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재즈 보컬리스트 연구소: (2) 세기의 콤비, 엘라 & 루이 [해외문화]

세기의 콤비, 엘라 피츠제럴드와 루이 암스트롱
글 입력 2017.07.12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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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 피츠제럴드 (2):
세기의 콤비, 엘라 & 루이


'보컬리스트 연구소'의 저번 편에서는 보컬 3대 디바 중 한 명인 엘라에 대해 소개해드린 바 있습니다. 이어서 올리는 '보컬리스트 연구소'의 두 번째 편은, 두 보컬리스트 엘라 피츠제럴드와, 보컬리스트이자 트럼페티스트인 루이 암스트롱에 대해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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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암스트롱 (1901.08.04 ~ 1071.07.06)
(이미지 출처: thefamouspeople.com)



노만 그란츠와 미국의 재즈

불과 1940년대에만 해도 필하모닉 측은 '재즈' 공연은 일체 올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었습니다. 하지만 공연 기획가 노만 그란츠는 굴하지 않고 재즈의 위상을 높이고자 했고, 필하모닉 측의 단호함이 무색할 만큼 성공적으로 Jazz at the Philharmonic (JATP) 콘서트를 기획해 나갔습니다. (저번 편에서 엘라의 Lullaby of Birdland, JATP 라이브 버전을 소개해드린 바 있습니다. 기억하시나요?) 

나아가 엘라 피츠제럴드와 루이 암스트롱이 올랐던 1956년 8월 15일 Hollywood Bowl의 무대는 역대 최다 관객수를 기록하고, Verve가 이후 라이브 앨범을 발매할 만큼 전례없는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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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TP 공연에 참가했던 세션
(왼쪽부터) 앞에는 허브 엘리스, 엘라 피츠제럴드; 뒤에는 오스카 피터슨, 로이 엘릿지, 레이 브라운, 디지 길레스피, 일리노이 자켓, 진 크루파와 플립 필립스.
(출처: artsjournal.com)


이처럼 재즈는 미국의 대중문화에 자리매김해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미국은 인종차별이 만연하던 시기였습니다. 인종 분열 정책에 따라 객석에서조차도 흑인 관객과 백인 관객이 따로 앉아야 했고, 이를 근거로 흑인 뮤지션은 물론이거니와, "다인종" 밴드조차도 섭외하지 않는 공연장도 많았습니다. 엘라는 자신의 공연장 대기실에 몰래 들어와 마약을 놓고 간 경찰관 때문에 누명을 쓰고 경찰서에 간 일이 있었고, 루이는 매니저의 아내와 버스에 함께 앉았다는 이유로 연행된 적도 있었습니다.

흑인 아티스트들이 더 유명해지고, 이들을 원하는 관객과 공연장이 많아진다면, 재즈를 통해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을 바꿀 수 있으리라고 노만 그란츠는 믿었습니다.그래서 고민 끝에, 사회의 크고 작은 폭력에 시달렸던 가수 엘라를 비롯한 당대의 흑인 뮤지션들을 위해, 노만 그란츠는 Verve라는 독립 음반사를 차리게 되고, 엘라의 매니저를 자처하게 됩니다.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엘라는 Verve에서 본격적으로 The Great American Songbook 음반 작업을 시작하게 됩니다. (간단히 말해 '미국 대중음악 리메이크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꽉꽉 채운 9개의 앨범을 탄생시킨 방대한 사업이었기 때문에, 엘라를 다작의 아이콘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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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와 노만 그란츠
(사진 출처: udiscovermusic.com)


그리고 이 시기에, 엘라는 어려서부터 동경해 왔던 루이 암스트롱을 만나게 됩니다. 그란츠를 제외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세기의 콤비’는 이렇게 탄생하게 되었고, 둘은 “Ella & Louis”(1956), “Ella & Louis Again”(1957), 그리고 “Porgy & Bess”(1957) 음반 세 개를 함께 작업하게 됩니다.

