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術紀行] 작품과의 인터뷰(4) - 제프 월 '여성을 위한 사진'

글 입력 2017.07.22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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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친해질 수 있는 질문
작품과의 인터뷰
네 번째, Jeff Wall < Picture for Women >



여: 여기, 여기에 서있으면 되나요?

남: 네. 그 자리, 거기에 가만히 서계세요.


012-jeff-wall-theredlist.png
 

알 수 없는 공간으로 들어왔다. 노란색이라기보다 오래되어 누레진 의자들이 질서 없게 놓여있고 천장에는 밝은 빛을 내는 전구들이 간격을 맞춰 매달려있다. 한쪽 벽면, 그러니까 지금 나의 앞에는 공간을 전부 비추는 거울이 하나 놓여있고 그 거울 안에는 책상을 두 손으로 짚고 있는 여자와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려는 검은 복장의 남자가 들어있다. 하지만 거울 속 풍경이 어딘가 이상하다. 올림머리를 한 거울 속 여자는 거울 속에만 있다.

(작품 속 구도가 나오기 위해서는 거울을 기준으로 카메라가 실제 여성보다 뒤에 위치하기 때문에 찍힌 사진에는 실제 여성의 뒷모습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작품 속에는 실제 여성의 뒷모습이 없다.)


여: 사진을 찍어야하는데, 좀 비켜주시겠어요?

아아, 네.


잠시 자리를 비켜줬다. 찰칵. 사진을 찍는 소리가 들린다.


남: 누구시죠?

사진을 찍은 뒤 여자는 어디로 갔는지 거울 속에도 보이지 않고, 혼자 남아있는, 검은 옷을 입은 남성이 말을 걸어온다.


안녕하세요.

남: 안녕하세요. 저는 제프 월(Jeff Wall)이라고 합니다.

(두리번거리며) 거울 속 여자는 지금 어디에 있는거죠? 당신은 뭘 하는 사람인가요?

남: 저는 음, 사진작가에요. 보시다시피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사진이 이렇게 비현실적이여도 되는 건가요. 너무 놀랐어요.

남: 하하, 이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요. 과거에도 이렇게 비현실적인 회화들이 많았는걸요! 사진이라고 꼭 현실적이고 우연적인 순간들만 담아야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방금 찍은 사진을 보세요. 어떤 그림이 떠오르지 않나요?


자신을 제프 월이라고 소개하는 남자는 방금 전 내가 본 거울의 장면을 담은 사진을 꺼내 보인다.


아아, 이거 제가 아는 작품이 떠오르는데… 뭐였더라… 아!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의 <폴리 베르제르의 술집(A Bar at the Folies-Bergère)> 말씀하시는 건가요? 여자가 책상을 짚고 서있고 여자 뒤에 있는 거울의 비현실적인 구도가 닮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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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 <폴리 베르제르의 술집(A Bar at the Folies-Bergère)>, 130Ⅹ96cm


남: 오, 맞아요. 그 회화작품을 보면 술집여자의 뒤에는 거울이 있지만 거울에 비춰진 뒷모습은 조금 비껴서 보여지죠. 그 여성의 앞에는 한 남성이 서있고요. 그림을 그릴 때, 마네는 여자를 정면에서 바라보기도 하고 측면에서 바라보기도 했는데, 이 두 개의 시선이 한 그림 안에 다 들어있어요. 작품 안에는 여러 개의 시선이 한꺼번에 들어있을 수도 있는 거니까요.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셨어요? ‘한 작품 안에 담긴 여러 개의 시선’같은 거요.

남: 내가 1977년에 유럽을 여행하게 되었어요. 그때 스페인에 있는 한 미술관에 갔는데 디에고 벨라스케스(Diego Velazquez)가 그린 <시녀들(Las Meninas)>이라는 작품을 보게 됐거든요. 그 작품 알아요?

그거 완전 유명한 작품이잖아요! 작품 안에 화가 벨라스케스가 등장하는데 사실 화가는 시녀들이 아니라 그 뒤의 거울에 비친 부부를 그리고 있는 거라고……

남: 그렇죠! 벨라스케스는 과연 누구를 바라보고 있을까요. 우리가 작품에서 보는 풍경은 부부가 보고 있는 풍경이겠죠. 아니면, 저 거울에 비친 왕실부부의 모습은 캔버스를 비춘 것일 수도 있겠고. 하여튼 이 화면 안에도 너무 다양한 시선들이 있어서 당시 보고 있던 내가 다 어지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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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고 벨라스케스(Diego Velazquez), <시녀들(Las Meninas)>, 316Ⅹ276cm


설마… <시녀들(Las Meninas)>에서 영감을 받아서 이 사진에도 직접 등장하시는 건가요?

남: 뭐, 그렇기도 해요. 또 이 사진에는 3개의 시선이 존재하죠. 내가 거울 속 여자를 보는 시선, 이 여자가 카메라를 응시하는 시선, 카메라가 정면을 바라보는 시선.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중심에 카메라가 있다는 사실이에요. 이 카메라가 매우 중요해요.

카메라가 중심에 놓인 이유...?

남: 앞으로는 사진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거예요. 아까 당신이 그랬죠? 왜 이렇게 비현실적으로 사진을 찍냐고. 하지만 사진은 더 이상 현실을 담는 도구가 아닌걸. 사진도 결국 조작된 이미지에요.

우린 사진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나요?

남: 예술이 갖는 가장 매혹적인 부분은 우연히 아름다운 형식으로 자리한다는 거죠. 그리고 우연의 사고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의 본질이에요. 내 작업에 대해서 누구나 하는 진부한 소리가 ‘모든 것이 특정한 방식으로 계획되어 이뤄졌다’는 말인데, 그러나 엄밀한 진실은 오직 어떤 일부만 계획된 것이에요. 왜냐하면 당신이 계획할 수 없는 우연이라는 것이 들어오기 때문이죠. 예술작업의 생애란 바로 우연의 연속인걸요.


음, 아직은 이해하기 너무 어려워요.

남: 시간이 된다면, 다음에 내가 작업하는 장소로 초대할게요. 그때 내가 모델들과 함께 작업하는 모습을 보면 이 말이 조금 더 와 닿지 않을까 싶네요. 사진은 현실적이기 보다는 회화만큼이나 아니면 회화보다 더 의도되고 연출된 것이라는 사실이.

다음에 꼭 초대해주세요! 좀 더 이야기하고 싶어요.

남: 그럼 다음에 더 깊은 이야기 나눕시다.


자신을 제프 월이라고 소개한 남자는 자신의 사진과 카메라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그 여자는 없었다.



"예술작업의 생애란 바로 우연의 연속이다."는 말은 제프 월이 실제로 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전문 필진_박이슬

보고, 듣고, 느끼다 : 美術紀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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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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