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밀폐된 공간, 극강의 공포를 체험하는 법 [공연예술]

연극 '더 하우스' 관람 후기
글 입력 2017.09.04 01:2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불과 며칠전까지 여름이었다. 여름을 맞이하는 나의 자세는 약 23년간 동일했는데 바로 공포 영화나 공포 연극을 보는 것이다. 무더운 여름 방에 들어가 불을 끄고 고음질 헤드폰을 낀 채 벌벌 떨면서도 즐거워하는 내 모습은 가족들의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보고 나서 특별히 서늘해졌다거나 덜 덥다는 느낌은 한 번도 든 적 없지만 어쨌든 공포물은 여름에 봐야 제 맛이다.
 
몇 년 전 여름에도 어김없이 친구와 함께 연극 ‘두 여자’를 관람했다. 당시 두 여자는 티켓 오픈 시간 30분 전부터 줄을 설 정도로 인기가 많은 공포 연극에 속했다. (지금도 상위권 연극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앞에서 두 번째 줄에 앉게 된 난 ‘공포’ 연극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있었다. 극이 시작되자 사정없이 몰아치는 굉음과 스킨십에 정신없이 소리를 지르며 기운을 뺀 기억이 난다. 내용은 전혀 기억이 안 나는데 친구의 팔을 뜯을 듯 잡아당기며 긴장했던 장면은 생생하다. 당시의 오래된 극장에서 나던 퀴퀴한 냄새, 어딘가 서늘한 에어컨 곰팡이 냄새가 기억과 뒤섞여 꽤 오싹한 경험으로 남았다.

 
thehouse_00.jpg
 

그렇게 몇 년이 지났고 며칠 전에 표가 생겨 내 인생의 두 번째 공포 연극 ‘더 하우스’를 관람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포 연극의 끝판왕은 더 하우스다. 두 여자를 뛰어넘는다. 더 하우스는 새로운 집으로 이사 온 가족에게 벌어지는 이상한 일을 다룬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대학로 대다수 연극처럼 발랄하고 경쾌하다. 중간 중간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부분도 있어 자칫 공포 연극이라는 사실을 잊기 쉽다.
 
하지만 공포를 다룰 땐 가차 없다. 방금 전까지 나와 눈을 맞추며 기발한 말장난을 선보이던 배우는 암전이 되면 극장 안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존재로 변한다. 갑작스럽게 발목을 잡거나 바람을 불어넣으면 관객들은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다. 당시엔 아찔했지만 돌이켜보면 공포 연극에 충실한 모습이었던 것 같다. 연극을 좋아하는 친구로부터 일부 공포 연극은 공포감 조성에 치우쳐 개연성을 놓치거나 혹은 그 반대의 경우도 종종 나타나 만족도를 떨어뜨리기도 한다는데 더 하우스에는 그런 면에서 적절히 균형을 이뤘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무대 위에서 관객과 소통하며 긴장을 풀어준 것 역시 공포 연출을 위한 장치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당근과 채찍을 잘 활용한 것이다. 나는 이번 선택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 3년 만에 본 두 번째 공포 연극 역시 처음 못지않게 인상적이고 즐거운 시간을 선사해줘 기쁘다. 이제 여름은 완전히 물러간 듯하다. 가을을 온몸으로 반긴다. 그러나 더 하우스의 기억을 다음 여름까지 간직하는 것도 잊지 않을 것이다.




공연정보

연극명 : 더 하우스

기간 : ~오픈런

장소 : 호은아트홀 (서울특별시 종로구 동숭길 41)

가격 : 소셜커머스, 타임티켓 등 사이트별 상이
(네이버 예매 가능)




[이형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