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마음을 다독이고 싶다면,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문학]

어릴 땐 몰랐던 보노보노의 삶과 메세지.
글 입력 2017.09.1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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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표지에 이끌려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라는 책을 집어 들었다. 보노보노는 모두 친숙하게 알겠지만, 우리가 아는 그 파란색 수달 캐릭터다. 표지에 캐릭터가 그려져 있어 끌리기도 했지만 가장 나를 끌리게 했던 것은 보노보노처럼 사는 게 어떤 삶인지 궁금해서였다. 그저 만화 속 캐릭터에 불과한 파란 수달이 삶이랄게 있을까? 비닐 포장에 쌓여있어 책을 살짝 읽어볼 수도 없었지만, 그저 궁금함에 어느새 선뜻 책을 구입하는 나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집에 와서 펼친 책은 2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 다 읽어졌다.

 보노보노의 삶을 살펴보기 전에, 보노보노의 성격을 알 수 있고, 작가가 이 책을 써내게 된 이유가 담겨있는 프롤로그를 살짝 첨부해본다.



 ‘봄의 가장 좋은 점은 봄이 온다는 거다.’ 

‘어떤 이유든 사라져가는 거야.
이유가 사라졌다면 당신은 이제
언제든 돌아올 수 있어.
자, 이 숲으로 돌아와.’

‘야옹이 형에게는 취미가 있다.
취미는 가만히 생각하면 이상한 거다.
어쩌면 취미가 없는 사람이 진짜 어른인지도.’

- 보노보노 속 대사 -



 보노보노는 소심하다. 보노보노는 걱정이 많다. 보노보노는 친구들을 너무너무 좋아한다. 보노보노는 잘할 줄 아는 게 얼마 없다. 어? 이거 내 얘기인 것 같은데. 줄곧 단점이라 여겨온 내 모습인 것 같은데? 
하지만 보노보노는 소심하기 때문에 소심한 마음을 이해할 줄 안다. 걱정이 많은 만큼 정도 많다. 친구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어서 그 어떤 괴팍한 짓을 하는 친구여도 그러려니 이해한다. 잘할 줄 아는 게 워낙 없어서 하고 싶은 게 생겼을 때는 무식하고 우직하게 노력한다. 그러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깨끗이 포기하거나 잊어버린다. 처음에는 답답하게 느껴졌던 보노보노의 모습이 마음으로 다가오면서 ‘보노보노와 비슷한 나에게도 장점이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단한 꿈 없이도 묵묵히 하루하루를 사는 사람들. 큰 재미보다는 편안함을 선호하는 사람들. 어렸을 적 기대에는 못 미치는 삶을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좌절하기만 하지는 않는 사람들. 우리는 다 그런 사람들 아닌가.

(중략)

 보노보노를 알고 나서 세상을 조금 다르게 보게 됐다. 늘 뾰족하고 날 서 있던 마음 한구석에 보송한 잔디가 돋아난 기분이다.



작가의 인터뷰 


 이 책을 쓴 작가가 느낀 보노보노의 성격은 소심하지만, 자신의 소심함을 충분히 이해하고, 걱정이 많지만 그만큼 정도 많은 성격이다. 매우 평범해 보이지만 대부분의 사람과는 조금 다른 점이 있다. 소심하지만 자신의 소심함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잘하는 건 없지만 그렇다고 자신감이 없는 성격도 아니라는 거다. 보노보노는 자신의 모든 걸 이해한다. 아니,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보노보노에 나오는 대사를 조금 읽어본다면 이해가 더 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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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는 자신의 흐물함을 편리함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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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안다.


 책 속에 삽입되어있던 삽화와 보노보노의 말이다. 책을 읽으며 보노보노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그리고 가장 닮고 싶은 모습이라고 생각했던 장면이기도 하다. 몸이 늘어난다고 생각해보자. 엄청 불편할 것이다. 그리고, 이 불편함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운 모습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보노보노는 늘어나는 자신의 몸에 조개를 보관해 편리하다고 말한다. 얼마나 단순하고 얼마나 보기 좋은 모습인가. 보노보노의 삶도 이와 비슷하다. 잔잔하고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지만, 그렇다고 그것에 실망하지도 않는다. 소심한 성격 탓에 곤란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걸 받아들일 줄 안다. 

 책의 작가는 그런 보노보노의 삶을 보고, 세상이 달리 보였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작게 느껴질 만화 속 캐릭터지만, 누군가에게 보노보노 속 인물들은 깨우침과 위로를 주는 아이들이다. 보노보노처럼 단순하게 사는 삶은 쉬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보노보노는 그저 단순하게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느릿하고 남들보다 잘하는 것이 없다고 느껴진다고 할지라도 서툰 나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때로는 그런 나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기도 하는 것이 보노보노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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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보노보노 인물 소개, 철학적으로 느껴지는 캐릭터들도 있다.


 이 책의 하나의 타이틀은 ‘서툰 어른들을 위한 감성 에세이.’라는 말이다. 우리는 누구나 때에 맞춰 사는 삶에 영향을 받고, 때로는 억압받는다고 느끼기도 한다. 10대에는 좋은 대학, 20대에는 좋은 직장, 그리고 30대에는 결혼과 경제력 등을 이루기 위해 나도 모르는 사이 스트레스를 받고 남들과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그리고 때로는 그 압박이 나를 가장 사랑해야 할 나 자신으로부터도 오기도 한다. 그런 우리에게 보노보노는 조금 느리게 사는 법을 말하고자 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어릴 적 스치듯이 본 보노보노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것들이 어른이 된 지금은 느껴진다. 때로는 직접적인 위로와 가르침보다 이렇게 편하게 읽히는 만화들이 더 안정감과 깨달음을 더 주지 않는가. 이 책은 그런 책이다. 보노보노의 주변 캐릭터들도 만화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현실적인 캐릭터들이 있기도 하고, 그들의 대사 하나 하나에 어른도 깊이 공감할 만한 내용이 들어있다. 자연스럽게 마음을 다독이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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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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