1956년의 JATP에서의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다음날, 그 날 무대에 올랐던 엘라 피츠제럴드, 루이 암스트롱, 피아니스트 오스카 피터슨, 기타리스트 허브 엘리스, 베이시스트 레이 브라운, 그리고 드러머 버디 리치는, 할리우드의 Capitol 스튜디오에 모여서 연주를 하게 됩니다. 그들의 연주는 원테이크(!)로 녹음되어 프로듀싱됩니다. 그리고 그 날, 미국의 대중음악사와 재즈사에 한 획을 그은 앨범 "Ella & Louis"가 탄생하게 됩니다. 과연 역사는 하룻밤에 쓰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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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a & Louis (1956)
(이미지 출처: jazziz.com)


수록곡
 
Can’t We Be Friends?
Isn’t It a Lovely Day
Moonlight in Vermont
They Can’t Take That Away From Me
Under A Blanket of Blue
Tenderly
A Foggy Day
Stars Fell on Alabama
Cheek to Cheek
The Nearness of You
April in Paris


모아듣기




당대도, 지금도 명반

“Ella & Louis”는 자유분방한 보컬, 노련한 트럼펫, 시원하고 세련된 피아노 컴핑, 차분한 기타의 합주와, 그 사이에서 무게감을 유지하는 리듬세션의 조화가 탁월한 앨범입니다. 수록곡들은 스윙과 발라드 사이를 넘나들며, 그렇기에 테크닉 면에서도 훨씬 다채로울 뿐만 아니라, 앨범 전체에 담겨있는 감정의 층위도 훨씬 풍부합니다. 그렇기에 발매된 시기에도 대중과 평단의 사랑을 골고루 받았고, 당대에도 지금으로도 완벽에 가까운 명반으로 평가 받습니다. (필자의 ‘최애’ 앨범이기도 합니다.) 

둘의 목소리가 마치 "사포와 생크림"의 조합과도 같다는 비평이 있었을 만큼, 루이 암스트롱의 거친 목소리와 엘라의 차분한 발성은 정말 다르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서로를 완벽하게 보완합니다. 엘라와 루이 둘 다, 다른 아티스트들과 숱한 콜라보 작업을 했지만, 둘의 특별한 케미 덕택에 그 모든 음반들 사이에서도 “Ella & Louis”는 유독 사랑을 받아 왔는지도 모릅니다.
 
앨범의 다운-템포 스윙 “Can't We Be Friends", “They Can't Take That Away From Me", “Under a Blanket of Blue"은 특히 여름의 장마철처럼 기분 나쁘고 꿉꿉한 날씨에 더욱 찾게 되는 경쾌한 곡들입니다. 보다 빠른 “Cheek To Cheek”는 이 앨범의 수록곡들 중에서도 특히 더 사랑 받는 명곡입니다. 

그렇지만 이 앨범의 진가는 단연 발라드 수록곡에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발라드 여섯 곡 “Isn't This A Lovely Day", “Moonlight in Vermont”, “Tenderly”, “Stars Fell on Alabama”, “The Nearness of You”, “April in Paris” 모두 사랑에 빠지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몽환적이고 간지러운(!) 순간들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Moonlight in Vermont”는 기타와 피아노의 차분한 도입부로 시작해 엘라의 부드러운 보컬 솔로로 이어지는데, 엘라의 솔로가 끝날 때쯤 시작되는 루이 암스트롱의 트럼펫 솔로는 강렬하게 마음을 비집고 들어옵니다. (방심하면 심쿵 당합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수록곡은, 제목만큼이나 부드러운 “Tenderly”입니다. 트럼펫 솔로와 함께 시작하는 도입부가 몹시 몽환적인데요. 발라드와 스윙 사이를 넘나드는 구성에, 그리고 곡이 끝나는 순간까지 돋보이는 엘라의 스캣 덕택에 조금도 지루할 틈이 없는 곡입니다.

루이 암스트롱의 재치 있고 유쾌한 성격 덕에 엘라는 “작업하는 줄도 모를 만큼” 즐겁게 녹음을 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그 편안함이 앨범에 고스란히 녹아, 연주자들의 감정도 더욱 솔직하고 풍부하게 묻어날 뿐만 아니라, 듣는 사람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1950년대 엘라와 루이의 음악이 2010년대를 사는 한국의 우리와도 공명하는 이유는 단연 이 '편안함' 때문일 것입니다.


[강희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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