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가 바라본 女性 ① [문학]

W. B. Yeats 초기 시풍 및 여성관 분석
글 입력 2017.09.07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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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B. Yeats
그의 펜 끝에서 그려진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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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iam Butler Yeats는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19·20세기 시인이자 극작가이다. 그는 작품에 여성에 대한 관점을 다양하게 투영시키는데, 이는 그가 삶에서 겪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바탕이 되어 이루어진다. 그의 시풍 및 여성에 대한 관점은 시간이 흐르며 그 방향을 조금 달리하는 양상을 띤다. 예찬적 사랑 시의 전형을 보여 주는 그의 초기 시풍과는 달리, 20세기에 들어서고 난 뒤의 그의 시에는 성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담대하고 신선하게 제시하는 것을 알 수 있다.





Yeats의 낭만파 사랑 시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A Poet to His Beloved’에서는 당시 그의 시의 대표적 특징이 잘 드러난다. 이 시는 화자 ‘I’가 사랑하는 여인에게 다분히 예의를 지키는 태도로 시를 바치면서 시작한다. 화자는 이 하얀 여성의 지난 열정과 꿈을 높이 사며 그것이 ‘풍요의 뿔(horn)’보다 상위의 것임을 밝힌다. 이와 같은 사랑 예찬적 태도는 Yeats 서정시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궁정식 사랑(Courtly Love)’의 형식을 띠는 특징을 갖는다. 숭배의 기사도 정신이 강조되는 궁정식 사랑은 본디 기사(knight)가 군주 부인(lady)에게 향하는 일방적인 사랑을 의미하는데, 무려 군주와 다름없는 군주 부인을 사랑한다는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계급 차이를 이기지 못하고 마음속으로만 애타게 호소하는 사랑의 모습을 담는다. 이 양식은 머리를 묶는 여성의 모습을 묘사하며 그녀를 찬양하는 화자를 제시하는 그의 또 다른 작품인 ‘He Gives His Beloved Certain Rhymes’에서도 드러난다. 현실의 불가능과 이를 상대하며 마음을 전달하려 애쓰는 기사의 이미지는 독자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나, 한편으론 부담스러워 마지않을 개인의 마음을 지나치게 상대에게 고집하는 것이 과연 여성을 진정으로 위하는 것이냐는 의문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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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Poet to His Beloved’는 Yeats가 Maud Gonne에게 바친 시로도 알려져 있다. Maud Gonne은 Yeats의 삶과 작품을 분석하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위치에 있는 여성으로서, 그의 삶을 통틀어 지속적이고 상당한 영향을 준 인물이다. Yeats는 20대 젊은 날 그녀를 처음 마주했을 때부터 나이가 들 때까지 그녀를 사랑하고 한편으론 집착했으며, 늘 스스로의 기억 안에서 그녀와 함께하였다. 그는 이후에 "It seems to me that she [Gonne] brought into my life those days—for as yet I saw only what lay upon the surface—the middle of the tint, a sound as of a Burmese gong, an over-powering tumult that had yet many pleasant secondary notes" 라고 밝히며 그녀가 그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아일랜드의 독립투사이자 미모의 배우였던 그녀는 Yeats에게 한결같이 사랑의 좌절을 맛보게 하였는데, 그녀는 그가 독립투사가 되기보다는 시인으로서의 길을 계속 가한다고 주장하며 그의 반복되는 고백에도 그 태도를 끝까지 유지하였다.

이외에도 Maud Gonne의 John MacBride와의 결혼과 이혼을 비롯한 그녀 삶의 중요한 순간은 곧 Yeats에게도 어떤 형태로 작용하였다. 예를 들어, Easter Rising의 주동자 중 한 사람이었던 MacBride가 처형되자 이번엔 그녀가 그의 마음을 받아 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를 안고 다시 고백한 것이나, 그녀가 거절하자마자 당시 21살이던 그녀의 딸 Iseult Gonne에게 고백하는 등의 행동을 보인 데서도 알 수 있다. 이처럼 그는 Gonne과 관련한 일이라면 다소 비이성적인 모습을 보이면서까지 그녀에게 집착적인 태도를 보였다. Gonne의 바람과 같이 Yeats는 끝까지 시인의 길을 계속 걸었고, 그 과정에 있어 그녀는 그에게 지속적인 영향을 주는 존재로서, 그가 작품을 쓰는데 있어 진취적이고 열정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남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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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드 곤(Maud Gonne)
 

Yeats의 또다른 작품인 ‘He Wishes for the Cloths of Heaven’에서 화자는 "내가 천국을 수놓은 옷감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당신의 발아래 펼칠 텐데 가난하여 가진 것이 꿈밖에 없으니 이것을 대신 펼치겠다"고 말하며 여성으로 하여금 그것을 사뿐히 밟고 가기를 소망한다. 이 역시 Yeats 초기 시에서 드러나는 여성에 대한 낭만적 사랑 예찬의 특징이 나타나는 작품으로, 화자인 ‘I’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you’를 설정하며 사랑하는 이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심리를 묘사하는 등 다가가기엔 더없이 경건한 여성을 그리고 있다.

시인은 ‘The Song of Wandering Aengus’에서 아일랜드 신화 속 신이 갈망하는 ‘glimmering girl’을 등장시킨다. 화자가 낚시로 잡은 송어가 별안간 희미하게 빛나는 소녀로 변신하여 이름을 부르곤 도망치듯 공기 중으로 사라지는 모습은 그녀의 캐릭터에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형성한다. 이 여성은 실체가 없으며 비현실적인 환상 같은 인물인데, 화자는 이런 그녀를 다시 만나기 위해 남은 시간을 방황 속에 보낸다. 그녀와의 만남을 상상하며 그것이 밤의 달과 낮의 태양, 즉 우주의 모든 경지를 다 가진 것만 같은 기분일 것을 기대하는 화자에게서 무조건적이고 헌신적인 태도가 드러난다. 작품에 전반적으로 흐르는 초자연적이고 기이한 분위기와 glimmering girl을 묘사하는 데 사용된 색채는 Yeats가 중시해 마지 않은 ‘신비주의(Occultism)’을 연상시킨다.

Yeats는 일찍이 신비주의에 매료되어 해당 클럽에서 장으로 활동하는 등, 꾸준한 관심을 표하였다. 그는 화자가 갈망의 대상을 만난 이후의 시간을 ‘silver apples of the moon’과 ‘golden apples of the sun’의 표현을 빌려 상상하는데, 여기서의 silver와 gold는 신비주의에 대한 시인의 남다른 관심으로 미루어 볼 때, 단순한 상위의 색감이 아니라 해당 사상에서 중시하는, 절대성을 띤 완연의 성질로써 사용되었다고 해석해 볼 수 있다. Yeats는 화자이자 신인 Aengus가 평생을 그리워하는 여성을 스스로가 완전하다고 믿었던 색채감을 부여해 표현함으로써, 화자와 그녀 사이에 거리감을 형성하고, 평생 그녀를 그리며 찾아 헤매는 화자의 모습으로부터 독자로 하여금 그녀가 화자의 삶에서 영원히 떠돌 것을 예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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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ud Gonne과 William Yeats



사진 및 이미지 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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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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