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행] 변화의 미학 : 빅스(VIXX)

글 입력 2017.08.1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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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ent  
  [동사] 선사하다
  [형용사] 현재의
  [명사] 선물



"변화하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늘 상 내가 달고 사는 문장이다. 매일의 일상과 감정들을 적어두는 일기의 마지막은 항상 같은 문장으로 끝이 난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똑같은 일을 하고 똑같은 생각을 하는 나에게 변화란 왜 이렇게 어렵게 느껴질까. 알 수 없는 일이다.

 변화란 우리가 늘 좇고 있는 것이다. 나날이 새로워지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달라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 변화는 엄청난 가치를 갖고 있는 듯 보인다. (젊은이들에게 있어서 fresh하고 trendy하다는 것이 종종 최고의 찬사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니 말이다.) 하루하루 달라지고 있는 이 지금, 대중문화의 한편에서 그 변화의 미학을 찾아볼 수 있다.



뱀파이어, 컨셉돌의 시작 : 다칠 준비가 돼 있어


▲빅스(VIXX) - 다칠 준비가 돼 있어(On and On) 무대 교차편집 [영상출처-유튜브 채널 Sena J]


 형형색색의 머리와 함께 노란색 서클렌즈를 끼고 진한 눈 화장을 한 남자 아이돌 그룹. 필자가 처음 마주한 그들의 모습은 다소 파격적이었다. 그들은 바로 컨셉돌, 아트돌, 판타지돌로 불리는 아이돌 그룹 빅스(VIXX)이다. 2013년 초반 빅스는 뱀파이어라는 컨셉을 갖고 ‘다칠 준비가 돼있어’의 활동을 열어나갔다. 다른 아이돌들과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등장해 일명 ‘좀비 춤’을 추는 그들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2012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슈퍼히어로가 되겠다는 곡 ‘Super hero’로 처음 등장한 그들은, 데뷔 초반엔 다른 아이돌들과 크게 다른 점이 없었다. 여느 신인 아이돌에게 잘 어울릴 법한 청량하고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뱀파이어라는 하나의 명확한 컨셉을 토대로 파격적인 모습으로 무장한 그들은 '다칠 준비가 돼 있어'를 통해 특유의 어둡고 섹시한, 동시에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를 통해 컨셉돌(컨셉을 가진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얻게 되었으며, 곧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이후의 행보에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내 속에 나 아닌 또 다른 누군가 : Hyde


▲빅스(VIXX) - hyde 무대 교차편집 [영상출처-유튜브 채널 Sena J]


 뱀파이어에 이어 그들은 지킬 앤 하이드를 컨셉으로 한 ‘hyde’로 활동을 이어나갔다. 이 곡에선 한 사람을 사랑하는 한 남자의 두 가지 내면을 다루고 있다. 한 사람의 서로 다른 두 가지 내면. 이는 사실 일반적인 소재일 수 있지만 그들은 지킬 앤 하이드라는 하나의 컨셉과 스토리를 통해 새롭게 풀어나갔다.

 컨셉에 맞게 지킬을 나타내는 흰색 의상과, 하이드를 나타내는 검정색 의상을 세 명씩 나눠 입고, 서로 대화하는 듯한 가사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본래 지킬과 하이드는 스릴러물의 소재이지만, 빅스는 그 장르적 한계를 넘어 사랑에 대해 노래했다. 동시에 이전 활동에서 보여주었던 짙은 눈 화장과 수트 착장을 유지하며 그들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어나갔다.



너라면 한 몸 아깝지 않을 나 : 저주인형

▲빅스(VIXX) - 저주인형 (VOODOO DOLL) Official Music Video [영상 출처- 유튜브 채널 Realvixx]
※다소 잔인한 장면이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그들은 어둡고 섹시한 ‘다크 섹시’의 모습을 확연히 구축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저주인형이 되어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내 육신은 널 위한 제물이 돼, 네 행복에 나를 바칠게.’

 사랑 노래에 등장하는 저주인형이라니. 전혀 상상할 수 없던 소재였다. 봉제 선이 보이는 수트를 입고 완벽한 저주인형으로 변신한 그들의 모습은 역시나 굉장히 독특하고 놀라웠다. 육신, 제물, 저주, 지옥. 사랑노래에 쓰이기엔 다소 과격하고(?) 파격적인 가사를 여과 없이 사용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대신 아파하겠다는 헌신적인 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계속해서 색다른 시도를 해오던 그들은 이 곡을 통해 2013년 12월 음악방송에서 첫 1위를 거머쥐었다.



감정을 잃은 사이보그 : Error

▲빅스(VIXX) - Error Official Music Video [영상출처-유튜브 채널 Realvixx]


 2014년 10월. 그들은 사랑과 사이보그, 전혀 어우러지지 않는 두 소재를 가지고 또 한 번의 변화를 보여주었다. 감정이 없는 사이보그와 격정적이면서도 잔잔한, 감정의 소용돌이 같은 사랑, 둘을 어떻게 하나로 만들어냈을까.

 사실 이 곡은 이별에 관한 노래이다. 이별의 아픔으로 인해 감정을 잃어버리고 사이보그가 된 한 남자의 스토리를 담고 있다. (로봇을 모티브로한 안무를 통해 사이보그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사실 지나치게 비현실적이고 판타지적이라 여겨질 수 있지만, 계속된 변화를 통해 ‘컨셉돌’, ‘판타지돌’이란 수식어를 가진 빅스는 어색함 없이 그들만의 스타일로 그것을 풀어나갔다. 이제는 그들만이 새롭고 파격적인 시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코 일반적이지 않은 표현을 담은 사랑 이야기. 그 괴리감을 깨고 그들은 새로운 변신을 또 이루어냈다.



