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術紀行] 작품과의 인터뷰(6) - 에드워드 호퍼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글 입력 2017.09.25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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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친해질 수 있는 질문
작품과의 인터뷰
여섯 번째, Edward Hopper < Nighthawks >



그림자가 길게 깔린다. 인기척 없는 거리에 우두커니 세워진 물건의 그림자는 끝을 보여주지 않는다. 다른 언어로 쓰인 간판과 짙은 붉은색의 벽은 조금의 이질감을 남기고 열을 맞춰 늘어진 창문은 나에게 전혀 호기심을 주지 못한다. 심지어 창문에 의미 없이 달린 노란색 커튼마저 똑같다. 누가 그 곳에 사는지, 저 창문 너머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지 않다. 창문의 모양처럼 아마 모두 비슷한 모습을 하고 비슷한 일을 하며 비슷한 일생을 살아가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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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ward Hopper, < Early Sunday Morning >, Oil on canvas, 1930


미국의 밤거리, 나의 두 발이 잘 포장된 도로와 부딪히며 터벅대는 소리만 거리에 울린다. 불이 모두 꺼진 상점은 으스스한 분위기마저 풍긴다.


아 역시 괜히 나왔어. 너무 무섭잖아.


누군가 나를 순식간에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휩싸여 두 팔을 웅크린 채 거리를 걷던 중, 유일하게 환한 빛을 뿜어내는 상점을 찾았다. ‘PHILLIES’

상점의 모든 면이 훤한 유리로 덮힌 저 공간에는 주인처럼 보이는 사람과, 자신이 입은 빨간 드레스에 맞춰 빨간 립스틱을 진하게 바른 긴 머리의 여자, 중절모를 쓴 검은색 양복의 신사 둘이 앉아있다. 이 야심한 밤에 저들은 어떤 이야기를 나누느라 밤을 지새우고 있는 것일까. 낮에 본 풍경과 다르게 호기심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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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ward Hopper, < Nighthawks >, Oil on canvas, 1942


안녕하세요

“...”

문을 열고 들어간 상점 안은 적막한 공기가 흐른다.

“...”


낯선 사람의 인기척에 문득 고개를 돌아보는 사람도, 나에게 인사말을 건네는 직원도 없다. 밖에서 발견한 네 명의 사람들은 그저 자신들의 눈앞에 놓인 커피잔을 바라보며, 또는 초점을 잃고 허공을 빤히 바라보며 각자의 생각에 잠겨있다. 아마 내가 들어오기 전에도 어쩌면 이 밤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들은 이 상태로 밤을 지새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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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png
 

나는 갑자기 그냥 서있기엔 뻘쭘하다는 생각이 들어 남은 의자에 조용히 가 앉았다. 그제야 흰 옷을 입은 (아마 가게의 주인이라고 생각되는) 남자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오늘 하루 어떠셨나요.

저는 어제 막 미국에 도착해서 정신이 없어요. 내가 여기에 오기 전까지 있던 나라와 거리, 분위기, 공기 모든 것이 다 달라서 적응이 안돼요. 오늘 주인장님은 어떠셨나요? 오늘 많이 바빴나요? 여기 식당은 주로 뭘 판매하고 있나요? 주인장님이 제일 자신있는 메뉴가 뭔가요? 오늘은 그 메뉴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은데....


“...”

“...”

“...”


다시 시작된 침묵. 혹시 나 혼자만 누군가가 말을 건네줬다는 사실에 들떠 신이 난 목소리로 떠든 것은 아닐까. 고민한다.



대화를 하고 싶다. 하지만 대화를 할 수 없다. 말을 건네면 돌아오는 것은 또 다른 침묵뿐, 다른 경우의 수는 없다. 문득 나 혼자만의 생각이 입 밖으로 참지 못하고 튀어나왔다.

아, 외로워.


가게 안의 누군가가 들을새라 황급히 입을 막았지만, 그 누구도 어느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낮에 걸었던 미국의 거리는 사람이 없어 외로웠지만, 내가 앉아있는 이 공간은 사람이 있기에 더욱 고독하다. 어서 나의 침대로 돌아가야겠다. 더 이상 이 공간에서 홀로 커피를 훌쩍이며 버틸 수 없다는 생각이 스쳤다. 다시는 이 공기를 마시고 싶지 않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들은 황량함을 묘사하고 있지만 그 자체가 황량해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보는 사람이 자신의 슬픔의 메아리를 목격하게 함으로써
그 슬픔으로 인한 괴로움과 중압감으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나게 해준다.”
- Alain de Botton, 『(The)art of travel』

전문 필진_ 박이슬

보고, 듣고, 느끼다 : 美術紀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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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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