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음악을 보다 : 뮤직비디오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8.0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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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 음악은 청각의 소유물이지만, 그것을 한껏 다채롭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있다. 바로 ‘뮤직비디오’이다. 그 3분짜리(혹은 그 이상)의 영상을 단순한 마케팅 수단이라고 하기엔 그 속에 담긴 가치가 소박하지 않다. 이제는 그것을 가히 예술이라 부를 만하다. 눈과 귀를 통해 다채롭게 음악을 즐길 수 있게 하는 뮤직비디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뮤직비디오, Music Video

 뮤직비디오는 음악(music)과 영상(video)을 결합한 형태로 음악을 시각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서 음악 자체의 분위기와 내용에 맞게 영상을 만들어낸 것을 말한다. 1980년대 초 영상 기술이 발달하면서 등장하게 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중반부터 방송사가 제작하는 형식으로 나타났다. (방송사에서 제작된 영상들은 MBC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KBS ‘뮤직 박스’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되었다.) 1990년대 초중반이 되어서 가수들이 직접 제작하게 되었고, 음악 전문 케이블 채널(MTV)의 등장으로 인해 뮤직비디오 산업이 더 활성화 되었다. 1990년대 서태지의 첫 앨범 '난 알아요'가 엄청난 음반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뮤직비디오가 한층 더 주목을 끌게 되었다.


▲서태지와 아이들 - COME BACK HOME M/V [영상출처-seotaiji]


 1996년 발매된 서태지 '컴백홈'의 뮤직비디오는 MTV가 제정한 아시아 뮤직비디오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서태지는 음악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시도를 바탕으로 한 연출을 통해 아름답고 특별한 영상미를 지닌 뮤직비디오의 발전에도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의 영향력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뮤직비디오가 소비되기 시작했다.

 이 당시 뮤직비디오의 특징은 가수들이 직접 출연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장면이 등장하고, 그 사이사이에 연출된 또 다른 장면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최근의 뮤직비디오에도 많이 쓰인다.



드라마타이즈 형식의 뮤직비디오


▲조성모(Jo Sung Mo) -To Heaven [영상출처-CJENMMUSIC Official]


 1990년대 후반 조성모가 100% 드라마만으로 이루어진 뮤직비디오로 흥행하게 되면서 드라마타이즈 형식의 뮤직비디오가 유행하게 되었다. 이러한 뮤직비디오의 경우 스토리를 갖고 한 편의 드라마(혹은 영화)처럼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며, 대부분의 경우 비극적인 사랑에 대한 것이었다. 주로 발라드 곡의 뮤직비디오가 이러한 형태를 보인다. 비극적인 상황을 강조하기 위해 남자 혹은 여자 주인공이 죽음을 맞이하는 상황이 많이 등장했고, 남자 주인공이 조폭과 관련된 경우가 많았으며 액션 씬이 정말 많이 등장했다. (노래방 기계에서 이러한 뮤직비디오들을 종종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유행처럼 번진 제작 형식이어서 그런지 이렇듯 대부분 비슷한 스토리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케이윌 (K.will) - 이러지마 제발 (Please don't...) Music Video HD  [영상출처-starship TV]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뮤직비디오는 상업화와 맞물려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새로운 영역의 예술로 자리 잡게 되면서 다양한 소재를 통해 다양한 스토리를 보여주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뮤직비디오는 반전 있는 사랑이야기를 다룬 케이윌의 '이러지마 제발' 뮤직비디오이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한 장면을 통해 모든 상황이 전복되어서, 처음 이 뮤직비디오를 접했을 때 한동안 멍했던 기억이 있다.

 (※스포주의※) 이 뮤직비디오에는 배우 안재현과 서인국, 다솜이 등장한다. 안재현은 다솜과 결혼을 하기로 한 사이이며, 안재현의 친구 서인국은 다솜을 짝사랑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그 짝사랑은 다솜이 아닌 안재현을 향한 것임을 암시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것이 사랑인지 우정인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엇갈린 해석을 내보일 수 있다. 이렇듯 최근의 뮤직비디오는 과거와는 다르게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MV] 짙은(Zitten) - 해바라기 (EP 'diaspora : 흩어진 사람들') [영상출처-PASTEL MUSIC]


 짙은(Zitten)의 '해바라기' 뮤직비디오에서는 또 다른 방식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뮤직비디오의 경우에도 마지막 연출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으니, 한 번씩 감상하고 해석해보길 바란다.) '난 어딜 봐야 하는지 아직 알지 못하는 해 지는 해바라기'라는 가사에 어우러지는 가슴 아픈 스토리를 보여준다. 단순히 젊은 남녀의 일반적인 사랑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던 1990년대, 2000년대와는 다르게 이제는 더욱 더 다양한 사랑에 대해 보여준다. 사실 뮤직비디오는 이제 사랑 이야기뿐만 아니라 청춘, 추격, 좀비 등의 다양한 소재를 통해 스토리를 진행해나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영화처럼 취향에 맞는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뮤직비디오와 적극적인 소비자

▲[MV] LONGGUO &SHIHYUN (용국&시현) _ the.the.the [영상출처-Choon Entertainment]


 최근 뮤직비디오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유형은 위의 뮤직비디오처럼 노래하고 춤추는 장면 사이사이에 연출된 장면들을 삽입하는 것이다. 연출된 장면들은 하나의 스토리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고, 그 속에 숨겨진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한층 더 적극적인 모습을 갖게 된 소비자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다. 소비자는 연출된 장면과 스토리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저마다의 해석을 내놓는다. 그리고 그 감상과 해석은 공유를 통해 또 다른 새로운 방식의 소비를 낳는다.