넌 나의 사랑이자 독재자 : 사슬



▲빅스(VIXX) - 사슬 (Chained up) Official M/V [영상출처-유튜브 채널 Realvixx]



철컹 철컹 쇠사슬이 걸린
이미 나 태어나 처음 널 봐 버린
짐승처럼 무조건 네게 길들여진
절대 너를 떠날 수 없어



 2015년 11월, 그들은 사랑의 노예가 되었다. 당신에게, 그 사랑에 사슬처럼 묶여 헤어 나올 수 없다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사슬이라는 소재는 아이돌 노래의 소재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사실 그간 사용해온 모든 소재가 파격적이었지만.) 그들은 이전의 뱀파이어, 지킬 앤 하이드, 사이보그 등과는 다르게 일반적인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사슬이라는 파격적이고 마이너한 소재를 사용하여 또 하나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다크 섹시 컨셉을 계속해서 선보인 그들은 그간 트레이드마크가 된 수트와 함께 목에 초커를 차고 등장했다. 초커란 목줄과 비슷한 형태를 지닌 목걸이인데, 그를 통해 속박되고 구속된, 사슬에 묶인 그들의 컨셉을 명확히 나타내주었다. 여성들이 주로 착용하는 액세서리인 초커를 남자 아이돌이 무대 의상의 일부로 사용한 것은 새로운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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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의 신 젤로스를 모티브로한 '다이너마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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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신 하데스를 모티브로한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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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신 크라토스를 모티브로한 'The closer' 


 ‘사슬’ 활동이 끝난 후, 그들은 2016년 한 해 동안 그리스 로마신화를 모티브로 한 연간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그 프로젝트를 통해 빅스는 질투의 신 젤로스, 죽음의 신 하데스, 권력의 신 크라토스, 세 명의 신을 모티브로 세 번의 변화를 보여주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필자는 이 프로젝트에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스 로마 신화라는 소재는 신선했지만, 그 컨셉과 소재가 곡과 무대에서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뮤직비디오에서도 컨셉과 관련된 숨겨진 이야기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서 그에 대한 이해 또한 조금 힘들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라는 획기적인 소재를 통해 색다른 모습을 꾀했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 계속해서 구축해온 그들만의 스타일에서 타투 스티커, 하네스(가슴 줄, 본래 안전을 위한 장치로 사용되었지만 최근 여성들 사이에서 액세서리로 사용되기 시작함), 안대 등의 파격적인 소품을 사용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트렌디하고 세련된 곡과 무대를 선보였다. (다이너마이트, Fantasy, The closer 세 곡 모두 한 번씩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낮과 밤이 전부 너야 : 도원경

▲빅스 (VIXX) - 도원경(桃源境) (Shangri-La) Official M/V [영상출처-유튜브 채널 Realvixx]



흐드러져 피는 꽃
바람마저 달콤한 이곳은 꿈
너와 함께 있다면 어디든
마음이 나풀대며 불어올 그림 속



 작년 한 해 동안의 프로젝트를 마친 그들은 올해 5월 동양의 판타지를 가득 담아 ‘도원경’이라는 곡으로 컴백했다. 도원경이란 복숭아꽃이 피는 아름다운 곳, 속세를 벗어난 이상향, 즉 ‘무릉도원’을 의미한다. 무릉도원에서 풍류를 즐기는 신선의 모습을 한 그들은, 한 편의 시를 읊는 듯한 가사를 노래했다. 얼마나 놀라운가. 더 이상의 소재가 없을 거라 생각했던 우리 앞에 그 예상을 깨고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으니 말이다.

 이 곡의 인트로에는 화려한 기계음을 사용한 다른 음악들과 다르게, 동양의 분위기에 맞춰 가야금 연주를 삽입했다. 모든 가사는 영어를 사용하지 않고 한글로만 이루어져 있어 마치 한 편의 시처럼 느껴진다. 무대에는 전례 없는 한복을 입고 올랐다. (물론 한복과 수트가 혼합된 형태이다.) 한복을 입고 음악 방송에 출연하는 아이돌이라니. 이전까지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도령과 같은 그들의 모습에 부채를 사용한 안무가 곁들여져 한껏 동양적인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트렌디하고 세련된 음악 속에 동양, 고전의 아름다움을 여과 없이 담아냈다.





 이들은 음악에 있어서 일반적인 소재라고 할 수 있는 사랑, 헌신, 갈등, 구속, 이별 등을 자신들만의 신선한 컨셉과 스토리로 풀어나가고 있으며, 판타지적인 요소를 가미해 한계 없는, 독특한, 새로운, 신선한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다. 또한 가사, 안무, 의상 등 보이는 모든 것, 그 속에 담긴 모든 것에 공들여 다양한 시도를 해나가면서 언뜻 가벼워 보일 수 있는 대중문화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예술의 깊이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변화는 앞으로 이어질 또 다른 변화를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끊임없는 변화를 해온 빅스는 올해로 5년차 아이돌이 되었다. 그들은 ‘변화하지만 변함없는’ 아티스트가 되겠다 말한다. 그 말에는 ‘항상 변화하지만,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을 담고 있다. 그 덕에 그들은 정체성을 확고하게 유지하며 의미 있는 변화를 이루어내고 있고, 오랜 시간동안 꾸준히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다.

 한 책에서 ‘오늘은 우주가 생겨난 이후로 단 한 번밖에 없는 날’이라는 구절을 읽은 적이 있다. 어제와 오늘은, 그리고 오늘과 내일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는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을 사는 듯 보여도 우리는 매순간 변화하면서 살고 있다. 문제는 그것이 의미 있는 변화인가. 라는 것이다. 한계 없는 변화를 지켜보며, 의미 있는 변화를 할 수 있는 내가 되었으면,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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