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예능 프로그램 자막 속 신조어, 재미와 불편함 사이 [문화 전반]

우리가 무심코 읽었던 예능 프로그램 속 자막의 문제점
글 입력 2017.09.24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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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가족들과 함께 한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온 가족이 다 좋아하는 프로그램으로, 잘 먹는 연예인들을 보고 신기해하는 재미가 있는 ‘맛있는 녀석들’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재밌게 TV를 시청하는 중에 엄마는 자주 자막을 가리키시며 저건 무슨 뜻이냐고 물으셨다. 그제야 필자는 예능 프로그램 속 자막 속에 부모님 세대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외국어와 신조어, 줄임말들이 자주 등장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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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를 '씐나'로 표현한 장면, 누군가에게는 오타로 보일 수 있다.



예능 프로그램 자막 속 신조어, 재미와 불편함 사이


  그 후로 부모님과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 모르는 단어의 뜻을 물어보는 질문을 듣는다거나, 부모님이 직접 핸드폰으로 단어를 검색하셔서 뜻을 파악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 필자 또한 평소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보다 자막에 집중하게 되었다. 만약 내가 우리 부모님과 같은 50대라면 알아들을 수 있는 자막인지를 체크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관심 있게 자막을 보다 보니,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넘겼던 자막들이 눈에 띄었다. ‘심쿵’, ‘먹부림’, ‘깜놀’, ‘입덕’ 등 거의 대다수의 예능 프로에서는 누군가는 알아듣지 못할 단어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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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사벽이란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라는 뜻의 신조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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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 붕괴는 '정신이 없다, 정신이 무너졌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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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쿵은 '심장이 쿵쾅거린다.'는 뜻이다. 이렇게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자주 신조어 자막이 사용된다.


  이 단어들은 10대와 20대 그리고 30대에게는 비교적 익숙한 단어이지만, 그보다 더 어른의 연령대에는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이다. 그리고 익숙하다고 느끼고 뜻을 알고 있는 우리에게도, 그 단어가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와 어떤 말들의 합성어인지 파악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다.

  몇 가지 신조어를 예로 들어보자. 첫 번째, ‘먹부림’이다. ‘먹부림’의 뜻을 우리는 안다. 어떤 상황과 문맥에서 그 단어를 사용하는지 알고,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떻게 만들어진 용어인지 아는 사람은 소수다. 먹부림은 ‘먹는다’와 ‘몸부림’의 합성어라고 한다. 단순히 평범하게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마구마구 정신없이 먹는다는 뜻이다. 또 다른 단어가 있다. ‘커엽’이라는 말이다. 커엽은 귀엽다라는 뜻으로 인식되지만,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은 역시 소수다. 커엽은 ‘커’라는 글자가 ‘귀’라는 글자와 비슷하게 보여서 생긴 말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이 즐겨 시청하는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이러한 신조어들을 다룬 적 있다. 필자는 20대 초반의 나이이며 3살 어린 동생과 함께 이 장면들을 시청했었다. 하지만 필자에게도 많은 신조어는 어렵게 다가왔고, 심지어 어린 동생에게도 모르는 단어들이 많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절반 이상은 뜻을 알 수 없는 외계어로 느껴졌다. 무한도전 멤버들도 뜻을 맞추는 것을 어려워했고, 뜻을 알고 나서는 허탈해하거나 어려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같은 연령대의 사람들보다 유행에 강한 방송인들도 어려워하는 것이 요즘의 신조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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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한글 특집에서 나왔던 신조어 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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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를 어려워하는 출연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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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개'는 주로 강조하는 말로써 사용된다.


  그렇다고 이 글의 요지가 무조건 신조어는 나쁘고 배척해야 한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신조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말을 사용하는 것이 즐겁고 편한 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들의 사용을 모두 막고, 신조어를 없애고 표준말만 사용하자가 이 글의 요점은 아니다.

  하지만 예능 프로는, 모든 사람이 TV를 켜고 버튼만 누른다면 접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모든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것이지 특정한 나이대만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특정 연령대가 더 선호하고 자주 볼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누군가는 알아듣지 못할 자막을 사용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많은 사람에게 어려운 이 신조어들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말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불편한 말들이 우리가 자주 재미를 위해 시청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사용되고 있다. 재미와 휴식을 위해 시청한 예능 프로가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으로 다가올 수 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잘못된 한글의 사용법을 알게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유례없는 단어들이 적어도 공중파 예능에서는 보이지 않길 바란다. 잘못된 정보를 주거나 알아듣지 못할 말 말고, 모두 다 알아들을 수 있는 진짜 우리말로도 충분히 재미를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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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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