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매 순간이다. [문화 전반]

글 입력 2017.07.14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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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못하는 난 상업고등학교에 재학했다. 뭐 하나 특출난 재능이 없던 나는 남들과 똑같은 취업을 목표로 향해 달려갔다. 그 때 아빠께서 문득 이런 말씀을 꺼내셨다.

"니 글 쓰는 거 좋아하니까, 작가해보면 어떻겠노? 돈은 아버지가 대신 벌테니까 돈 걱정은 하지마라. 니는 니 하고 싶은 것 해라."

그 순간,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갑자기 나보고 작가를 해보라니.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작가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닌가.

고등학교에 재학 당시 학교에서 아침마다 한자와 영어를 쓰는 자습장을 나눠주셨다. 다들 게을리 임했지만 난 그냥 쓰는 게 좋아서 매일 따라 썼었다. 그러다보니 우연찮게 전교생을 대표해 1등상을 수상하였고, 아빠는 처음 보는 광경에 엄청 뿌듯해하셨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평소에 무엇을 기록하는 것을 좋아하는 취미 덕분에 글쓰기에 본격적으로 입문하게 되었다. 하지만 상업고등학교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루종일 컴퓨터 다루는 일이 일상인 이 곳에서 글을 쓸 시간도, 그 어떠한 영감도 떠오를 리가 없었다.

가장 큰 문제였던 것은 내 글을 들여다봐줄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과외의 힘을 빌려 점차 글쓰기의 힘을 키워나갔다. 나홀로는 발전되지 않던 글이 점점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백일장에 참가하며, 문학을 같이하는 친구들도 사귀고 내 글을 세상에 드러낸다는 것에 즐거웠다. 무엇보다 답답한 학교를 벗어나 풀과 나무와 함께하는 시원한 바람이 공존하는 백일장에서 글을 쓰니, 이것이야말로 글을 쓰는 재미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힘든 점도 존재했다. 학교가 전문계라는 이유로 차별도 꽤 받았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그분들한테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더 열심히 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수시모집이 끝난 후, 대구대에서 시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는 전화를 받았었다. 그 때 당시의 기분은 지금도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기쁨의 순간이었다. 그 동안의 힘듦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난 더 글을 더 열심히 쓰기로 마음먹었었다. 하지만 늦게 글쓰기를 시작한 탓인지, 모든 대학교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고, 그렇게 강제로 재수생이 되었다.   

재수를 겪으면서 많이 위축되어 있던 시간을 보냈다. 나는 왜 글을 못 쓰는 걸까부터 시작해서 끝이 보이지 않는 고민들로 시간을 낭비했다. 매일 집에만 박혀있는 나의 모습에 아빠는 그 때 그 열정은 어디로 갔냐며 화를 내시기도 했었다. 하루하루 암담한 미래에 대한 걱정들만 늘어놓다가 다시 백일장을 하나씩, 하나씩 참가했다. 그러다 우연찮게 일반인 백일장에서 시부문 최우수를 수상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날에서야 열심히 뒷바라지 해주신 아버지께 제대로 효도를 해드린 듯하다. 
 
어느 덧 난 문예창작학과의 흔한 4학년, 25살이 되었다. 사실 고등학교 때 만큼의 열정은 많이 사라졌다. 아무래도 주변에 글을 잘 쓰는 친구들도 많이 접하고, 내 글을 평가받는다는 것에 두려움이 많이 생겼기 때문인 듯하다. 칭찬 한 마디보다 비판 한 마디에 신경쓰는 유리멘탈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 당시보다 늘어나게 된 것이 있다면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이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연극과 뮤지컬 공연을 시도해보고, 다양한 대외활동들을 하며 새로운 사람들과 융합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 나에게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언제냐고 묻는다면, 난 매 순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직 부족한 것이 너무 많아 채워나가야 할 부분들 투성이지만 뜻밖의 좋은 인연들을 통해 내 인생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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