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을, 시 읽는 소리, 사람들 이야기 [문학]

글 입력 2017.08.29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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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jpg
 

시, 영화, 소설, 노래 등. 왜 사람들 사는 곳에 이렇게 많은 문화들이 생긴 건지 고민해 본 적이 있다. 내 생각에는 외로워서, 인 것 같다. 왜냐하면 누군가에게 '노래 좀 불러 줘', '재미있는 이야기 들려 줘' 라고 말할 때마다 그것은 적어도 두 사람을 필요로 하고 그렇게 그들은 현실을 비껴나가기 때문이다.

가을은 외로운 계절이다. 숨막히게 처절한 여름의 것들이 상실되는 기분이다. 가득 찬 습한 공기를 앗아간 어느 날 새벽, 느낀다. 아, 그 처절한 것이 녹아버렸구나. 봄은 꽃씨로 오겠다고 약속했지만, 나에게 모든 것을 쏟아낸 듯한 여름은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다고 느낀다. 안개뿐이다. 그래서 가을은 외로운 계절이다. 몇몇 사람들은 이 때 가장 몸살을 심하게 앓는다. 그것이 현실을 정통으로 맞아 생긴 병이라고 나는 늘 생각해왔다.

외로울 때마다 주섬주섬 꺼내 보는 영상들이 있다. 목소리와 표정이 주는 인간만의 따뜻함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런 영상은 하루 종일 보는 정처없는 수많은 영상들보다 더 강력한 것 같다. 얼마 전 그런 영상을 하나 찾아서 기분이 좋아져서 이렇게 이 글을 쓰게 되었다. 9월 영화 개봉작을 찾아다니던 도중, 우연히 배우들이 시를 낭송하는 영상을 보았고, 덕분에 위로받았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그런 영상이 더 있다.



1. 김소연의 시 「그래서」 배우 낭송


영화 시인의 사랑, 시낭송 영상

무기력할 때 내 무기력함을 대신 읽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 무거움이 다 읽힌 느낌이 들어 잠시 접어둘 수가 있어서 좋다. 역시 혼자보다는 둘이 더 좋다. 나약한 나는 자주 회의하게 되는 진실.



2. 랭보의 시 「Romance」 영화 중 낭송


영화 영 앤 뷰티풀 중 랭보의 시 Romance.

듣기 좋은 랭보의 시 낭송을 멍하니 듣고 있으면 한 예쁜 사람이 마지막 연에서 세상에서 가장 심각한 표정으로 시를 읊고 우울하게 가버리는데, 어떻게 무슨 일 있냐고 안 물어볼 수 있단 말인가. 뒷부분에 읊은 학생들의 의견을 들으면서도 사색에 빠지게 된다. 당신이 이 시를 읽고 든 생각은 무엇입니까, 하고 영화가 묻는다.



3.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 명장면


영국 드라마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 중에서

살면서 생각보다 많이 헷갈리게 된다. 뭐가 맞고, 뭐가 틀린 건지. 그 때마다 이 영상을 본다. 볼 때마다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새롭게 깨닫는다. 왜냐하면 저 우울한 아가씨의 모습은 내 모습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마음을 챙기는 방법은 마법을 부린다고 '뿅' 변신하는 게 아닌 것 같다. 사람들과 만나면서, 그것이 어떤 방법이든, 시나브로 걸어가는 방법밖엔 없는 것 같다.



4. 노엄 촘스키 VS. 미셸 푸코


미셸 푸코와 노엄 촘스키가 대화하는 영상. 

노엄 촘스키가 인간의 창의적인 본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논의를 시작한다. 영상으로 내가 존경하는 두 사람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같이 있는 것 같은, 비이성적인 착각에 빠진다. 나중에 하늘나라에 가면 이런 광경을 마음껏 볼 수 있겠지. 심심할 틈이 없을 것 같다. 소크라테스는 아직도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말을 걸고 있을까? 이제 더 이상 그들에게 돈을 벌라고 소리치는 사람은 없으니 맘 편하게 고민만 하고 있겠다. 다만 그들이 하늘나라에 간 지 너무 오래 되서 삶의 고민은 잊은 건 아닐까 걱정될 뿐. 괜찮다. 어떻게든 고민을 만들어 낼 사람들이므로.

각자 좋아하는 동영상이 있을 것이다. 그 장르가 어떻게 되었든지.
이번 여름, 아프지 않고 지나갔으면 좋겠다.



성채윤.jpg
 

[성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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