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인생의 일요일들에 쓴 편지

글 입력 2017.09.0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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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일요일들

에세이스트 정혜윤 / 출판사 로고폴리스



에세이스트 정혜윤이 《인생의 일요일들》을 이루는 39통의 편지를 쓰기 시작한 것은 우연히 숲 이야기가 담긴 메일 한 통을 받으면서부터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이야기로 답장을 쓰고 싶었던 작가는 2015년 여행했던 그리스에서의 기억을 편지로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시간 속에서 자신의 마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작가는 그 감각을 독자들과 나누기 위해 이 책을 펴냈다. 주로 일요일에 쓰였기에 편지는 ‘일요일의 편지’가 되었고, 그 속에 담은 나날들은 ‘인생의 일요일들’이 되었다.
-책소개 중에서


  편지를 주고받는다는 건 특별하다. 편지에는 문자메시지나 전화통화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단순히 안부를 주고 받는 것 이상의 무언가. 글을 쓰면서 상대에 대해서도, 나에 대해서도 더 생각해보게 되고, 이런 과정을 통해 글을 쓰는 지금의 나와, 글을 읽을 미래의 상대 사이에 시간을 뛰어넘은 공감대가 형성된다. 그래서 나는 편지를 읽고 있을 미래의 상대방을 상상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편지에 담는 그 순간을 좋아한다. 그리고 상대의 답장을 기다리는 동안의 설렘도.

  이 편지가 처음 쓰여지던 순간의 상대가 아닌, 불특정 다수의 일원인 내가 감히 이 편지를 읽어도 괜찮을까 싶기도 하지만. 작가님 본인이 세상에 내놓으신 책이니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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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의 일요일들>이라는 제목이 참 마음에 와 닿는다. 소개에서는 주로 일요일에 편지를 썼기 때문에, 편지쓴 그 날들이 '인생의 일요일들'이 되었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 날들이 일주일중 하필 일요일이었기 때문에 '인생의 일요일들'이 되었다기엔 이 이름이 주는 느낌이 그보다는 더 각별한 것 같다. 일요일이 어떤 날인가. 조물주가 여섯날 여섯밤 세상을 창조하고 휴식을 취하신 일곱째 날이 아닌가. 교회에서 일요일에 예배를 드리는 것은 지난 여섯날 여섯밤의 노고에 대한 감사와 일곱째날의 휴식에 대한 감사의 의미라고 알고 있다.

  하나님도 쉬어가시는 일요일. 누군가는 나른하게 늘어져 휴식을 취하고, 누군가는 바쁜 일상에 미뤄두었던 취미활동을 하는 날이다. 하루하루가 바쁜 현대에 와서는 일요일에도 바쁘게 사는 사람들이 늘었지만, 본질적으로는 '쉬는 날'인 일요일.


일요일 아침의 게으른 시간 속에서, ‘언제였더라! 그때 참 좋았었는데’ 하고 저절로 떠오르는 기억들, 그 기억들 속에서 근심은 힘을 잃고 사라진다. 현실의 속박들도 잠시 사라진다. 졸음 속에서 여행을 한다. 미소와 즐거운 회상, 기쁨이 함께한다. 시들지 않는 즐거움이 함께한다. 마음은 다른 것이 아니라 다시 그런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갈망한다. 이렇게 기억 속에 떠오른 날들을 인생의 일요일이라고 이름 붙였다. -8쪽


  그래! 바로 이런 느낌이다. 고민거리를 내려놓고 마음껏 쉴 수 있었던 즐거운 날의 기억들과, 이 추억들이 현재의 날들에 주는 작지만 편안한 휴식.

  나는 여행기를 읽는 걸 좋아한다. 지금의 나는 할 수 없는 것들을 행하는 타인의 이야기를 읽으며 대리만족을 느끼거나, 과거의 나를 불러와 추억에 잠겨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먹방'을 보는 이유와 비슷할 것이다. 음악을 들어도, 책을 읽어도 상대의 이야기 안에서 나의 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다. 이번 도서문화초대에서도, 나는 작가님의 편지 속에서 내 기억속 '인생의 일요일들'을 찾아내 그 안에 잠겨볼 수 있지 않을까.


[류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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