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범죄가 쇼가 되는 곳, Chicago [영화]

살인은 맞지만, 범죄는 아니야
글 입력 2017.09.10 19:36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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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가 쇼가 되는 곳
Chicago


  
Prologue.
 
영화 를 보게 된 것은 유명한 삽입곡 가 너무나 매력적인 곡이기 때문이었다. 화려한 의상을 입고 빛나는 조명 아래에서 과하지 않은 동작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키는 주인공 Roxie의 모습은 누구나 매료될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리듬과 멜로디가 흥을 돋우기에 충만해서, 개강을 한 뒤 조금 무료해지던 시점에 보기에는 딱 적합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영화시카고 포스터.jpg
 

 
Synopsis.
 
주인공 록시는 정비공 남편이 있는 평범한 배우 지망생이다. 유명한 바와 클럽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것이 소원인 그녀이지만 삶에 무력감을 느끼고 바람을 꽤 자주 피우는 아내이기도 하다. 어느 날 그녀는 바람을 피운 상대에게 배신감을 느껴 우발적 살인을 저지르게 되지만, 유능한 변호사 빌리의 도움으로 무죄 판결을 받아 성공한 스타로 활동하게 된다.

이 내용은 1920년대의 시카고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실제로 당시의 시카고라는 도시가 살인도 하나의 쇼가 되며 아무렇지 않게 무죄판결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타락과 불의가 가득한 사회였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에 픽션을 더해 이렇게 유명하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영화시카고 벨마.jpg
 


영화 Chicago의 모든 것, ‘All that Jazz’
 
영화 속 시카고는 사실관계를 놓고 보자면 너무나 타락한 도시이다. 살인을 할 때마다 사람들은 범죄를 show이자 event로 생각하며, 언론은 대중과 사건을 쥐고 흔드는 영악한 주체이면서도 금세 관심의 흐름에 휩쓸리기도 하는 객체이다. 그리고 이들을 마치 인형처럼 부리듯 하는 이는 범죄자, 언론, 대중이 이루는 먹이사슬의 최상층에 있는 변호사 빌리이다. 빌리는 모든 재판에서 승률 100%를 자랑하며 범죄자들의 러브콜을 한몸에 받는다. 그의 도움을 받아 록시는 재판 과정에서 빌리와 함께 그럴듯한 드라마 시나리오를 써내 세간의 관심과 동정으로 무죄판결을 받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이 영화 속에서 비판이나 분노의 대상으로 그려지지는 않는다. 그것은 모두 Jazz, 쇼이자 이벤트이며 많은 해프닝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대중의 관심을 끌 수만 있다면, 그들의 관심으로 스타가 되고 돈만 벌 수 있다면 부정은 쇼를 올리기 위한 시나리오에 불과하다. 그래서 영화의 내용도 흥이 넘치는 멜로디와 탱고 리듬으로 가득하다. 주변의 범죄는 하루하루를 즐겁게 해주는 동력과도 같아 보인다.
 

영화시카고 죄수들의 탱고.jpg 



일상이 쇼가 되는 곳, 시카고
 
이 영화가 흥행을 이룬 것은 흡입력 있는 스토리의 전개이기도 하지만, 연출이 뛰어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 시카고는 스토리의 배경이 되는 집안, 감옥, 기자회견장을 극장과 교차하며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주인공의 이야기는 노래가 되며, 노래하는 장면은 극장의 한 장면으로도 병치된다. 이렇게 극과 일상을 교차하며 화면의 흐름을 역동적이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이 연출이 영화 시카고를 더욱 돋보이게도 하지만, 그 아래에는 더 큰 의미를 담고 있는 듯도 하다.

 
‘그들의 노래는 모두 하나의 쇼가 된다.’

 
스토리의 내용 자체가 이 세상에서의 쇼를 의미하기에 그들의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도 쇼가 되어 극에 오른다는 것이다. 무대 위에서의 배우(범죄자)를 보며 관객들은 현혹되고 환호하며 광분한다. 광기 어린 사회의 모습을 극에 비유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멍청한 관객에 빗댄 엄청난 풍자이기도 한 것이다.
 

