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너무 아파서 꺼내 읽지 못한 책 “엄마, 나야” [문학]

글 입력 2017.09.1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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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야.jpg





국민트라우마로 기억되는 참사가 있다.
“세월호 참사”


그 당시 필자는 21살 이었으며
가족들과 집에 있었다.
아주 뚜렷하고 선명하게 기억난다.

tv속에 속보로 올라오는 뉴스들과
초조하게 흘러가던 시간들.
그리고 꿈만 같았던 “전원구조”의 오보까지...

그 당시 나는 아주아주
거대한 무력감에 휩싸였다.
“아무것도 할 수없다는 무력감”
“나의 존재는 정말 먼지같다는 무력감” 그리고 “분노”
 
네모난 방안에 흐르던
무거운 공기를 촉감으로 기억한다. 
아무말도 어떤말도 나오지 않았던 처참한 상황들....
그 시간들이 흐르고 흘렀다...
진실의 세월호는 인양이 되었고,
돌아오지 못했던 학생과 선생님,
일반인들이 하나둘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조금은 무뎌졌을까?
생각하고 펼쳐본 ‘엄마, 나야’ 시집
반도 읽지 못하고 또 시집을 닫아야 했다.

아직은 많이.. 아직은 너무나 너무나 많이 아프고 아프다.

   



바람과 구름과 빛과 호연이와
 
엄마, 나야
모두들 내 생일 축하하러 온 거, 맞죠?
따뜻하게 입고 온 거, 맞죠?
 
바람.
구름.
빛.
더러워질 줄 모르는 것들
여긴 그래요
갓 구운 빵 냄새가 가득하고
야구공의 포물선이 까마득하게 아름다워요
 
캐치볼을 하고 기타를 치고 책을 읽으며
부푼 꿈을 꾸고 또 꾸어도 부족하지 않은
넉넉한 하루
25시간보다 훨씬 더 긴 하루
하루와 하루가 찰랑찰랑 잠 없는 꿈처럼 이어져서
모든 시간이 그저 하루나 마찬가지
 
여기선 한꺼번에 다 보여요
내가 태어난 그날부터
내가 없는 나의 생일까지
중략
보고 싶었어요
보고싶어요
보고 싶을 거에요
애타게요

그럴 때는 살짝 고개를 돌려 옆을 봐요
내가 팔짱을 끼고 있을 테니까
바람
구름
더러워질 줄 모르는 것들
나는 그렇게 곁에 있을 테니까

-그리운 목소리로 호연이가 말하고, 시인 신해욱이 받아 적다




  
나는 그림 편지, 주아에요
 
난 연두빛 가득한 봄날에 태어난 아이
난 하얀 초승달처럼 매력적인 눈웃음을 가진 아이
난 그름을 기차게 잘 그리는 아이
난 딸바보 아빠를 둔 아이
난 씩씩한 엄마를 둔 아이
난 다정하고 든든한 언니를 둔 아이
난 오롤라처럼 한없이 친구를 사랑하는 아이
난 노란 감꽃처럼 환한 기억을 품고 있는 아이
 
난 그런 아이 나야 나 주아!

(중략)
자 모두 나 대신 크게 외쳐줄래?
아빠 안녕!
엄마 안녕!
언니 안녕!
친구들 안녕!
그리고 내 생일을 축하해주러 온 모든 사람들 안녕 안녕!
 
내가 보고 싶을땐 어디에서고 이렇게 속삭여봐
주아 안녕!이라고
그러면 나도 귀 쫑긋 세워 다정하게
두 손을 나팔처럼 펼치며 이렇게 대답해줄게
그래 나야 나, 사랑스러운 주아!

-그리운 목소리로 주아가 말하고, 시인 유현아가 받아적다.

   


  
계절이 돌아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낙엽이 지고 시간이 흐른다면
이 아픔에 새싹이 돋아 날 수 있을까?

필자가 이 시집을 다 읽을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
부디 이 시집을 다 읽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에디터 11기.jpg
 

[양희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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