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행이 스물 하나의 나에게: 프롤로그 [여행]

글 입력 2017.07.31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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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단둘이 떠나는 한 달간의 여행을 계획한 건 작년 겨울이었다. 아빠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여러 나라를 들락거리긴 했지만, 그건 대체로 3-4일의 짧은 날들을 머무르는, 그런 아쉬움이 많이 남는 여행이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항상 '여행다운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대학생이 되고, 틈만 나면 여행을 다녔다. 가까운 곳이든 먼 곳이든 새로운 것들을 접하고 경험하는 일들이 즐거웠다. 아니, 그것보다도 여행을 계획할 때 설렘이 더 좋았다. 내가 곧 갈 곳들을 찾아보고 상상하는 일이 이렇게 큰 기쁨인지 몰랐던 것이다. 이번 여행도 이런 즐거움에서 별 고민 없이 결정하게 되었다. 내게 있어 지금까지의 여행은 항상 좋은 기억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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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간의 여행은 생각보다 준비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둘만 가는 자유여행이다 보니, 당장 어느 나라를 어떻게 가느냐와 같은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알고 있어야 할 사항들까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준비 과정은 하나하나가 새로움이었다. 교통편을 예약하고, 숙소 주인과 연락하는 작은 일들도,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있어 잠깐은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 나의 여행을 그려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런 일상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새 정말 종강을 했고, 계획만 할 것 같았던 여행이 눈앞에 다가왔다. 하지만 마냥 좋을 것이라 생각했던 내 예상과 달리, 출국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불안만 가득하게 되었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여행만 생각하면 즐거웠고, 어쩌면 이 여행으로 한 학기를 버텨 왔는지도 모르겠는데 말이다. 모든 것이 완벽해야 마음이 놓이는 내게 이 여행은 성큼성큼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 일주일만 있으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여행 전날까지도 뒤척이던 나는 결국 떠밀리다시피 비행기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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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생겨 친구보다 하루 먼저 출국하게 되자 불안은 극에 달했던 것 같다. 보통 때 같으면 기대로 가득할 비행기 안에서 나는 오직 공항에서 역까지 잘 찾아갈 수 있을까. 숙소는 어떻게 찾아가지. 체크인하는데 별 문제는 없을까 하는 걱정들뿐이었다. 그렇게 마음 졸이는 10시간을 보내고, 마침내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착륙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들렸다. 나의 모든 불안과 걱정으로 가득 찬 일들이, 내 앞에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그 순간을 마주하게 되자 신기하게도 내 모든 생각들이 단순화되는 느낌이었다. 막상 걱정했던 일이 닥쳐오니 오히려 마음이 놓이는 것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리고, 입국 심사를 마치고, 다른 터미널에 찾아가 숙소까지 지하철을 타는 과정까지. 나의 걱정이 무색할 만큼, 마치 이곳에서 오랫동안 산 사람 같이 모든 일을 해낸 것이다.

그제서야 내 걱정들이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다 보면, 그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 상황을 상상할 시간에 설레는 시간이 더 많았으면 좋았을 텐데. 기대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더 있었으면 더 행복했을 텐데. 불과 몇 시간 전의 내 모습에 웃음지으며, 내일 오롯이 혼자 보낼 시간들에 다시금 기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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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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