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가 바라본 女性 ② [문학]

W. B. Yeats 후기 시풍 및 여성관 분석
글 입력 2017.09.14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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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B. Yeats
미친 제인(Crazy Jane)의 목소리




아일랜드 시인이자 극작가인 William Butler Yeats의 초기 시풍이 낭만적 사랑 예찬을 필두로 궁정식 사랑(Courtly Love) 등을 즐겨 사용했던 반면, 20세기에 들어서서 그는 문예부흥운동과 1차 세계대전 등을 겪었고, 그의 시풍은 초기의 그것에 비해 점차 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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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 변화된 그의 시는 물질적인 현실 문제에 직면하여 이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형태적 특성면에서의 변화로는 모더니즘의 도입을 말할 수 있는데, Yeats는 해당 작품 안에서 특정 인물 및 시간과 장소 등을 제시하여 시인과 화자를 더 이상 쉽사리 동일시할 수 없는 시적 장치를 설치한다. 보통의 경우가 나이가 들수록 작품이 순응적이고 느슨해지는 양상을 보이기 쉬운 반면, Yeats는 이와는 달리 모순적인 장치를 다양하게 사용하고 작품 속 긴장감을 첨예하게 대립시켰다.

1922년, 영국이 아일랜드의 자치권을 인정하나 불완전한 타협으로 인해 남부만 부분적으로 독립하게 된다. 이때 Yeats는 남부 아일랜드 자유국의 상원의원이 되어 정치계에서 활동을 시작한다. 당시 아일랜드 공화국은 가톨릭과 개신교가 끊임없이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Yeats는 아일랜드 전통적 관습이 의거하는 가톨릭적 제재에 크게 반대하는 정치를 보였다. 특히 그는 여성에게 정조와 순결을 강조하면서 한편으론 다산하여 아이들을 양육할 것을 요구하는 등 여성에 대한 모순이 만연한 가톨릭적 교리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에 대해서 초연함을 가지되 세대 연속의 의무를 부과하는 비논리적인 사고를 그는 불합리하고 폭력적인 것이라 여기고, 이를 아일랜드 사회에 당연하다는 듯 적용하지 않게 하려고 해당 법 제정에 반대하는 등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그가 쓴 작품과 정계에서 보인 행동으로 미루어 짐작하는 것일 뿐, 시인은 생전에 자신의 집안인 프로테스탄트와 입장을 같이 한다고도, 그렇다고 가톨릭이라고도 언급한 바가 없다. 이처럼 그가 뚜렷한 의견 표명 없이 복잡한 종교관을 가진 만큼 그를 무턱대고 단순한 프로테스탄트로 간주하는 데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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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그의 모순적이고 복잡한 내면은 그의 시에 다양하게 적용되어 있지만, 그는 대표적인 후기 시인 ‘Crazy Jane’ 시리즈는 그 작품을 중심으로 살폈을 때, 다분히 반 가톨릭적인 특징을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인은 Crazy Jane을 비롯해 그녀의 연인인 Jack과 그녀와 대립하는 주교 등의 인물과 그 관계를 만들어내어 총 8편으로 구성된 시리즈를 썼다. 이 시리즈 안에서 화자이자 주인공인 Jane은 ‘미친 여자’로 등장한다.

