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생각을 뒤집는 르네마그리트의 작품 [시각예술]

르네마그리트의 대표작과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
글 입력 2017.09.10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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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네 마그리트 (René Magritte) 1898-1967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정신적 습관에 이의를 제기하고, 확실한 사실을 의도적으로 혼란케 함으로써 사고를 자유롭게 하는 형이상학과 초현실의 화가 마그리트. 사실 어느 ‘주의’에도 속하지 않고 그 자신이 하나의 ‘파’를 이룬 매우 독특한 미술가 이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회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가지게 된다. 마그리트는 “나는 마치 나 이전에 그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생각한다.” 라고 말하였다. 그의 작품에 관한 연구는 완벽한 지적 능력을 요하는 경향이 있어서 미술가의 미적, 회화적 관심사라기보다는 오히려 철학자의 탐구의 대상이다.

마그리트의 그림은 대부분에게 친숙하다. 구글(Google)의 메인 화면을 장식한 적도 있었고, 백화점의 외관이나 회사 로고에도 보이곤 한다. 현대의 팝아트와 대중매체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마그리트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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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콘다>, 1953


데페이즈망(dépaysement)은 ‘추방하는 것’이란 뜻이다. 초현실주의에서 쓰이는 말로, 일상적인 관계에서 사물을 추방하여 이상한 관계에 두는 것을 의미하며 있어서는 안 될 곳에 물건이 있는 표현을 말한다. 대표적인 그림으로 <골콘다>가 있다. 여기에는 수없이 많은 다른 남자들이 묘사되어 있다. 하지만 군중을 생각할 때, 대부분이 그 개인을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군중을 암시하기 위해서 이 남자들은 모두 단순한 모양의 비슷한 옷을 입고 있다. 골콘다는 인도의 부유한 도시, 경이로운 도시였다. 그림에서 하늘을 걸을 수 있는 것은 경이로운 것이다. 이에 반해 중산모자는 아무런 놀라움을 일으키지 못한다. 그것은 모자라는 전혀 독창적이지 못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마그리트는 “나 역시 중산모자를 쓴다. 그리고 나는 대중과 구별되고 싶은 욕구가 그다지 크지 않다.”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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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의 배반>, 1929


파이프 시리즈 중 최초의 것은 커다란 파이프 하나가 큰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유화 그림으로, 제목은 <이미지의 배반>이다. 매끈해 보이는 갈색과 검은색이 어우러진 그림은 실제 파이프 사진을 찍어 놓은 것 마냥 사실적으로 묘사되어있다. 그러나 이 작품의 아래에는 “Ceci n'est pas une pipe”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라고 필기체로 적혀져 있다. 파이프를 그려놓고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라고 하니 캔버스 앞에 선 관람객들은 작가가 왜 그런 문장을 작품에 넣었는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철학적인 사고를 요하는 마그리트의 작품에 사람들은 끊임없이 생각하게 된다.

화폭위에 재현된 사물은 파이프이다. 그런데도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굳이 말한다. 이것은 실제의 파이프가 아니므로 이것을 가지고 담배를 피울 수는 없다는, 그런 단순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일까? 아니면 다른 복잡한 이유에서일까? 실제 ‘파이프’와 언어 ‘파이프’는 성질에 있어 연관성을 찾을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의 언어 일상에서는 그것을 당연히 여긴다. 마그리트는 바로 이 ‘일상성’에 대한 파동을 일으켜 기존의 언어 질서를 근간부터 흔든다. 일상에서의 언어와 작품 안에서의 언어 차이를 느끼게 만든 마그리트의 작품. 이는 파괴된 질서는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의 질서를 세운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마티스나 샤갈처럼 아름답고 우아한 색채로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닌 단순한 사실화일 뿐인데 이런 마그리트의 그림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현대에 많은 광고 이미지에 인용되고 있다는 것은 사람들을 사로잡는 어떤 코드가 있는 것이다. 사물과 유사한 형태를 비상식적으로 배치함으로써 우리의 틀어박혀 있던 기존 생각에 자그마한 떨림과 변화를 줄 수 있는 생각을 가져다주는 마그리트의 그림이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현대인들은 자신의 생각 없이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쉽게 휩쓸리며 살아가고 있으며, 고정관념에 빠져 산다. 이런 현대인들에게 마그리트는 우리에게 이런 말을 들려주고 있다.


"스스로에게 항상 물어보라,
나의 생각은 안전한 곳에서 피어난 생각인가?
허공에 떠다니는 위험한 생각인가?"


마그리트의 그림은 단순해보이고 엉뚱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작가의 작품보다 철학적이고 단순한 사고의 틀을 깨는 고차원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작품이다. 이런 마그리트의 작품이 나에게 관심을 일으켰고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하였다. 눈에 보이는 시각적 아름다움이 주는 아름다움은 오래가지 못한다. 하지만 내면적으로 느끼는 아름다움과 깨우침은 여운이 길게 남는 법이다.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에 의문을 갖고 ‘왜’라는 의문을 자꾸 가져야 하는 것이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의식이 아닌가 싶다.


[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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