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ring Heart] 공부설

글 입력 2017.08.30 13:2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공부설


Illust. by 정현빈


다음의 이야기는 이론이 아니라 학설이다. 즉 공부를 해보고 가르쳐본 개인적인 경험을 근거로 ‘대체적으로 이럴 것이다’라고 경향을 짐작한 것이지 어떤 과학적인 실험이나 통계를 기반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다. 그래도 꽤 통찰력이 있다고 자부한다.

사례 1번. 수능 혹은 토익 지문을 읽을 때를 생각해보자. 우리는 특정 단어의 뜻을 알고 해석할 수 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대학교의 여름, 겨울 방학까지 우리가 얼마나 부지런했던가? 심지어는 동의어 반의어도 문제 없이 읊을 수 있다. 그러나 막상 글을 쓰려 하면 그 단어가 생각이 나질 않는다. 이 표현을 여기에 써도 되나 싶고, 그래서 내가 아는 쉬운 단어만 반복한다. 웃긴 건 그 긴가민가 했던 단어가 다른 사람의 발화를 듣는 리스닝에서는 다시 이해가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말을 해야 할 때는 그 표현이 기억이 나질 않는단 말이지. 그리고는 집에 와서 후회한다. ‘아, 그 단어 알았는데!’

사례 2번. 영어 말고 일반 상식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진로 캠프에서 글로벌리더가 꼭 갖춰야 할 자격이 뭐냐고 묻는다. 막상 질문을 받으니 당황스럽다. 어떻게 말해야 정답일까 고민하던 찰나 옆사람들이 말하길 ‘소통, 수행 능력, 자기 성찰’이랜다. 정말이지 식상하고 뻔한 답이다. 이렇게 생각한다. ‘아, 그걸 누가 몰라?’ 

두 사례에서 보듯 우리 머릿속에는 이미 그 지식들이 있었다. 나는 분명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왜 그 지식이 필요했던 바로 그 순간에는 입 밖에 낼 수 없었던 걸까? 나는 과연 그 지식을 제대로 알고 있었나? 아니다! 지식 자원과 용기&활용경험 모두 합쳐져야 완전히 소화된 나만의 지식이다. 지금의 상태는 반쪽자리 지식일 뿐이다.




1_크기.jpg
 
2_크기.jpg
 
3_크기.jpg
 
4_크기.jpg
 


위의 그림에서 저 구덩이는 지식을 담을 수 있는 용량, 물은 용기&활용경험, 물 위에 있는 물체들은 지식 자원을 뜻한다. 천재라 불리는 일부 특출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람의 뇌 용량은 고만고만할 터이니 구덩이의 깊이는 비슷할 거라고 가정했다. 사람마다 차이가 나는 것은 지식과 용기&활용경험이다.

첫번째, 용기&활용경험 없고 지식 자원도 없는 상태. 구덩이는 깊은데 수심이 낮고 자원들도 밑바닥에 간신히 떠 있는 정도라면, 빠르게 자원들을 꺼낼 수 있을까? 물의 깊이도 어느 정도는 올라와줘야 하고, 건질만한 물건들 또한 내 근처에 떠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지식을 채워 넣는 것과 동시에 그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경험이 주어져야 한다. 내적으로는 나만의 공부법을 찾아서 지식을 적시적소 저장하고 끄집어내보고, 외적으로는 성공적인 활용경험으로 긍정적인 성취 경험을 느껴본다면 근거 있는 용기를 키울 수 있다.

두 번째, 용기&활용경험이 없고 지식 자원은 있는 상태. 지식 자원이 많은들, 구덩이 아래 깊숙한 곳에 있다면 바로 꺼내 쓰기는 힘들 것이다. 사례 1~2번 모두가 여기에 속한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학교와 학원에서 막대한 인풋을 집어 넣었지만 아웃풋을 산출해볼 경험이라고는 고작 시험일 뿐이었다. 처방은 간단하다. 그간 쌓아놓은 지식을 활용할 기회를 접해서 ‘이 때 이 표현을 써도 되는구나.’ 하고 경험을 통해 지식 자원의 응용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차근차근 자신이 가진 자원을 활용해보면, 간혹 실수를 하더라도 자존감에 타격은 덜하게 되어 실패를 전만큼 겁내지 않게 된다.

세 번째는 용기&활용경험은 있고 지식 자원이 없는 상태. 교사의 질문에 ‘얻어 걸리면 좋겠지’라 생각하며 답을 막 던지는 학생들이 여기에 속한다. 지식 자원이 부족한 상태라 대개는 주변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높으며, 그에 따라 위축되어 활용 경험을 축적할 용기의 샘이 말라 버리게 된다. 그러나 희망적인 사실은 지식 자원을 모으는 일에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특유의 용기로 금방 긍정적인 강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용기&활용경험과 지식이 모두 존재하는 이상적인 상태다. 이들은 새로운 사실을 습득하는 데에 끊임없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할 뿐만 아니라, 기존에 받았던 긍정적인 보상들은 지식들을 활용해볼 안정적인 용기를 준다.

네 유형 중 어디에 속하든 괜찮다. 후천적인 노력을 통해서 이상적인 상태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용기&활용경험은 꾸준한 시도를 통해 쌓을 수 있으며 지식도 시간을 들이는 대로 축적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껏 잘 해왔다. 다만 약간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었을 뿐이며,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반쪽자리 지식과 반쪽자리 용기가 온전해지길 바라며 학설에 대한 설명을 맺는다.


[정현빈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