Yeats가 ‘미친 여자’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시인이 여성의 권리 신장을 바라며 그들이 단순히 출산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를 반영한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아일랜드 사회는 이미 가톨릭의 금욕적 사고가 뿌리 깊이 박혀있는 상태로, 특히 여성들에 대한 성적 억압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시인은 Jane의 주장이 현실에도 반영이 되어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성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하기를 원했을 것이다. 둘째는 이처럼 상당히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회 앞에서 반 가톨릭적 주장을 마음껏 펼치려면, 당시 사회적 힘이 없이 아무 말이나 내뱉을 수 있는 ‘광인’의 특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Jane은 시리즈 안에서 그녀를 비난하고 회유하려는 주교와 대립하며 당당하게 자신의 논리를 펼친다. 시인은 미친 사람이 하는 이야기이기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단순하게 이해시키는 그 이면에 설득력 있는 그녀의 주장을 배치해 그것을 그냥 넘겨 듣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는 시인 스스로에게도 탈출용 구멍으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는데, 작품 집필 당시 아일랜드 공화국의 상원의원이었던 Yeats는 그 지위와 사회적 위치를 고려했을 때 대담한 발언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Crazy Jane’이라는 안전한 형태 안에서 그녀의 입을 빌려 통렬한 비판을 전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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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is all Unsatisfied That cannot take the whole Body and soul.” 시인은 ‘Crazy Jane On the Day of Judgement’의 첫 행을 당시로써는 상당히 파격적이고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장으로 시작한다. Jane은 작품을 관통하는 ‘사랑이란 육체와 정신을 모두 취해야 완전하다’라는 입장을 표명하는데, 이는 육체와 정신을 분리하려는 당대의 이분법적 사고에 반하는 태도로 시인의 비판적 견해가 드러난다. 이 시에서 Jane은 풀에 벌거벗은 채 누워서는 심판의 날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그녀는 모든 것은 시간이 사라지고 나서야 나타날 것인데 지금 이렇게 벌거벗고 있는 자신에게서 ‘무엇이 드러날 수 있으며 진정한 사랑은 또 무엇인지‘를 물으며 ‘심판의 날’에 심판을 받는 자체에서부터 의심스러운 태도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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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e의 신에 대한 태도는 ‘Crazy Jane on God’에서 좀 더 구체화 된다. 이 시에서 그녀는 마치 그녀가 몸을 파는 창녀인 것처럼 그려지는데, 그런 그녀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남자들이 오가는 모습, 전쟁 이미지를 구사하며 좁은 골목에서 말이 우짖는 모습, 오랫동안 사람 없이 스러져가던 집이 어느 날 모든 불이 밝혀지는 모습, Jack을 애인으로 두고 있는 그녀지만 몸을 고통스럽게 쓰고, 그런데도 노래를 부르는 일련의 다양하고 기이한 일들을 4연에 걸쳐 묘사하되 각각의 연이 모두 “All things remain in God”이라는 어구로 귀결됨으로써, Jane이 보고 있는 신이란 모든 것을 다 품은 존재로서 어떤 모순도 그 뜻 안에 전부 담겨 있을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는 주교가 믿는 신과는 상당히 다른 특징으로, 현실과 이상을 분리해 오직 이상만이 완벽하다고 말하는 그의 배타적 태도 및 견해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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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에 대항하는 Jane의 태도는 ‘Crazy Jane Talks With the Bishop’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Yeats는 Jane과 주교가 ‘길’위에 마주친 상황을 제시하는데, 두 사람이 흔한 길거리 위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그들이 동등한 위치에 놓여 있음을 시각적으로 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주교는 Jane의 처진 젖가슴을 조롱하고 그녀가 처한 상황을 더러운 돼지우리에 빗대면서 자신이 믿어 의심치 않는 천국을 바라보는 삶을 살라며 그녀를 회유하려 든다. 이에 Jane은 “Fair and foul are near of kin, And fair needs foul”이라며 크게 반박한다. 