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프랑스 근현대 복식, 단추로 풀다' 리뷰

아름다움을 향한 프랑스인의 열망, 개인의 열정, 그리고 조금의 아쉬움
글 입력 2017.07.03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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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프랑스 근현대 복식, 단추로 풀다'

아름다움을 향한 프랑스인의 열망,
개인의 열정, 그리고 조금의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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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 문화 발전이 전반적으로 눈부셨던 유럽 지역에서도 유난히 '문화', '예술'로 유명한 나라다. 이는 과거부터 이어져온 프랑스인들의 미(美)의식, 미적 감각 때문일 것이다. 프랑스인들의 섬세함과 동시에 낭만주의(romanticism)의 영향을 받은 화려한 의복들. 그리고 현대에는 세련되고 깔끔하면서도 태가 나는, '프렌치 시크' 스타일로 또한 패션계를 주름잡고 있다. 프랑스인의 의복에 대한 사랑, 예술적 감각, 섬세함을 전반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전시회, '프랑스 근현대 복식, 단추로 풀다'에 다녀왔다.

 지하철역의 타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이촌역에는 오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북적였고, 주말이다보니 가족 단위의 관광객이 눈에 띄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외국인들이 방문하여 우리 나라의 역사적 유물들을 살펴보고자 했다. 긴 통로를 지나 박물관 내부에서 '프랑스 근현대 복식, 단추로 풀다' 전시장으로 들어섰다. 전시장 입구의 예쁜 MD들이 시선을 사로잡았지만 관람 후에 하나씩 살펴보기로.



P. 이미지로 본 근현대 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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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년간 프랑스어를 배운 나는 더듬더듬 포스터를 읽는 재미를 느꼈고, 복고 컨셉으로 요즘 만들었다고 해도 믿어지는 포스터들을 보며 유행은 역시 돌고 도는 것인가- 생각이 들었다. 과감한 색상과 큼직큼직한 프린트, 때로는 갖춰진 정장까지. 한편으로는 우리 생활의 정말 모든 것이 후에 전시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사람들은 주목하지 않았을 길거리의 '옷 팝니다' 포스터가 수십, 수 백년의 시간이 지나 지구 반대편 대한민국의 국립박물관에 전시되고 있으니까.

 또 이 섹션에서는 다양한 소재의 단추, 옷 장신구 등을 돋보기를 통해 자세히 볼 수 있었다. 풍경을 조각한 단추, 자개나 나무처럼 독특한 소재를 이용한 단추들을 볼 수 있었고 아주 큰 소라껍질을 조각해서 만든 장식도 기억에 남는다. 그 자리에 돋보기가 있었던 것이 '신의 한 수'였다. 맨눈으로 보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돋보기를 통해 보고 나면 인간의 집중력과 끈기, 열정이란 무엇인가 느껴질 정도로 섬세하다. 0.01mm의 간격으로 그어져있던 조각 선들이란.



1. 18세기 단추의 황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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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복, ⓒ Photo Les Arts Decoratifs,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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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고나르 양식의 여성 초상, ⓒ Photo Les Arts Decoratifs, Paris
 

 본격적 섹션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주로 18세기 귀족이나 힘있는 사람들이 입었을 법한 의복들을 전시했고 그에 쓰인 단추들을 따로 전시해 두었다. 의복을 전체적으로 봐야 하는 이유는, 의복의 무늬와 단추의 무늬가 하나처럼 흘러가기 때문이다. 식물의 잎사귀, 꽃 등의 모양이 표현된 당대 의복의 무늬들에서는 유연한 흐름, 화려함을 읽을 수 있었다. 또한 단추가 담은 다양한 이야기와 느낌을 한꺼번에 볼 수 있었는데, 풍경화, 인물화, 글귀, 파리의 전경 등을 담은 단추들이 있었다.

 그 중 나는 풍경을 담은 단추가 기억에 남는다. 요즘 시대였다면 '단추에 뭐든 그리는 남자'로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법한 단추들이었다. 그 섬세함과 아름다움에 놀랐고, 이런 단추는 정말 실력있고 힘 있는 자들만 달 수 있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공식 포스터에도 쓰인 '프라고나르 양식의 여성 초상'은 정말 그 작은 단추에 여성의 우아함과 품위를 가득 담아서, 또한 살짝 발그레한 뺨과 입술까지 담아서 표현해냈다는 것이 경이로웠다. (포스터 앞에서는 살짝 따라해보기도 했다. 조금 창피하니까 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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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9세기 시대의 규범이 된 단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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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추 견본판, ⓒ Photo Les Arts Decoratifs, Paris
 

 이제 점점 단추들도 규격화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작은 사이즈부터 큰 사이즈까지 줄을 세워 표를 만들기도 하고, 반대로 그 전처럼(혹은 그보다 더) 화려한 단추들도 등장한다. 이는 제국주의적 문화와 자본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산업화되어 규격이 생기고, 단조로워지는 경향이 있는 반면 견본판임에도 불구하고 몹시 독특한 느낌의 단추들도 만날 수 있었다. Jules Potelle의 단추 견본판이 그런 느낌이었다. 소재와 모양, 디자인이 모두 특이해서 기억에 남는다.



