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오빠가 돌아왔다 > : 제자리로 ‘돌아와야’ 할 퇴색된 가족 [문학]

글 입력 2017.07.13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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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빠가 돌아왔다 >
-제자리로 ‘돌아와야’ 할 퇴색된 가족



  오빠가 돌아왔다. 아버지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미성년자를 집으로 들인, 오빠를 주축으로 가족은 재편되었다. 이 가족은 매우 비정상적인 모습이지만 동시에 가장 현실적이다.


오빠가 돌아왔다.jpg
김영하 < 오빠가 돌아왔다 >


  사실상, 이 가족의 모습은 정상의 범주에 포함시키기에는 너무도 괴이하다.

  “주정뱅이에 고발꾼인 아빠와 그 아빠를 작신작신 두들겨 패는 택배회사 직원인 아들, 그 아들의 미성년자 동거녀, 오피스텔 건설현장의 함바집 아줌마, 마지막으로 그 아줌마의 전남편이 탐내는 교복의 주인인 중학교 1학년짜리 소녀”는 오빠가 돌아옴으로 인해서 한 지붕 아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이게 된다. 이 가족은 폭력적이고 비윤리적이지만, 가족야유회를 가고 가족사진을 찍으며 (물론 야유회에서의 모습이나 스티커 사진기로 찍은 가족사진 또한 흔히들 말하는 '정상성'의 범주에 넣기는 힘들지만 말이다.) '정상적인' ‘가족’으로 거듭나려는 시도를 보인다.

  이 소설에서는 자본주의 사회의 퇴색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오빠가 돌아온 뒤 가장은 아빠에서 오빠로 바뀐다. 어린 오빠에게 폭력을 행사하던 아빠는 어느덧 성인이 된 오빠의 힘에 밀리게 되고 가족의 경제력 또한 오빠가 쥐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아빠의 권위는 힘과 돈을 가진 오빠에게 넘어간 것이고, 주인공인 ‘나’조차 아버지에게 행하는 오빠의 폭력에 분노하거나, 불의를 느끼지 않는다. 중학교 1학년생인 ‘나’의 시각에서 이러한 자본주의적 가정상이 잘 드러나 있는데, 그녀는 부모의 자격요건으로 ‘돈’과 ‘직업’을 들며, 경제력을 가지고 있는 오빠에게는 결정적인 순간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아빠는 ‘식충이’로 치부한다. 이는 자본주의에서 가장의 역할이 가족부양능력의 여부로 결정된다는 것을 함의하고 있으며 『오빠가 돌아왔다』에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에 의해 가장의 권위가 결정되고, 그 논리에 의해 아버지에서 아들로 권위가 이동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소설은 자본주의 사회 속 이러한 가정 상을 마냥 비관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비록 돈과 힘으로 구성되는 가족이라고 할지라도, ‘가족’이라는 이름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힘은 존재한다. 하나같이 비정상적이고 괴이한 가족이지만, 작품 말미에는 이 비정상적인 가족이 가족 야유회를 가고, 가족사진을 찍으며 정상적인 가족으로 거듭나려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퇴색된 가족에도 존재하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원형적인 힘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가족의 모습이 폭력적이고 이해 타산적이지만, 결국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한 지붕 아래에서 생활해 나가며 정상성을 회복하려는 노력으로 보았을 때, 퇴색된 가족에서도 희망의 여지를 찾을 수 있었다.


  퇴색되긴 했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비정상적인 사람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가족들은, 그리고 더 지엽적으로는 나의 가족은 어떤지, 자본주의적 역학관계에 놓인 현대의 가정을 반성하게 한다. 비정상적인 가족의 기저에는 너무도 보편적인 자본주의적 현실이 있었다. 사회를 움직이는 자본의 논리가 어떤 이해도 없이 유대관계를 맺어야 할 ‘가정’이라는 공간까지 침투한 것을 우리는 낯설지 않게 느낄 수 있다. 그러한 자본주의사회의 가족의 보편적인 모습이 바로 이 비정상적인 가족이다. 하지만 이 가족으로 바라본 미래가 마냥 불행하지만은 않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유대가, 그 원형적 힘이 아직 유효하기에 이 비정상적인 가족, 그리고 현실에 존재하는 보편적인 가족 또한 모두 본래의 의미로, 자리로 ‘돌아올’것이라고 기대한다.


[김나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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