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뜨거운 여름날, 더 뜨거운 열정으로! [공연예술]

젊은 에너지와 음악의 폭발적 결합, 2017 Jisan Valley Rock Music & Arts Festival
글 입력 2017.08.04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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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an Valley Rock
Music & Arts Festival
지산 밸리 록 뮤직 앤 아츠 페스티벌




언제부턴가 국내 곳곳에서 락(rock) 페스티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SNS를 이용하고 있노라면, 주변 사람들이 그들이 다녀온 페스티벌 사진을 신나게 게재한 것을 발견하곤 한다. 나 역시 SNS로 친구들의 소식을 확인하는 쪽에 속했다. 한 번도 락 페스티벌을 가보지 않아서 왠지 확신이 서지 않던 와중에, 만만치 않은 티켓 가격까지 더해지니 번번이 다음 기회로 미루고 마는 나였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로 손에 < 2017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 티켓이 쥐어졌고, 나는 흥분에 싸여 축젯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렇게 지난 7월 28일, 나는 지산으로 향했고, 현재 다양한 뮤직페스티벌들을 찾아보며 또 다른 기대에 부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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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학기, 학교에서 축제를 기획하는 수업을 들었다. 오리엔테이션 때 교수님께서는 “축제(festival)란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하시면서 그 조건을 언급하셨다. 교수님에 따르면, 축제는 “미쳐야” 한다. 그것도 제대로. 반복되는 생활인 일상에서 벗어나는 파격을 보일 정도의 수준으로 비정상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일탈적 시간과 행동에서 비롯된 만족과 행복감을 안고 다시 일상의 반복을 버티는 것이다. 다음에 있을 내면의 폭발적 분출을 기다리며 다시 살아갈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축제의 기능이다.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이 정말 축제의 특징이라면, < 2017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은 “완벽한 축제”였다. Lorde의 노래를 놓치지 않으려고 달리는데 들고 있는 컵의 맥주가 팔로, 옷으로 넘쳐도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메인 스테이지와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진행된 Lukas Graham의 무대가 예정보다 늦게 끝나는 바람에, 이미 시작된 다른 공연을 향해 수십 명의 사람과 동시에 전력 질주하는 장관 속에서 짜릿함을 느꼈다. 첫 줄에서 대기하다가 Major Lazer의 디제잉과 퍼포먼스에 펜스를 잡고 혼미할 정도로 손을 올린 채 제자리 뛰기를 계속했다. 시간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지나갔다. 새벽 3시까지 음식이라고는 터미널에서 먹은 김말이 하나와 부스에서 구입한 맥주 한 컵 뿐이었지만, 배고프지 않았다. 마치 그 미친듯한 에너지로 끼니를 대신한 것만 같았다. 사방 천지에 일탈과 비정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에너지 가득한 카오스(Chaos: 혼돈)가 되려 날 가득 채워서 행복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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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지산 밸리 록 뮤직 앤 아츠 페스티벌 현장사진 





< 2017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이 내가 배운 축제에 적합하다는 것 이외에 든 생각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역시 음악을 알고 즐기자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러한 페스티벌은 가수를 보는 콘서트이기보다 가수와 함께 노는 시간에 가깝다는 것이다.

“음악을 사전에 익히고 공연장에 가자”라는 것은 일종의 내 오랜 신념과 같아서, 뮤지컬을 보기 전엔 으레 넘버를 모두 들어보고 실제 관람 시 그 즐거움을 배가시키곤 한다. 이번에 아쉬웠던 점은, 미리 공지된 곡들은 여러 번 듣고 갔지만, 그렇지 않은 곡들은 잘 몰랐다는 것이다. 앨범 전체는 아니더라도, 각 앨범의 대표적인 노래들은 모두 듣고 갔어야 했다. 음악이 주를 이루는 공간에서 아는 곡이 나오는 것과 처음 듣는 곡이 나오는 것은 그 차이가 상당하다. 내가 즐길 수 있는 범위가 몇 배 증가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노래를 따라 부르고 싶지만, 가사를 알아듣기 힘들 수도 있고, 무엇보다 내가 아는 노래라면 그 첫 음을 들었을 때부터 주체할 수 없는 추가적인 흥이 돋아지기 때문이다. 가게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들리면 흥겨워지는 것과 같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테니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반드시 아티스트의 대표곡을 모두 익혀가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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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중인 3인조 그룹 메이저 레이저(Major Lazer)


<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은 산속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마치 현실과 동떨어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지친 일상에서 탈피해 산으로 도망쳐 귀가 터질 듯한 음악 속에서 마음껏 놀 수 있다는 생각에 더 큰 자유로움을 즐긴다. 그리고 지금 이 공간에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동질감을 느끼며 다 같이 뛴다. 뭔가 이 순간만큼은 평소의 나보다 과감하게 놀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좋아하는 가수 혹은 디제이가 무대를 선보일 때,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니게 된다.

외국인 아티스트들은 한국인들의 이런 흥과 에너지에 놀랐고, 하나같이 감사 표현을 하였다. 그리고 함께 놀았다. 관객으로서도 그저 관객(觀客)이 아니었다. 아티스트가 내 쪽을 봐주길 오매불망 기다리며 사진을 찍으려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눈을 감고 음악에 몸을 맡긴 채, 흥얼거리면서 몸을 움직였다. 그냥 그 순간이 정말 좋아서 만끽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그게 참 나를 행복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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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지산 밸리 록 뮤직 앤 아츠 페스티벌 라인업 





간이 의자에서 2시간 가까이 쪽잠을 자고, 버스 첫차를 타러 걸어가는 동안, 어젯밤 이곳에서 벌어졌던 그 시간이 마치 꿈같이 느껴졌다. 내가 배운 축제를 그 개념 그대로 온전히 만끽한 시간이었다. 행복했던 한여름 밤의 꿈, 그 기분 좋은 뻐근함이 벌써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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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및 이미지 출처: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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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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