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World"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울 때 가장 먼저 입력하는 말이다. 프로그래밍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건네는 인사를 모든 입문자가 똑같이 쓰게 되는 걸 알게 되었을 때, 그 사실 자체가 귀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굉장히 신기했다. 프로그래밍을 사용하는 전 세계 모든 사람의 첫 텍스트 입력어가 "Hello World"인 데에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프로그래밍을 통해 더욱 가까워져 친근하게 인사를 건네는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프로그래밍을 비롯한 통신과 IT 기술, 그리고 교통의 발달로 세계는 '지구촌'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가까워졌고, 한국에서 나고 자라면서 외국에 가본 적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보고 들리는 것들은 한국적인 것보다 세계적인 것이 더 많다. 경제적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글로벌 트렌드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 꼭 경제적 이유뿐만 아니라도 우리의 것이 아닌 외국의 것이 트렌드를 이끄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우리의 삶에서 가장 친근한 외식산업의 분야를 예로 들면, 10년 전에 홍대 일대를 뒤덮은 메뉴는 이탈리아식 파스타였다. 드라마 <파스타>가 인기를 끌었던 것은 이미 파스타가 우리에게 친숙한 외식 메뉴가 된 이후였다. 연인들의 평범한 데이트 코스의 빠질 수 없는 음식이 될 정도로 파스타는 고급스러우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메뉴였다. 그러나 지금 홍대를 비롯한 주요 뜨는 골목을 덮고 있는 메뉴들을 보면 파스타의 입지가 확연히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현재의 외식산업을 이끄는 메뉴는 일본 가정식, 인도식 커리, 베트남식 혹은 태국식 요리다.

 우리나라에 일본식, 동남아식 음식이 인기를 끄는 데에는 혼족 트렌드가 영향을 끼쳤다. 혼자 먹고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외식산업의 트렌드가 크게 바뀌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식사를 해결할 때, 혼자 먹기에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영양가 있는 음식을 고려하면서 조리 시간과 식사 시간이 짧은 메뉴들을 선호했다. 그 덕분에 1인용으로 나오는 일본식과 간편하게 포장해갈 수 있는 동남아식이 인기를 끌게 되었다. 글로벌 트렌드는 선택지의 폭을 넓히고, 다양해진 개인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데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트렌드가 되었다.

 

 글로벌 트렌드가 외식문화의 트렌드, 혼족 트렌드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것처럼 세계가 가까워지면서 자연스럽게 찾아온 글로벌 트렌드는 다른 문화, 다른 트렌드와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었다. 음악, 패션, 인테리어, 라이프 스타일까지 글로벌 트렌드의 영향이 끼쳐 일상의 모습이 빠르게변화하고 있다.

 글로벌 트렌드가 사람을 좀 더 편하게, 행복한 선택을 하도록 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만, 경쟁의 대상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스스로를 불행으로 이끈다는 점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GDP가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고, 경제적으로는 이제 여느 국가 부러울 것 없는 성장을 이룩하였지만, '행복한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글로벌 트렌드가 우리와 밀접해 지면서 내 삶의 비교 대상은 내 옆집의 친구가 아닌 이름도 모르는 나라의 SNS 친구가 되었다. OECD 국가 중에서도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북유럽 국가들을 비교 대상으로 두고 동경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면서 불행으로 자신의 삶을 규정한다. 남의 시선을 특히나 의식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글로벌 트렌드가 주는 심리적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국적을 불문하고 다가오는 트렌드를 막을수도 피할수도 없다. 다만, 글로벌 트렌드가 주는 편리함을 누르면서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트렌드에 내 삶이 휩쓸리지 않게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 끊임없이 휩쓸고 지나가는 글로벌 트렌드 속에서 서핑을 하는 듯이 자신만의 속도로 서 있다면, 그 어떠한 트렌드가 몰려와도 자신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즐길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