 좋지 않은 환경을 이겨내며 작품을 완성시켰다. 힘겨운 상황을 이겨내고 만들어낸 묻다 展은 윤리적 문제, 사회적 문제를 깨우치게 하는 예술작품을 완성시킨 것이다. 이를 통해 예술은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감지하지 못하는 세상의 진실들을 자신만의 시각과 언어로 다양한 층위에서 드러냄으로써 미술의 미학적 실천과 사회적 실천이 교차하는 지점에 개입하고 있다.”

사회와 완전히 괴리된 예술이란 존재할 수 없으며, 예술은 일정하게 사회상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사회상을 반영하고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예술이다. 그러한 면에서 문선희 작가의 작품들은 잊고 있던 우리사회의 어둡고 우울한 면을 반영하고, 관람객들. 더 나아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쩌면 예술이라는 도구는 글과, 기사, 광고 등 보다 더 강력하고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도구일지도 모른다. 예술의 힘은 조용하고 강하다. 이러한 힘으로 사회에 긍정적이고 깊이 있는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이다.

예술의 역할은 아름다움을 넘어선 깊은 의미가 담겨있다.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예술은 저마다의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존재한다.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살처분 당한 동물들을 잊지 말아야 하며, 참혹한 인간성, 그리고 그 땅을 쓰게 될 농민들과 그 곳에서 자란 농작물들을 결국 그대로 받을 우리에 대한 심각성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작가의 작품에 담긴 메시지는 그 어느 글보다 강력했다.


[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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