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잠자는 숲 속의 왕자'에 담긴 이야기 [음악]

글 입력 2017.08.06 21:0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가사>

언제까지 너의 꿈속으로 달아나는 거야
아침이면 모두 어김없이 끝나 버릴 텐데
잠든 너를 지켜보는 것도 지겨워 지겨워
눈을 뜨면 나는 먼 곳으로 떠났을지 몰라

* 자고 있던 나를 깨워 놓은 건
잊어버렸니 바로 너였을 텐데
꿈결 속에 들려준 약속들 모두
눈을 떠 봐 어디간 거야

언제까지 너의 꿈속으로 달아나는 거야
아침이면 모두 어김없이 끝나 버릴텐데
잠든 너를 지켜보는 것도 지겨워 지겨워
눈을 뜨면 나는 먼 곳으로 떠났을지 몰라

* 자고 있던 나를 깨워 놓은 건
잊어버렸니 바로 너였을 텐데
꿈결 속에 들려준 약속들 모두
눈을 떠 봐 어디간 거야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거야
(맨 처음부터)

이런 것이 끝은 아니었잖아
잊어버렸니 모두 그대로인걸
옛날부터 그렇게 정해진대로
오래오래 행복해야지

* 자고 있던 나를 깨워 놓은 건
잊어버렸니 바로 너였을 텐데
꿈결 속에 들려준 약속들 모두
눈을 떠 봐 어디간 거야

* 자고 있던 나를 깨워 놓은 건
잊어버렸니 바로 너였을 텐데
꿈결 속에 들려준 약속들 모두
눈을 떠 봐 어디간 거야





나는 판타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남들은 더이상 믿지 않는 나이에도 산타가 존재한다고 믿었고,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도 계속 산타가 존재한다고 믿고 싶었다. 또한 판타지 세계 속의 주인공이 현실로 돌아갈 때 판타지 세계에서의 기억을 잃는다는 클리셰처럼, 나도 그런 존재가 아닐까 상상해보기도 했다.

그러던 내가 이 노래를 처음 듣게 되었을 때, 나는 이 노래에 빠지게 되었다. 이 노래의 멜로디와 가사는 내가 동화 속의 세계에 있는 것만 같이 느끼게 해주었고, 한동안은 매일 이 노래만 들었다.
(이 노래는 [윤상 작곡, Halo 원곡] 이지만 내 경험상 처음 듣게 된 노래를 기반으로 작성했다.)

이 노래의 가사는 잠에서 깨어난 공주와 잠에 빠져든 왕자가 주인공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잠자는 숲 속의 공주'는 잠에서 깨었지만, 공주를 깨운 왕자가 잠에 빠져들게 되었다. 원래 이야기대로라면 잠에서 깬 공주가 자신을 깨워준 왕자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야 하지만, 원래 동화의 이야기대로 흘러가지 못하고 있다.

먼저는 멜로디와 아이유의 노래가, 이 노래 속 동화에 빠지게 하였다. 신디사이저를 이용한 서정적인 멜로디는 이 노래의 가사와 어울린다. 또한 감정이 담아있는 노래는 진짜 동화 속 주인공이 부르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하였다. 어릴 적에 애니메이션 OST를 들을 때면, 그 OST를 부르는 사람이 실제로는 애니메이션 속 인물과 관련 없는 가수임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션 주인공이 부르는 줄 알았던 때가 있지 않았는가. 이처럼, 아이유는 실제로 '잠자는 숲 속의 공주'와 관련은 없지만, 이 노래는 동화 속 주인공이 직접 부르는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가사가 나를 이 노래에 매혹되게 만들었다. 가사의 특별한 점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이 가사가 동화의 또다른 단면을 보여준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이 가사가 계속 동화라는 것을 각인시킨다는 것이다.


1. 동화의 단면

지금 가사 속 동화의 상황은, 원래의 내용대로 흘러가지 못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정해진대로 흘러가는 동화를 그저 독자로서 관조하기만 했다. 원래대로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서, 독자인 우리가 들어갈 틈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원래 정해진대로 흘러가지 못하는 문제 상황이 생긴 것이다. 우리는 동화의 흐름대로 흘러가기를 바라는 공주와, 동화의 흐름을 원래의 흐름에서 바꾸어버린 왕자 그 사이에 있게 된다. 원래의 내용이 어긋난 동화의 단면 속에서, 동화 속 주인공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에 함께 하게 된다. 즉, 그 상황에 참여하면서, 우리도 그 동화 속 상황에 들어가있는 느낌을 받는다.


2. 동화의 각인

동화는 어디까지나 다른 세계의 이야기이기에 특별한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동화 속의 공주가 현실에 등장했다면, 그 공주는 자체만으로도 현실에서 특별한 존재이다. 그러나 만약 그 공주가 다시 동화로 돌아가지 않고 죽을때까지 현실에 있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그녀는 이제 현실 속 수많은 사람들 중 한명일 뿐, 더이상 존재 자체만으로 현실에서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동화가 현실과 분간이 안되게 된다면, 그것은 동화의 의미를 잃게 된다. 동화 속 인물들은 동화에서 정해진대로 흘러가고, 결국 동화 속으로 다시 돌아가기에 특별해지는 것이다.

공주도 이를 알고 있다. 이 노래 속에서 공주는, 자신과 왕자가 동화 속의 인물이고, 결국 동화의 내용대로 흘러가야 한다는 것을 계속 각인시킨다. '자고 있던 나를 깨워 놓은 건,잊어버렸니 바로 너였을 텐데. 눈을 떠봐. 꿈결 속에 들려준 약속들 모두 어디간 거야.' 라고 말하는 것처럼, 왕자는 정해진대로 공주를 깨웠으니, '정해진대로'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이런 것이 끝은 아니었잖아. 잊어버렸니, 모두 그대로인걸. 옛날부터 그렇게 정해진대로 오래오래 행복해야지.' 에서, 원래 동화의 결말대로 흘러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은 잠시 동화에서 벗어났을지라도, '모두 그대로'라는 것처럼 왕자와 공주는 어디까지나 동화 속에 있고, 결국 '오래오래 행복하게' 동화 속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그들의 이야기가 하나의 동화로서, 그들의 존재가 동화 속의 인물로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동화가 흘러가는 단면에 참여하면서, 원래 흘러가려하는 과정 속에 함께 하는 것이다. 그리고 동화의 결론대로 돌아갈 것이기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사 덕분에, 이 노래는 내가 동화 속 판타지를 현실 속에서 만날 수 있게 해주면서도, 동화의 의미를 잃지 않고 나에게 특별한 의미로 남게 되었다. 이는 어디까지나 우리가 그 상황 사이에 있으면서도, 어디까지나 동화의 내용대로 흘러가고 결국 동화 속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특별해지는 것이다.


[이현빈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