주교가 현실과 이상을 분리해 이상만을 추구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펼치는 것에 대해, ‘아름다움과 더러움은 가까운 친척이며 아름다움은 더러움을 필요로 하다’는 역설적 주장을 당당히 펼치며 그의 사고에 반대하는 입장을 똑똑히 드러내는 것이다. Jane은 현실의 좋지 않은 모습일지라도 우리가 모두 품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으로 여기며 정신과 육체, 이상과 현실의 합일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았다. Yeats는 이처럼 당시 아일랜드에 자리 잡은 모순된 성 의식의 허점을 본인은 한 발 뒤로 물러선 채, Crazy Jane이라는 인물을 제시, 그녀의 입을 빌려 효과적으로 들춰내는 성과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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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ts가 Crazy Jane을 비롯한 작품에서 제시한 바람직한 여성상은 왜곡된 사회 안에서 당당하고 자신의 의견을 소신 있게 주장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가 Georgie Hyde Lees와의 결혼 이후 가진 딸을 생각하며 기도한 작품인 ‘A Prayer For My Daughter’에서 그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인다. 화자는 잠들어 있는 딸아이가 존재하는 현실과 자신의 명상 장면을 교차로 제시하는 기법을 사용하며 앞으로 딸이 겪을 현실의 풍파를 예견하며 개탄하고 괴로워한다. 그는 이토록 험한 세상으로부터 딸을 지킬 방법은 ‘광란의 북소리’나 ‘흉포한 순수’에 동요하지 말고 겸허한 미덕을 배워 평온한 여성으로 자라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그는 이 같은 여성이 되기 위해 딸에게 조언을 해주는데 그 첫 번째가 비교에서부터 오는 자만, 허영, 질투가 동반된 아름다움이 아닌 올바른 모습을 띤 아름다움이다. 이어서 그는 아름답고 훌륭했으나 결정적 순간에 남자를 잘못 택하여 인생을 그르친 여성의 경우를 예시로 든다. 그는 그리스신화에서 트로이전쟁의 주원인이 된 Helen, 아버지 없이도 잘 해내다가 안짱다리 대장장이를 남편(헤파이스토스)으로 택한 Queen(비너스)를 언급하며 그들의 ‘성공적이고 훌륭한 삶(meat)’이 ‘형편없는 남편(crazy salad)’으로 인해 그 풍요로움이 이어지지 않았음을 경고한다. 이외에도 화자는 타인에게 베푸는 ‘기꺼운 친절함(glad kindness)’과 거센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기 위한 ‘증오심의 제거’, 그중에서도 그가 가장 악하다고 표현한 ‘지적인 증오(intellectual hatred)’가 여론에 휩쓸린 마음과 더해져 모든 풍요로움이 낡은 풀무로 바뀌어 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그가 경계하는 여성상은 다분히 Maud Gonne을 연상시키는 구절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출중한 미모로 사람들을 미혹시키며 진취적 태도로 의견을 진전시켰지만, 결국 그녀가 택한 MacBride와 폭력을 비롯한 문제를 겪다가 이혼으로 불우한 결혼생활을 끝맺은 그녀를 줄곧 지켜본 Yeats로서는 자신의 딸이 그녀와는 전혀 닮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는 시의 마지막에서 딸이 맞이하는 신랑이 관습(custom) 의식(ceremony)을 치르는 가풍이 있는 집안이 되기를 소망한다. Yeats는 이 두 요소를 강조하며 자신의 딸이 전통적이고 관습적인 집안 안에서 미래를 살기를 원한다. 이는 그녀가 사회적, 지적 성취를 얻는 것이 아닌 그저 전통적인 여성상에 맞춰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가 Crazy Jane 시리즈에서 강력하게 주장한 바와는 그 태도를 크게 달리한다. 이는 이후 그가 갖게 되는 아들에 대한 시인 ‘A Prayer for My Son’에서 그가 아들에게 기대하는 것과는 철저히 구분되는데, 이 시에서 그는 자신의 아들이 사회적으로 명예와 권력을 얻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고 이에 방해되는 요소를 물리쳐 달라고 기도한다. 그가 아무리 당대 아일랜드 여성의 권리 신장과 자유로움을 주장했다고 해도 자신의 자식은 성별에 따라 기도하는 것이 판이할 정도로 개인적인 일에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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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B. Yeats는 여성을 비롯한 주제에 있어 늘 일관된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일평생 시를 쓰는 동안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시풍을 변화시키거나 시대에 따른 도전적인 주장을 담는 데에 기꺼이 담대함을 보인 기억되어야 할 아일랜드 민족주의적 시인이다. 그가 남긴 작품에서 전해지는 그의 삶과 견해는 그를 탐독하는 독자로 하여금 지적 즐거움을 영유할 수 있게끔 언제나 남아있을 것이다.




사진 및 이미지 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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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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