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Night Train to Lisbon)' [영화]

글 입력 2017.08.2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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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
(Night Train to Lisbon,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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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한 권의 책, 한 장의 열차 티켓으로 시작된 마법 같은 여행. 오랜 시간 고전문헌학을 강의 하며 새로울 게 없는 일상을 살아온 ‘그레고리우스’(제레미 아이언스)는 폭우가 쏟아지던 어느 날, 우연히 위험에 처한 낯선 여인을 구한다. 하지만 그녀는 비에 젖은 붉은 코트와 오래된 책 한 권, 15분 후 출발하는 리스본행 열차 티켓을 남긴 채 홀연히 사라진다. ‘그레고리우스’는 난생 처음 느껴보는 강렬한 끌림으로 의문의 여인과 책의 저자인 ‘아마데우 프라두’(잭 휴스턴)를 찾아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몸을 싣게 되는데…
 
[ 출처 _ http://movie.nav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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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하지 않은 우연 
 
  
"어느 장소에 간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에게 여행을 간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삶을 살아간다."


 제목을 보고 '리스본에서 이뤄지는 러브스토리인가?'라고 생각했었지만 단단한 나만의 착각이었다. 영화는 '그레고리우스'와 '마리아나'가 살고 있는 현재, 그리고 주인공이 우연히 찾은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소설 속 '에스테 하니 아'와 '프라 두' 가 살고 있는 안토니오 살리 자르의 독재 통치 시대의 과거가 액자식으로 구성된 영화이다. 절대로 가벼울 수 없는 시대의 이야기를 전달해주면서도 그 속에서 삶에 대한 철학적인 해석을 담은 전혀 가볍지 않은 스토리이다. 시대상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주인공의 미세한 감정의 변화 때문이었을까, 영화를 보고 난 후의 이어지는 잔잔하지만 깊은 여운을 잊고 싶지 않았다.

 과거의 기억은 언제나 미화되기 마련이다. 죽을 만큼 힘들었고 가슴 찢어지게 슬프고 아픈 기억들조차도 사실과는 조금 다르게 기억의 잔상으로 남아있기 마련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연결되어 있다. 과거가 쌓여 현재가 되고, 현재가 쌓여 미래가 된다. 그래서 과거의 누군가와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의 또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실로 연결되어 있듯이 그 세계를 공유하지는 않지만 엮여있다. 아무것도 아닌 인생은 없듯이 아무것도 아닌 일들은 없었다. 하지만 나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 때문에 내 인생이 바뀐다면 어떻게 될까? 영화는 지루하기만 하고 어느 하나 특별한 것 없던 메말라있던 주인공 ‘그레고리우스’의 인생에서 우연히 만난 책 한 권인 <언어의 연금술사>의 저자 '프라 두'의 흔적을 홀린 듯이 따라가게 된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쫓아가다가 만나는 우연들 속에서 주인공의 스스로의 감정의 본인에 대해 돌아볼 기회를 만난다.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을 수도 있고 혹은 내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런 마법에 가까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가까운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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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조했던 삶에 은은하게 퍼지는 반짝거림
 
 
"삶의 결정적인 순간들, 꼭 요란한 사건만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적 순간이 되는 건 아니다.
실제로 운명이 결정되는 드라마틱한 순간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사소할 수 있다."
 
 
 익숙함이라는 나른함에 잠을 깨워줄 시간이다. 무언가에 대해 두근거릴 만큼 심장이 떨렸던 적이 언제였을까?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까마득한 것 같다. 별다를 것 없던 일상에 '우연'이란 이름으로 다가오는 일들로 작은 특별함을 더해준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특별한 우연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우리는 매 순간 우연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하루에도 만나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 마주치는 건물들, 장면들. 나와 함께 살아가는 사소함을 쉽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사소한 순간들이 모여 한 인생을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속 대사를 통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사소한 감정을 쉽게 보내버려서는 안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찰나의 순간이 주는 생각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그 짧은 순간의 선택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의 찰나의 순간들. 사소하지만 반복적인 일들일 것이다. 그 우연들이 모여 과거가 되고 그 과거와 현재가 '알 수 없는 인생'이라는 말처럼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기도 때로는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하지만 인생이 흘러간다는 건 똑같다. 그리고 그 순간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것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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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의 순간을 잡을 수 있을 만큼만
 
 
"우리 인생의 진정한 감독은 우연이다.
잔인함과 자비심과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으로 가득한 감독."
 
 
 낯선 풍경만큼이나 설레는 일이 있을까? 익숙하지 않은 공간이 주는 무언의 기대감은 누구든지 설레게 만들 것이다. 그런데 어쩌면 낯선 곳, 생각보다 가까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끌리는 대로 따라가다 만난 우연한 사건들로 일상이 낯설게 느껴지게 해주기도 한다. 매일 같이 타고 다니던 똑같은 번호의 버스에서 똑같은 자리에 앉아서 졸다 몇 정거장을 지나쳐 아차 싶어 내린다면 평소 모든 것이 익숙했던 동네가 아니라 다른 동네에 내릴 수도 있다.
 
 고개를 들고 주변을 둘러본다면 평소 와는 다른 낯선 공기가 온몸을 감싸는 것이 느껴질 것이다. 혹은 '일상'이라는 공간에 스스로 갇혀 시야를 가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궁금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익숙한 공간이기 때문에 휴대폰만 보고 무심코 지나쳤던 장면들, 이어폰으로 노래를 들으면서 무심코 지나쳤던 소리들. 바로 옆 골목만 우연을 만날 수 있는 가능성, 그 작은 가능성만 가지고 있어도 충분하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운명 같은 일들이 일어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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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독'이란 온전히 혼자에서 혼자가 되게 하는 감정이다. 다른 감정들이 스며들 시간과 틈조차도 주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꽤나 다른 감정들보다도 그 익숙함에서 헤어 나오기 어려운 감정이 아닌가 싶다. '고독의 반대는 유대이다.'라는 마르케스의 말이 있듯이 나의 고독이 또 다른 인간이자 감정으로부터 매료당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Why don't you just st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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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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