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비오는 날에 듣는 '쿨 재즈' [공연예술]

쿨재즈 Cool jazz의 명곡을 소개하다
글 입력 2017.07.13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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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오는 날 카페에 가는 걸 좋아한다. 그런 날 테이블에 따뜻한 커피 한잔 올려 놓고 편한 의자에 기대어 앉아 노트북을 하는 게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이라면 행복이다. 밖은 구름이 껴 회색빛으로 흐린데, 카페 안은 주황색 조명이 은은하게 비추고 있어 아늑한 분위기를 낸다. 멀리서 커피향이 솔솔 나는 것도 마음에 든다. 여기서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데 또 한가지 중요한 건 카페에 흘러나오는 음악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의 잔잔한 대화 소리가 오디오에서 나오는 노래와 잘 어우러지면 듣기 좋은 백색 소음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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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비오는 날엔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재즈'가 그렇게 좋다. 아무래도 재즈가 만들어 내는 그 특유의 분위기 때문인 것 같다. 재즈는 다른 음악 장르보다 자유롭게 연주되어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면서도 귀에 착 감겨 감미롭게 들리곤 한다. 통통 튀는 피아노 선율은 재즈라는 음악 장르 안에서 조금 색다른 모습으로 느껴지고, 색소폰의 중후한 소리는 재즈란 음악을 한층 더 성숙한 느낌으로 만들어낸다. 재즈의 선율에 합쳐진 보컬은 마치 고막 깊은 곳을 진동 시킬 것만 같이 진하고 깊게 울린다. 재즈가 만드는 그 진한 분위기는 비가 오는 날씨에 너무 잘 어울린다.
  

  재즈에도 여러 장르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비오는 날 차분하게 들을 수 있는 '쿨 재즈(cool jazz)'가 있다. 쿨 재즈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에 생겨났다. 쿨 재즈는 강렬하고 열정적인 다른 재즈 장르보다는 좀 더 단순하고 절제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연주자들 입장에서는 비밥 재즈가 어려운 기교를 요구한 반면 쿨재즈는 좀 더 편하게 연주할 수 있어 더욱 유행하게 되었다. 쿨 재즈의 여러 곡들 중 우선 귀에 많이 익을 이 곡부터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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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입부부터 굉장히 익숙할 것이다. 누구의 음악인지는 몰랐으나 어디에선가 많이 들어본 이 곡은 데이브 브루벡 콰르텟(Dave Brubeck Quartet)의 「Take Five」 이다. 이 사중주단에 속한 데이브 브루벡은 쿨 재즈의 대표 아티스트로 거론되는 사람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곡 제목인 Take Five(잠시 쉬다, 막간 휴식을 취하다)라는 의미처럼 곡을 듣고 있는 순간은 5분이란 짧은 시간동안 유쾌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반복되는 드럼 소리는 지루하지 않고 고개를 살짝 까딱거리게 만드는 리듬을 만들어낸다. 흥얼거릴 수 있을만큼 귀에 쏙 박히는 이 곡의 멜로디는 음악을 계속해서 재반복하게 만든다.


  이 앨범에 수록된 또 다른 곡 「Three To Get Ready」도 같이 들어보자. 피아노의 경쾌한 연주로 시작하는 이 곡은 멜로디가 꽤나 귀엽다. 반복되는 이 멜로디는 한 번만 들어도 바로 흥얼거릴 수 있다. 뒤로 갈 수록 피아노는 더욱 신이 난 것 마냥 연주된다. 재즈 특유의 스윙은 잊지 않으면서 말이다. 비가 내리는 날에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축축한 날에도 조금은 산뜻한 기분으로 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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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엔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의 곡이다. 사실 마일스 데이비스는 비단 쿨재즈뿐만 아니라 재즈 장르 자체를 선구한 사람으로 소개된다. 그런 그가 1957 발표한 『The Birth of the Cool』 앨범은 쿨 재즈의 기반이 되었다고 할만큼 의미가 있다. 이 앨범은 그래미상 명예의 전당에서 수상하였고 완성도에 있어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 앨범 수록곡 중에서 네 번째 트랙인 Venus De Milo를 들어보자.


  스윙이 느껴지면서도 절제된 곡으로써 '쿨한 재즈'가 무엇인지 확실한 정의를 내려주는 것 같다. 마일리 데이비스의 트럼펫 연주는 귀에 확실히 들리지만 곡 안에서 특별히 튄다는 느낌없이 소리를 내고 있다. 곡 안에서 연주자의 기교를 뽐내는 부분이 꽤나 절제되어 듣는 사람이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곡은 느리면서 연주자들은 부드러운 연주를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세련된 느낌이 물씬 나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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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엔 또 다른 쿨 재즈의 대표 인물 빌 에반스(Bill Evans)의 곡을 소개하려 한다. 재즈 피아니스트인 빌 에반스는 "재즈 피아노의 쇼팽"으로 불리곤 한다. 그의 음악을 들어보면 왜 그런 별명이 붙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우선 1961년에 발매된 「Waltz for Debby」를 들어보자.


  아주 사랑스러운 느낌을 주는 이 재즈곡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곡이다. 곡 제목을 보면 debby를 위한 곡임을 유추해볼 수 있는데 실제로 빌 에반스가 어린 조카 debby를 위해 만든 곡이라고 한다. 그러니 이 곡을 듣고 왠지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쇼팽의 음악을 들으면 신난다, 슬프다는 단순한 감정 외에도 여러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빌 에반스의 음악도 그러하다. 보컬이 없어도 그들의 악기는 감정을 노래하고 또 많은 것을 얘기해준다. 그래서 듣는 사람은 여러가지를 상상할 수 있게 된다.  「Waltz for Debby」를 들으면서 꼭 사랑스러운 조카가 아니라 학창시절을 떠올린다던가, 귀여운 고양이를 떠올려도 이상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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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쿨 재즈는 우리가 흔히 재즈라고 생각했을 때 머릿 속에서 재생되는 곡들이랑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좀 더 차분하면서, 흥분은 감추고 좀 더 격식을 갖춘 듯하다. 그래서 비 내리는 날엔 더더욱 쿨 재즈를 듣고 싶어진다. 비가 온다고 해서 우중충한 날씨에 맞게 우울한 노래를 듣기도 싫고 그렇다고 억지로 밝은 척하기위해 신나는 노래를 듣기도 싫다? 그렇다면 재즈의 스윙을 간직하면서도 은은하게 마음을 건드릴 줄 아는 쿨 재즈가 제격일 것이다.


[고영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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