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畵談)] 시작하는 화(畵) : 감정, 화담으로 화(化)하다

글 입력 2017.07.18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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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이야기의 시작

  
  소설에 대해 공부하는 강의가 있었다. 발표를 맡은 소설이 있었는데 김사과의 ‘영이’라는 소설이었다. ‘영이’는 가정폭력에 노출되어 자아분열 증세를 겪는 소녀 ‘영이’를 이야기한 소설이다. ‘혐오인가 분노인가’라는 제목으로 소설에 대해 이야기했다. 학생들과 토론을 거듭하며 감정에 이름을 붙인다는 게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과연 같은 것을 느끼고 있나? 우리가 부르는 혐오, 분노, 사랑, 기쁨, 슬픔과 같은 감정들은 나와 타인에게 같은 색깔로 보일까? 발표를 준비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소설집 ‘영이’의 표지였다.


김사과 영이.jpg
<김사과 소설집 '영이' 표지>
 
 
  까만 배경 위에 두드러지는 하얀색 이빨과 빨간색, 하늘색의 무늬. 강의의 주제였던 ‘분노인가 혐오인가’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나와 타인이 느끼는 감정의 온도가 미세하게 다를지라도 우리는 같은 언어로 감정을 나눈다. 같은 그림을 보고 똑같은 느낌을 받을 수는 없겠지만, 이 표지를 보고 나와 비슷하게 분노와 혐오를 표현하는데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면, 우리의 감정에는 어느 정도 겹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이 이야기는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1. 감정과 색깔

 
 감정과 색깔은 비슷한 면이 있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게 어려운 일이라 앞서 언급했다. 색깔 역시 그렇다. 색채어는 국어를 전공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매우 어려운 분야로 알려져 있다. ‘노랗다’라는 한 단어는 노릇하다, 노르스름하다, 누르다, 누렇다, 노르께하다, 노리끼리하다 등의 유의어를 가진다. 조금씩 다른 색에 조금씩 다른 이름을 붙이고 그 이름을 규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감정과 색깔은 모두가 느낄 수 있지만 그 세밀한 결을 살펴보면 각자에 의해 다르게 정의되기 마련인 것들이다. 이 둘의 관계가 흥미롭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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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아웃 - 스틸컷 (왼쪽부터 버럭이, 까칠이, 기쁨이, 소심이, 슬픔이)>


  감정과 색깔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작품이 있다. 2015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이다. ‘인사이드 아웃’은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다섯 가지 감정이 사람을 이끄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기쁨(joy), 슬픔(sadness), 분노(anger), 두려움(fear), 혐오(disgust)라는 감정은 각각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소심이, 까칠이라는 이름의 캐릭터로 형상화된다. 캐릭터들은 주로 쓰인 색깔이 다들 다르다. 기쁨이(joy)는 노란색, 슬픔이(sadness)는 파란색, 버럭이(anger)는 빨간색, 소심이(fear)는 보라색, 까칠이(disgust)는 초록색이 주로 사용됐다. 감정과 색깔의 연관성. 어떤 감정을 떠올리면 어떤 색감이 눈에 어른거리는지에 대한 생각은 이전부터 존재해 왔다.




2. 화담(畵談)


화담(畵談) : 회화에 관한 이야기

뭉크 절규.jpg
<에드바르 뭉크 - 절규(1893)>

 
  칼럼 ‘화담(畵談)’은 감정과 색의 관계를 다양한 그림들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저 유명한 뭉크의 ‘절규’는 과연 절규를 담고 있는가? 절규는 무엇이며, 어떤 감정에서 기인한 것인가? 화가는 저 표현을 위해 어떤 색을 쓰고 있는가? 그 색이 나에게, 당신에게 절규라는 제목을 설득시키기에 적절한가? 지금 우리도 그렇게 절규하고 있는가?

  글에서는 감정과 그 감정을 표현하기에 적절하다고 평가되는 색을 테마로 정해 어울리는 그림 몇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림에 대한 통상적 해석을 소개하고,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나 경험이 그와 어떤 공통점, 차이점이 있다면 솔직하게 풀어내보고자 한다.




3. 화(化)하다
 
화(化)하다 : ① 어떤 현상이나 상태로 바뀌다 ② 어떤 일에 아주 익숙하게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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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 표현에 익숙한 편인가? 서툰 편인가? 나는 익숙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중학생 때였다. 한 여자 친구가 ‘넌 만화 캐릭터 같아.’라는 말을 한 경험이 있다. 이유를 묻자, 자신도 모르겠다며 그런 느낌이 든다고 했다. 그 말에 대해 생각해보면 표정이 많은 편이라 그런 것 같다. 만화를 좋아하다보니 조금 오버한 캐릭터들의 표정을 따라하는 걸 좋아했고, 감정이 얼굴에 다 드러나는 편이니 내 모든 표정을 타인들은 보고 있을 것이다. 내가 표현하는데 익숙하지 못한 감정은 분노와 그 언저리의 감정들이다. 당신은 어떤가? 감정 표현에 익숙한 편인가? 서툰 편인가? 익숙하다면 어떤 감정에, 서툴다면 어떤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서툰가?
 
 표현에는 여러 방식이 있겠지만 표현을 업으로 삼는 예술가들이라면 각자의 방식이 있을 것이다. 작가는 글로, 음악인은 노래로, 화가라면 그림으로 표현할 것이다. 예술가들의 감정이 담긴 작품은 향유자들을 어떤 감정으로 화(化)하도록 만든다. 공감을 한다면 더욱 강력하게 느끼도록, 공감하지 못한다면 타인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화가들이 어떤 색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화(化)하고 있는지 함께 살펴보길 원한다.
 
  고작 한 편의 글을 통해 그 감정의 모든 것을 파헤칠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 않는다. 몇 편의 그림을 소개하는 것을 통해 감정과 색의 관계를 모두 알 수 있다면 감정에 대한 정의와 색채어에 대한 정의는 진즉 끝났어야 한다. 나는 감정에 대한 이해도, 색에 대한 해석도, 그림에 대한 식견도 모자라다. 그저 질문에서 시작한 이 글이 나에게도, 독자에게도 새로운 질문으로 마무리되길 바란다.
 


"내 감정은 어떤 색으로 화(化)하고 있나?"





다음 화(畵) 예고 - 일 화(畵) : 기쁨, 노랑으로 화(化)하다.

구스타프 클림트 키스.jpg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연인(키스,Liebespaar)(1907~1908)>
 
 
[김마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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