 위에 첨부된 용국&시현 'the.the.the' 뮤직비디오의 경우 발매 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까지 다양한 해석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빨간색과 파란색의 대비되는 조명과, 엇갈리면서도 마주보는 김용국과 김시현의 동선 등 여러 연출 속에 숨겨진 내용이 궁금해지는 뮤직비디오다. (개인적으로는 두 사람이 두 가지의 서로 다른 내면을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새로운 소비의 형태가 나타나면서 연출의 중요성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제 뮤직비디오의 모든 장면마다 이야기를 숨기기 시작했고, 대중은 그 모든 연출에 궁금증을 갖고 해석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곳엔 사회적인 소재를 담아내기도 한다. 레드벨벳의 '7월 7일' 뮤직비디오의 경우 ‘세월호’와 관련된 메시지를 담았다.


▲Red Velvet 레드벨벳_7월 7일 (One Of These Nights)_Music Video [영상출처-SMTOWN]


(위의 링크에서 해석에 대한 글을 볼 수 있습니다.)


 필자는 숨겨진 의도를 찾으면서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 편이 아니어서, 처음에 이 영상을 접했을 때는 별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연출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해석을 보고 감상했을 땐 처음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받게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감상했을 때, 내용을 해석하려 노력하며 감상했을 때, 다른 사람들의 해석을 읽고 감상했을 때 계속해서 새로움을 얻을 수 있었다. 덕분에 음악도 더 기억에 남게 된 것 같다. 사회적이고 민감한 소재를 직접적이지 않게, 예술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이 큰 의미를 남긴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가수들의 뮤직비디오가 이러한 시도를 많이 해왔다고 하니, 해석과 함께 감상해보길 추천한다. 결코 가볍지 않은 대중문화의 깊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포털 창에 ‘뮤비 해석’이라 검색하면 수많은 뮤직비디오의 해석에 대한 다양한 글을 찾아볼 수 있다. 대중은 단순히 보는 것에서 나아가 새로운 감상을 소비하는 능동적인 주체가 된 것이다. 사람들은 각기 다른 해석을 내보이며 서로의 감정과 생각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계속해서 새로운 감상을 재생산하며 음악 자체를 폭넓게 감상할 수 있게 만들었다. 1인 방송 채널에서는 뮤직비디오를 해석해주는 컨텐츠가 생기기도 했다. 이를 통해 나의 감상과 비교하면서, 혹은 숨겨진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면서 한층 더 깊이 있게 뮤직비디오를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변화하는 뮤직비디오


▲[MV] Loco(로꼬) _ Too Much(지나쳐) (Feat. DEAN) [영상출처-1theK(원더케이)]


▲인피니트(INFINITE) "Bad" Official MV (360 VR)  [영상출처-woolliment]

(두 영상 모두 스마트폰으로 감상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뮤직비디오는 담고 있는 컨텐츠뿐만 아니라 제작 방식에서도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엔 스마트폰 시대에 걸맞게 스마트폰 화면의 비율에 맞춰 제작된 세로 형 뮤직비디오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TV화면의 비율에 맞춘 가로 형 뮤직비디오가 주를 이뤘던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덕분에 우리는 스마트폰의 화면을 돌려서 영상을 보는 번거로움을 덜어낼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새로운 기술을 결합해 제작되기도 한다. 인피니트의 'Bad' 뮤직비디오에서는 360도 기법을 사용하였다. 이는 유튜브에서 지원하는 기술로, 스마트폰의 움직임에 따라서 영상 속 화면이 움직이는 기술이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 단순히 '보는' 뮤직비디오에서 '경험하는' 뮤직비디오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렇듯 뮤직비디오는 새로운 의미를 더하며 더욱 더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 밖에도 뮤직비디오는 다양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가수들의 실생활을 찍어 만들기도 하고, 컨셉에 맞는 이미지를 나열해 만들기도, 애니매이션의 형태로 만들기도 한다. 모든 뮤직비디오의 공통점은 눈과 귀를 함께 즐겁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음악을 더 다채롭게 즐길 수 있게 하며, 더 기억에 남도록 만든다.

 과거의 뮤직비디오는 단순한 마케팅 수단으로서 사용되었지만, 이제는 그 의미를 넘어선 새로운 예술의 형태를 갖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언뜻 가벼워 보이는 대중문화에서 깊이 있는 예술의 면모를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3분에서 10분정도 되는 짧은 영상들은 우리에게 영화만큼이나 큰 감동을 안겨주기도 하며, 나의 감상과 타인의 감상이 모여 계속해서 새로움을 안겨주기도 한다. 덕분에 우리는 음악을 더 다채롭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듣기만 하는 음악에 질렸다면, 뮤직비디오와 함께 하는 것을 추천한다.

 
[김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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