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반짝이는 박수 소리: 들을 수 없는 박수소리 [영화]

들리진 않아도 볼 수있는 박수소리
글 입력 2017.07.19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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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 부모님 밑에서 자란 건청인 두 남매.
누나는 본인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아 세상에 보여준다.





NO SOUND


영화가 시작되고 3분이 지날 때까지 영화 속에서는 그 누구의 목소리도, 웅장한 음악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등장인물이 아무도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미며 웃기도하고 대화도 나눈다. 하지만 가끔씩 들리는 달그락 거리는 소리와 잔잔한 배경음이 3분 동안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사운드의 전부 일 뿐이다. 3분이라는 시간이 꽤 길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답답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보이는 것은 있지만 들리는 것은 없다는 것. 살면서 잘 겪어보지 못한 순간이라 그런 것인지 어쩐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낯선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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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소리가 없으니 장면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인물들의 표정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청각장애인들의 경우 수화로 대화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소리로 분노나 기쁨과 같은 감정을 표현할 수 없으니 얼굴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이 수화하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풍부한 표정이 마치 유치원 선생님이 어린아이들에게 구연동화를 해주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나도 모르게 그들의 이야기에 푹 빠져서 보게 되었다.

수화로 대화하는 장면이 대부분이라 딸(이자 감독)의 나레이션이 없다면 소리를 듣기 어려운 영화이다. 이러한 부분이 낯설면서도 싫지 않았다. 평소 말의 세계에서만 살던 나에게 침묵의 세계는 색다르게 다가왔다. 영화 중간 중간 나레이션을 수화로 보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 때 손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있으면 나비가 춤을 추는 모습이 머릿속에서 오버랩 되었다. 문득 수화는 참으로 아름다운 언어라고 생각했다.       





PREJUDICE


우리는 보통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불쌍하게 생각한다. 연민, 동정, 안타까움, 측은함과 같은 감정들을 전제로 깔고 그들을 바라본다. 극단적으로 말해 “그들은 몸이 불편하기에 불행한 삶을 살 거야”나 “그들 스스로도 그들의 장애를 혹은 그들의 삶을 부정하고 저주할거야”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예 없다고 할 수 는 없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물론 저렇게까지 극단적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디어에서나 현실 속에서 장애인들을 보면 “몸이 불편하니 비장애인들의 삶보다는 불행한 삶을 살지 않을까? 불쌍하다. 딱하다.”이런 생각들을 종종하며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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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속 두 남매는 어릴 때부터 너희 부모님은 장애인이시니깐 말 잘 들어야 해, 속 썩이면 안돼, 너희가 잘해야 해 라는 소리들을 지겹게 듣고 자랐다고 한다. 이 세상의 장애인은 모두 착해야 하는 것처럼 두 남매는 꾹 참았다. 착하게 그리고 빨리 자라야만 했다. 어린 딸은 더 이상 부모님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머리를 쿵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세상의 편견은 장애인 본인에게만 그친 것이 아닌 그 자식들, 부모님, 주위사람들에게까지 뻗어 나가 있었다. 그 선입견은 남들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닌 나 또한 갖고 있는 것이었다. 비장애인이기에 가질 수 있는 특권. 장애인들을, 그들의 가족들을 색안경 끼고 바라보기. 마음대로 판단하고 재단해버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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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 영화를 보고 난 후부터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본 영화의 감독은 자신과 부모를 설명하기 위해 다큐를 찍었다고 한다. 들을 수 없는 상국씨와 경희씨, 그들의 자식인 들을 수 있는 두 남매는 아주 행복해 보였다. 평소에 지니고 있던 편견들이 끼어들 틈 없이 그들의 행복함으로만 꽉 채워진 다큐멘터리였다. 장애를 주제로 한 다큐들은 적지 않게 보았는데 이렇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다큐가 또 있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눈물 나고 불쌍하게 보는 것이 아닌 정말 웃으면서 보았다. 그들이 웃고 있는 것을 보면 나도 모르게 같이 웃고 있었다.

그들도 똑같구나. 별반 다르지 않구나. 장애인이라고 무조건 힘들고 나와는 다를 거라는 섣부른 판단이 또 다른 차별이 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물론 들리지 않는다는 것에서 오는 불편함도 많아보였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잘 살 것이다. 괜한 오지랖은 필요 없는 것 같다. 그들은 그들의 일을 하고, 그들의 몫을 해내고, 그들의 사랑을 하며 그들의 목표를 가지고 그들의 인생을 아주 잘 살아간다.


[김수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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