영화시카고 록시 재판.jpg

 
‘살인은 맞지만, 범죄는 아니야’
 
 
록시는 위의 대사를 반복하며 자신의 무죄를 재판에서 입증하고자 한다. 자신의 잘못이 아닌 정당방위에서 이루어진 살인이기에 스스로를 무고한 범죄자라 말한다. 간절한 그녀의 호소에 배심원들은 무죄판결을 안겨주고, 끝내 록시는 스타가 된다. 지금의 세상이라면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씁쓸하게도 아예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살인이라는 죄목만 바꾸어 명백한 범죄 사실을 부인하는 수많은 죄인과, 그에 휘둘리는 관객이자 대중은 어느 사회에나 존재할 것이다.
 

영화시카고 록시.jpg

 
영화 시카고를 화려한 연출과 노래, 배우들의 명연기로 호평할 수 있지만, 필자는 사회풍자의 관점에서도 훌륭한 영화라고 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특정한 사실을 꼬집어 비판하며 관객들의 분노와 공감을 일으키지는 않더라도, 영화의 연출과 노랫말에 숨어있는 은유들이 통쾌하면서도 재미있었다. 이는 어지럽고 정신없는 현대사회와 별반 다를 바가 없는 시카고의 사회 배경에 공감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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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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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yuphonium
    • 안녕하세요. 이번 9차 두레에 참여하게 된 에디터 류소현입니다 :)

      저도 고등학교 때 화려한 연출과 음악에 빠져서 즐겁게 봤던 영화네요. 이미 내용을 알고 있었던 덕분인지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화려한 쇼타임에 더 집중해서 보기는 했지만, 볼거리가 풍부한 만큼이나 사회 풍자에 대한 면도 훌륭하게 소화했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특히 저는, 죄수들 중 가장 무고하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아 오락거리가 될 수 없었고, 다른 죄수들이 무죄판결을 받고 나갈 때 혼자 교수형을 받았던 러시아인의 이야기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이슈를 만들고, 주목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대중들을 흔들고, 동정언론을 만들어내고, 그 모든 과정에 돈을 쓸 수 있는 이들은 '살인은 맞지만, 범죄는 아니다'라는 말 아래로 도망칠 수 있지만, 그럴 힘이 없는 이들은 없는 죄도 뒤집어쓸 수 있는 이 모습이, 부도덕하지만 현재 사회에서도 의외로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시카고는 최근에 다시 이런저런 말썽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한때는 재즈, 뮤지컬 등의 문화가 융성했던 곳이기도 하고 이런 영화의 배경이 될 만큼 화려한 도시였던 적도 있는데, 총기를 든 소규모의 갱단 여럿에 의해 도시 분위기가 흉흉하다고 하니 걱정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합니다.

      간만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글이었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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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예
    • 안녕하세요 두레 참여중인 오예찬 입니다.

      저도 개강을 겪는 대학생이라 그런지 프롤로그에서 '무력해지던 시점에서 보기에는 딱 적합한 영화'라는 문장에서 강한 흥미를 느끼게 되었어요. 이게 공감의 힘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우선드네요 :)  개인적으로 픽션도 아닌 현실도 아닌 현실 같은 픽션 그 사이를 배회하는 세계를 좋아해서 범죄가 쇼가 된다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모순되는 두 단어의 만남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아요.범죄가 쇼가 되는 현실같은 픽션, 그런 점에서 더 연장해서 생각하니 영화 Chicago와 내가 서있는 이 세상의 사이의 작고도 큰 차이가시카고와 같은 세상이 멀지 않게, 가까이 존재할 것이라는 것이 직접 와닿았습니다.
      제 생각과 영화의 글을 연결지어가며 생각을 해보는 기회가 된 글이었습니다. :)

      또한 개인적으로 평소 영화에 대한 큰 관심이 없다보니 그에 대한 이야기나 소개를 잘 얻지 못하는 편인데 차소연님의 글을 통해서 한 영화에 대해 알아가며 기회가 되면 한번 보고 싶은 영화를 마음에 얻어가는 것 같습니다. 좋을글 정말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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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밤바434
    • 두레에 참여한 김마루입니다.

      '시카고'는 뮤지컬로도 꼭 한 번 보고싶은 작품인데, 영화로도 나왔다니 먼저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간략하지만 핵심적인 영화의 요소들을 잘 뽑아 간결하게 글을 구성하셨다는 생각이듭니다. 어둠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아니라 어둠이 얼마나 어두운지를 보여주는 게 오히려 모순적으로 고발의 목소리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작품 역시 흥미가 가네요. 연출과 노랫말에 숨어있던 은유들이 어떤 것들인지 궁금해집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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