3. 20세기 예술과 단추


 20세기에 들어선 이후, 프랑스 의복에도 큰 변화가 나타난다. 보다 실용적인 의상, 포스트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은 의상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기존에 귀족의 의상들이 전시되어 있었다면 이제는 유명 디자이너의 옷들이 전시되어 있다. 보다 단순하지만 강렬한 단추들은 색 조합을 이용하여 특유의 인상을 자아내고, 단추들은 민주주의, 평등 등의 가치를 문자를 통해 드러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조금은 유치한 느낌의 '내 사랑(MON AMOUR)' 같은 느낌의 글씨들이 써있는 단추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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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의, ⓒ Photo Les Arts Decoratifs, Paris
 

 이 섹션에서는 엘자 스키아파렐리의 옷들과 후반부에 전시된 세 옷 중 지방시의 옷이 기억에 남는다. 엘자 스키아파렐리는 샤넬만큼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당대에는 샤넬과 쌍두마차를 이뤘던 패션 디자이너다. 샤넬보다 더 도전적이고 포스트 모던한 옷들을 만들었다고 한다. 전시되어있던 의상 중 옅은 하늘색, 소라색의 상의에 달린 나비 단추들을 보며 그런 설명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정말 나비가 곧 날아오를 듯 섬세하고 자세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실물 같았다. 자세히 들여다보기 조금은 망설여질 정도로.. 

 또한 엘자 스키아파렐리와 일한 사람들의 단추가 많이 소개되어 있었는데, 특이할 뿐만 아니라 아름다웠다. 독특성, 창의성과 동시에 예술성까지 갖춘 단추들. 옷 소재가 보다 단순해지고 모양, 디자인도 심플해지면서 단추가 디자인의 중요한 포인트로 작용하기 때문에 오히려 단추의 중요성이 더 커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 맨 막바지에 이르러 볼 수 있었던 세 가지 옷은 정말 모두 예뻤다. 요즘 입고 다녀도 전혀 무리가 없고 손색도 없을 옷들이었다. 그 중 맨 첫 번째 옷은 어떤 공주가 입었던 코트였는데, 재질, 단추, 그리고 묘하게 선 목 쪽의 옷깃까지 우아하고 품위넘쳤다. 또한 지방시의 푸른 색 드레스도 기억에 남는다. 워낙 파란색을 좋아하고 푸른빛을 좋아해서 정말 꼭 한 번 입어보고 싶은 드레스였다. 역시 프랑스 디자인. 역시, 프랑스의 패션.



E. 인생의 단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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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장을 나오기 직전에는 A to Z, A부터 Z까지의 단어들을 이용하여 본 전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루익 알리오의 이야기를 담아낸 에필로그 '인생의 단추'를 만날 수 있다. 본 전시의 놀라운 점은 이것이 모두 한 개인의 수집품이라는 것이다. 루익 알리오의 단추 컬렉션은 2011년 프랑스 국립문화재위원회에 의해 중요 문화자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단추에 대한 열정, 수집에 대한 열정을 만날 수 있었다. 누군가의 순수한 열정으로 이렇게 좋은 문화적 자산을 만날 수 있음에 기뻤고, 그 순수한 열정이 느껴져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이번 전시는 5월 30일부터 8월 15일(화)까지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상설전시관 1층)에서 전시되며, 국립대구박물관에서 9월 9일에서 12월 3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전시를 보며 프랑스 사람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열정, 의복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18, 19세기에 귀족의 문화 위주로 설명이 되어 있는 것이 아쉬웠다.

평민들의 옷에서는 어떤 단추가 사용되었을까? 
그들의 단추는 밋밋했을까? 
애초에 단추가 있는 옷이었을까? 

 대개의 역사는 귀족 중심의 문화가 서술된다. '알쓸신잡'에서 황교익이 말했듯, 우리나라만해도 귀족들의 가축인 '말'에 관한 그림이나 이야기는 많지만 평민들의 가축인 '소'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다. 프랑스 의복도 마찬가지이다. 당시 하녀들의 복장은 어땠을까? 당시 노예들의 옷에는 단추가 없었을까? 그렇다면 단추는 권력의 상징과 같은 것이었을까? 단추가 많을수록 권력이 센 사람이었을까? 지금까지와는 달리, 우리가 앞으로 써나갈 역사에서는 소외되는 사람들이 없어야 더 풍부한 서술이 가능하리라고 믿는다. 시각적 즐거움, 타 문화를 접하고 이해할 수 있어서 느낀 기쁨, 한 사람의 열정으로부터 받은 에너지, 그리고 조금의 아쉬움과 사명감을 가지고 본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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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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