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첼 체다치즈] 자화상 시리즈 (1)
글 입력 2017.08.25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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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표정 / 종이에 연필 / 15.5 x 20 cm / 2017웃는 얼굴 / 종이에 연필 / 15.5 x 20 cm / 2017엄마와 나 / 종이에 연필 / 15.5 x 20 cm / 2017
'당신'인터뷰 감사합니다 :)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제 세계를 소개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몇 년만인지 모를, 굉장히 오랜만에 사실적으로 그려봤다. 물론 자세하게 각잡고 하지는 않았지만 가볍게 그려보았다. 사실적인 그림. 나는 사실적으로 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똑같이 그리는 건 그리는 것에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남의 개성은 잘 보이지만 정작 나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서 -일부러 똑같이 그려보았다. 다음에는 다른 기법으로 그려볼 예정이다.역시 그리면서도 나에 대해서 잘 모르겠다. 아직은. 나는 내 자신을 사랑하지만,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는 잘 모르겠다. 자화상을 그리면서 느꼈다. 왜 고흐가 자화상을 그렇게나 그렸는지를, 왜 램브란트가 자화상만 죽도록 그렸는지를. 결국은 나 자신을 찾기 위해서 계속 그려왔던 것이다.나는 평생 내 얼굴을 볼 수 없을 것이다. 거울로 보는 것도 실제는 아니다. 남만이 내 얼굴을 실제로 보지, 나는 평생 볼 수가 없다. 이 공허감을 내 손으로, 그림을 그림으로써 채워나가는 걸까.(1) 자화상 첫 스타트이다. 잠옷 입은 상태로, 거울을 보고 그렸다. 너무나 우울했다. 내 자신이 싫어지는 일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너무 싫어서, 나를 알고 싶어서 그리게 되었다. 나와 닮은지 안닮은지는 모르겠다. 안닮은 것 같다. 나는 내 특징을 모르겠다. 우울한 감성이 베여있다.(2) 두 번째 그린 자화상이다. 웃는 셀카를 보고 그렸다.역시 현대 문명 과학의 발전은 위대하다. 어플은 참 대단하다. 셀카는 내가 내가 아니다. 나는 그릴 때마다 얼굴을 좀 더 둥글게 그리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명확하게 톤을 나누지 않는다. 그래서 예전에도 고민이 많았었다. 나는 묘사를 뚜렷하게 잘하지도, 톤이 정확하지도, 혹은 연하게 분위기가 있지도 않다. 나는 자세하지도 러프하지도 않은 그 중간 어디쯤. 애매한 선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재능이 없고, 그림은 욕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항상 힘들어했었다.지금은 반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냥 이 '어중간함'이 내 개성이구나. 부드러운것 같은데 사실은 거칠고, 거친것 같으면서도 부드러워보이는 애매한 선 느낌. 이게 나였다. 이 선이 내 모습이다.(3) 어렸을 때의 나다. 주인공은 내가 아니다. 엄마다. 우리 엄마는 참 예쁘다.내 얼굴은 그냥 찐빵이다. 엄마는 너무 예쁘다. 지금도 여전히 예쁘시다. 부럽다. 엄마의 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엄마 그리는 것에 집중했더니 코딱지만한 나를 못그리겠다.[최지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더불어, 자기 얼굴은 평생 직접 볼 수 없다는 사실. 그래서 공허감을 느끼고 우울해진다는 것. 저도 공감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매일 같이 셀카를 찍고 남한테 찍어달라고 하고 얼굴이 어디가 비대칭인지 확인하고 싶어하고 주변에 물어보고 퍼스널컬러 진단을 받고 자화상을 그리는 등등... 모두 자신의 얼굴을 실제로 볼 수 없다는 데에서 오는 불안감 때문에 그러는 것 아닐까요? 그 불안감 때문에 사람들은 더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 지'를 중요시하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제 3자의 입장에서 나 자신을 오롯이 볼 수 있다면 옷을 입거나 화장품을 고르거나 하는데 있어서, 아니면 조금 더 내면적인 부분에 대해서까지 덜 고민했거나, 다르게 고민했을지도 모를테지요.
글에 직접 우울감을 드러내셔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글도 그림도 우울해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댓글을 쓰면서도 자꾸 안절부절하게 되네요...ㅠ 무슨 일이 지은님을 괴롭게 했는 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를 판단하고 들여다보려고 하신다는 점에서 지은님은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이번 두레를 통한 제 댓글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는 최지은님 작품을 <사물 드로잉 1>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는데, 펜을 종이와 떨어뜨리지 않고 실제 카페음료의 모습보다 변형된 작품을 보면서 에곤쉴레의 드로잉이 떠올랐습니다. 어쩐지, 지은님의 인터뷰 내용을 보니 저도 참 좋아하는 에곤쉴레 영화에 대해 말씀하신 부분이 있더군요. 너무 좋았습니다. :)
사실 그 사물드로잉의 이미지가 너무 깊게 박혀서 처음에 자화상 작품을 보았을때 정말 같은 작가가 그린 작업인가하는 물음이 잠시 떠올랐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여자 얼굴을 표현한 게 그때 사물드로잉에서 느꼈던 작가님의 그림체가 살아있네요. 작가님이 자화상을 그리는 이유와 여태 미술사에서 화가들이 왜 자화상을 그렸는지 생각해보니 사람은 언제나 내가 누구인지 고민하면서 살아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은님 작품을 보고있으니 저도 저를 알아가기 위해 한번 자화상을 그려볼까하는 다짐을 하게되네요 :)
말씀해주신 것처럼, 고흐가 그랬듯, 램브란트가 그랬듯 자화상을 그린다는 건, 자기 자신을 찾는 여정인 것 같다는 생각이 이 그림을 보면서 드네요. 자기 자신의 감정을 마주보고, 그것을 어떤 형태로든 기록한다는 것은 참 의미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어중간함'이 스스로의 개성이라고 언급하신 부분인데, 요새 제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과 맞아 떨어져서 그런 것 같네요. 문화예술에 취미를 붙이고, 콘텐츠를 만들어내면서 제가 참 '어중간하다'라는 기분을 많이 느끼고 있는데, '이게 나였다. 이 선이 내 모습이다.'라는 말이 제게는 어떤 위로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지은님께는 애매한 선이, 제게는 애매한 문장들이 사실은 자신 그대로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그림 보고, 좋은 글을 읽고, 좋은 감상을 받아갑니다:)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추상적인 그림도 너무 잘 그리시고 지은 님만에 색깔이 있어서 너무 좋았는데 이번 작품을 접해보니
공감되는 부분도 참 많습니다. 저도 자화상을 그릴 때 정말 우울했었습니다.
닮았는지도 모르겠고 누군가에게 보여주었을 때 닮지 않았다는 말을 듣기가 너무 싫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림 한점 한점 그려나갈 때마다 성장이 있었고 연필을 잡을 때 소중한 마음이 더 깊어졌습니다. 이렇게 멋진 그림을 그리는 지은 님은 남들에게 어떤 식으로 보이든 정말 멋진 작가님 이신 것 같습니다! 멋진 그림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